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숲 이야기 / 에세이
오래전 처음으로 영국 출장을 가서 당혹스러웠던 것은 우측 핸들과 회전교차로(Roundabout)였다. 우측 핸들은 주로 섬나라에서 사용하고 있으며, 일본에서도 자주 봤던 터라 익숙했지만, 막상 직접 운전을 해보면 도로 가운데로 가는 경향이 있다. 회전 교차로는 원형 광장이 많은 유럽에서 흔히 볼 수 있는데, 자동차가 나오기 이전 마차 시절부터 쌓여온 도로 문화로, 유럽에 분수가 발달한 것도 이러한 도로 형태와 관련이 있을 것이다.
처음 한숲으로 이사 왔을 때, 교차로가 매우 불편했다. 출근 시간에 대기하는 차량이 길어지면서 2.3단지의 교차로가 밀렸다. 가끔 2단지 뒤쪽 사잇길로 다니기도 했지만, 불편함은 짜증을 유발했다. 민원의 힘인지는 모르겠지만, 2.3단지 들어오는 입구부터 회전교차로가 연속으로 세 군데에 설치되었다. 처음에는 통행 방법을 알면서도 익숙해 보이지 않은 상대 차량의 눈치를 살폈다. 가끔 접촉사고 차량을 보면서 조심해야겠다고 생각하면서 운전을 했다.
회전교차로는 신호등이 없어 전기요금 등 유지비가 적게 들고, 불필요한 신호대기가 없어서 차량의 흐름이 원활해 교통량 체증이 없다는 장점이 있다. 신호대기가 없어 자동차의 공회전 감소로 에너지도 절약뿐 아니라 친환경적인 면에서 좋은 것 같다. 입구에 있는 회전교차로의 높은 대형 가로등은 밤에 멀리 오면서 보면 멋있다. 회전 교차로 내에 원형 녹지는 아파트 단지로 들어오면서 ‘오늘도 무사히’를 느끼게 해 준다.
지금은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 어디를 가나 학교가 제일 좋은 위치에 예쁘게 들어서 있다. 한숲도 신규 아파트 단지이기 때문에 학교들이 깨끗하고 아담해 보인다. 처음 입주했을 때 핫이슈는 개교 문제였다. 공사 지연으로 개교가 늦어지면 아이들이 외부 학교로 통학해야 하고, 그 불편함은 학부모들이 껴안아야 하는 몫이다. 결국 학부모들이 세종시까지 가서 항의하는 사태로 번지며 정상적인 개교가 되었다.
아이들이 이미 성장해서 학교 문제는 남의 일처럼 생각이 들었지만, 아파트 학부모들이 늦게까지 학교 강당에 모여서 비상총회를 하는 현장 모습을 봤다. 과거 아버지가 아이들 학교 문제로 문교부(지금은 교육부)에 가서 항의하던 일이 생각났다. 아직도 생생한 것은 그 모임을 주도하던 학부모의 냉정하면서도 논리 정연한 항의에 교육청에서 온 사람들도 한 마디 못하고 도와주겠다는 말만 하는 것을 보았다.
이제 그 학교들이 과밀 학급이 되어, 초중학교가 같이 사용할 학교가 곧 들어선다고 한다. 몇 해 전 개교한 고등학교와 아파트 단지 가장 중심에 있는 어린이집과 함께 모든 교육을 아파트 단지 내에서 받을 수 있다. 한숲의 꿈나무들이 태어나 같은 또래들과 한 동네 살면서 같은 학교에 다닐 수 있다는 것은 축복이다. 그들이 성장해서 미래에 세계 최고의 한숲이 될 이곳에서 우뚝 선 인재가 되길 바란다.
산책하면서 커다란 공사막이 쳐져 있는 구역을 봤다. 위치가 좋아서 뭔가 대단한 건물이 들어온다고 생각했다. 며칠 후, 아내가 그곳에 별다방이 들어온다는 소문을 들었다고 했다. 속으로 ‘별다방’하면서 한숲에서 한숨 소리가 나더니, 이제 소문까지 돈다고 생각했다. 산책 코스에 있어 거의 매일 지나가면서 힐끗 쳐다보면 땅을 파는지 쿵쿵 소리가 났다. 그리고 얼마 지나서 커다란 공사막이 걷히면서 실체가 드러났다.
2층의 크지 않은 모던한 빌딩의 모습은 구조상으로 별다방이 들어온다는 사실을 입증하고 있었다. 그런데 왜? 한숲 인구가 2만 명이 넘어가지만, 실제 많은 브랜드 커피숍들이 입주해 있어서 경쟁력이 있을까 의문이 들었다. 하기야 요즘 젊은이들은 라면을 먹더라도 별다방 커피를 마셔야 한다는 말은 들었지만, 구매력이 충분하지는 않았다. 별다방이 오픈하면서 많은 아파트 주민들이 이용하는 모습을 보았지만, 분명히 다른 이유가 있다고 생각했다.
개인적으로 비싼 커피점은 피하고 있다. 커피 맛도 천차만별이라 더 맛있는 커피 원두를 사서 집에서 갈아 내려 먹는 것이 더 좋았다. 아내가 한번 가보자는 제의에 친구가 보내준 별다방 쿠폰도 사용할 겸 해서 가보았다. 실내 분위기는 커피값 이상의 가치를 했지만, 일부러 자주 올 만큼은 아니었다. 머릿속에서 '왜?'라는 의문이 계속 들기는 하지만, 언젠가 그 수수께끼는 풀리겠지. 기다려 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