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다니의 목동

꽁트

by 김창수

카르툼 시내를 벗어나면서 백나일 강을 따라 한참을 가다 보면 사막이 나타났다.

“저 멀리 보이는 것이 무엇이지?”

놀란 토끼 눈을 하면서 같이 가던 직원에게 물었다.

“신기루입니다.”

그는 꾸벅꾸벅 졸다가 차창 밖으로 시선을 돌리며 무뚝뚝하게 말했다.

“넓은 바다가 신기루라고?”

처음 보는 신기루에 놀란 내 모습에 오히려 그가 입을 다물지 못했다. 바다로 보였던 그곳이 가까이 가면서 바다는 사라지고, 다시 나타나는 신기루였다. 예전에 보지 못한 광경은 환상적인 풍경이었다. 2시간이 걸리는 와드 메다니 가는 길을 신기루를 보면서 즐겼다.

공장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공장 순시였다. 오전에 이미 밖의 기온은 40도를 넘어서고 있었다. 생산 직원들은 그 더위 속에서도 묵묵히 일을 했고, 그런 그들을 보면서 나 역시 책임자로서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했다. 마지막 공정인 검사실을 막 돌고 있을 때였다. 아미드라는 청년이 무슨 말을 하려는 듯 나를 향해 걸어왔다.

“사장님! 한 가지 부탁이 있습니다.”

20대 초반의 젊은 직원인 아미드는 또렷한 이목구비에 쌍꺼풀진 맑은 눈동자를 깜박거리며 수줍은 모습으로 말했다.

“무슨 부탁인가?”

나는 그의 성실함을 알기에 관심을 가졌다.

“공장 언저리 땅에서 양을 길렀으면 합니다.”

그는 시커먼 얼굴과는 대조적으로 하얀 이를 살짝 보이며 웃었다.

“양이라니? 양을 길러서 무엇을 하려고?”

이 지역 사람들의 주식이 빵과 양고기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양을 기르겠다는 아미드의 부탁은 너무나 뜻밖이었다.

“저에게 새끼 양 10마리를 사주시면 정성껏 길러서 한 달에 한 번씩 직원들과 양고기 파티를 하겠습니다. 그리고 동네의 가난한 사람들과 양로원에도 분양해 주려고 합니다. 물론 그때마다 회사 이름으로 기부를 하면 회사 이미지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의 분명한 어조는 자신에 차 있었다. 그리고 그가 제안하는 까닭을 듣는 순간 가슴이 뭉클했다.


아미드의 가족은 공장 근처에 살고 있었는데 10여 년 전 나일 강이 범람하면서 기근이 발생했다. 그때 어머니와 남동생이 굶어 죽었고, 이후 그는 정신적인 충격으로 주변 사람들을 원망하기 시작했다. 하루는 양 떼를 몰고 오던 양치기가 잃어버린 양을 찾아 주면 새끼 양을 한 마리 주겠다고 제안을 했다. 아미드는 마을에서 풀을 뜯고 있던 양을 찾았고, 약속대로 새끼 양을 얻어서 기르기 시작했다. 양의 숫자가 불어나면서 아미드는 그가 받았던 대로 이웃들에게 새끼 양을 한 마리씩 주었다.

아미드가 원망하는 것은 가족의 죽음이 아니라 굶주림이었다. 나는 아미드의 이야기를 들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자네에게 새끼 양 10마리를 사줄 테니 잘 길러 보게.”

아미드는 공장 공터에 울타리를 치고 그곳에 새끼 양을 기르기 시작했다. 공장을 방문할 때마다 나는 그곳으로 먼저 달려갔다. 근무시간이 끝났음에도 아미드는 양들을 정성껏 기르고 있었다. 그것은 그와 나의 약속이기도 했다. 그는 어린 양 떼를 키우는 목동이 되어있었다. 어느새 울타리 안에는 많은 양들이 놀고 있었다.


순박한 공장 직원들은 매달 아미드의 정성 덕분으로 즐거운 파티를 했다. 공장 주변의 동네 사람들은 그런 아미드를 ‘하늘이 보낸 목동’이라고 불렀다. 나는 지금 직원들과 파티를 하기 위해서 와드 메다니로 달려가고 있다. 멀리 보이는 신기루에서 아미드의 맑은 눈이 빛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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