꽁트
아침에 일어나면 습관적으로 페이스 북을 열어본다. 그곳은 나만의 공간이자 공개된 타인과의 소통의 장이기도 하다. 페이스 북을 열자 낯익은 사진이 보였다. 오랫동안 연락이 끊겼던 형철이었다. 그의 사진은 중년의 모습이었으나 옛날 모습이 있어 금방 알아볼 수 있었다. 형철은 고등학교 동창으로 친구 찾기를 통해서 내 페이스 북으로 들어왔다. 그곳에 남겨놓은 형철의 글을 발견했다.
“동찬아! 오랜만이다. 내 이메일 주소와 핸드폰 번호 알려줄 테니 연락 부탁한다.”
반갑다는 댓글을 달고, 형철의 연락처를 메모해두었지만 한동안 그에게 연락한다는 것을 잊어버렸다. 얼마가 지났을까 페이스 북에 다시 형철의 댓글이 달려있었다.
“동찬아! 연락이 없네. 네 연락처를 알려줘. 조만간 얼굴 한 번 보자! 보고 싶다.”
미안하다는 댓글과 함께 내 연락처를 알려주었다.
형철은 고등학교 때 같은 사진반에서 활동하던 친구였다. 망원렌즈가 달린 사진기를 들고 출사하는 날이면 형철은 모든 것을 가진 듯 의기양양했었다. 우리는 전국으로 돌아다니며 풍경과 인물사진을 찍었다. 필름을 현상하고, 인화하는 작업을 암실에서 하는 날이면 분만실의 아이를 기다리는 기분이었다.
“이번에는 콘트라스트가 좋은데.”
형철은 암실에서 나타나는 사진 형상에 감탄하며 좋아했다.
“넌 정말 훌륭한 사진작가가 될 거야”
나는 그의 열정에 항상 감탄하고 부러워했다. 사진기를 통해서 나타나는 형상들을 형철은 자유자재로 표현할 수 있었다. 그는 암실작업도 사진반 누구보다도 열정적이었다. 형철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미국으로 유학을 갔다. 더 넓은 세계를 찍기 위해서 그리고 선진화된 사진기술을 배우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그는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서 개인 사업을 한다는 이야기를 친구를 통해서 들었다. 나 역시 바쁘다보니 그를 잊고 있었다.
형철과 만나기로 한 카페에 들어서자 많은 사람들이 노트북이나 스마트 폰에 빠져있었다. 익숙해져 있는 분위기였다. 한쪽 모퉁이에 어렴풋이 형철의 모습이 보였다. 반가운 마음에 손짓을 하며 빠른 걸음으로 그에게 다가가서 악수를 했다. 형철의 얼굴은 야위어 보였고, 쑥 들어간 눈은 내가 생각했던 형철이 아니었다. 뭔지 모르게 그의 행동이 부자연스러워 보였다.
“그 동안 어떻게 지냈니?”
그의 근황이 궁금하기도 했다.
“잘 지냈어? 너 보기가 좋구나!”
형철은 담담하게 그 동안 지내 온 이야기를 했다. 유학가자마자 어려워진 집안을 세우려고 귀국해 개인 사업을 하고 있다고 했다. 우리는 같이 사진 찍으러 다녔던 시절로 돌아갔다. 그의 얼굴은 다시 환해졌고, 당장에라도 사진을 찍으러 갈 분위기였다. 나는 그 동안 잊고 있었던 사진에 대해서 뭉클함을 느꼈다.
“세상이 매뉴얼로 다시 바뀐다면 얼마나 좋을까?”
사진기가 디지털로 바뀌면서 더 이상 내가 할 수 있는 기술은 없었다.
“카메라 셔터 소리가 그리워지네.”
형철은 사진기가 디지털로 바뀌면서 사진에 흥미를 잃었다고 했다. 형철은 옛날을 회상하면서 그때가 좋았다는 이야기를 여러 번 했다. 그는 다른 약속이 있다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형철이의 존재가 내 머릿속에 다시 입력이 되고 있을 때쯤 그의 문자를 받았다. 페이스 북으로 오던 문자가 뜸해지면서 스마트 폰으로 받은 문자였다.
“회사 자금이 필요하니 여유가 있으면 빌려줄 수 있어?”
그의 다급한 문자에 나는 고민을 했다.
“얼마나?”
형철이가 요청한 금액은 부담스러웠다.
그와의 문자는 더 이상 진전되지 않았다. 며칠 후 후배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형! 형철 선배 아세요?”
나는 문뜩 이상한 생각을 했다.
“왜? 무슨 일 있어?”
후배는 형철로부터 주변 사람들이 사기를 당했다고 했다. 나는 그럴 친구가 아니라고 했지만, 이미 심각한 문제가 생긴 듯했다. 얼마 후 형철이가 사기죄로 형무소로 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아침마다 보던 페이스 북에서 어느 날 형철의 문자를 발견했다.
“동찬아! 오랜만이다.”
나는 형철이가 다시 나타나자 반가운 마음보다는 두려움이 더 앞섰다.
“그 동안 연락도 안 하고 뭐했니?”
형식적인 댓글에 형철은 바빴다는 댓글을 달았다. 나는 잠시 생각하다 냉정해졌다. 친구계정에서 형철을 찾아 친구 끊기로 커서를 가져갔다. 그리고 나는 엔터를 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