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숲 이야기 / 에세이
남사스포츠센터 지하에 줌바 댄스를 배우는 프로그램이 있다는 것을 안 것은 많은 여성분이 멋있는 춤 옷을 입고 다니는 것을 보고 알았다. 비슷한 시간에 그 옆에 있는 골프연습장에서는 꽝꽝 울리는 노랫소리를 들으며 운동을 한다. 궁금해서 살며시 스피닝실을 들여다보니, 과거에 배웠던 허슬보다도 과격하고 열정적인 춤을 보면서 남자도 할 수 있는지 궁금했다. 그런데 여성분들만 있어서 주저하다 포기했다.
처음 군무(群舞)를 배운 것은 의외로 군대에서였다. 여자 무용수가 군대 연병장에서 군인들을 상대로 허슬을 가르쳤다. 입대 전 1977년 존 트라볼타 주연의 영화 ‘토요일 밤의 열기’(Saturday Night Fever)가 세계적으로 크게 인기를 얻으면서 널리 알려진 디스코 댄스가 유행하던 그 시절이었다. 허슬은 모든 디스코 춤 가운데 가장 인기가 높았던 춤이다. 허슬이 디스코의 기본적인 춤이 된 이후 변형된 허슬이 전 세계를 강타했다.
줌바 댄스는 라틴 댄스를 바탕으로 에어로빅의 요소를 넣어 만든 유산소 운동으로, 즐겁게 효과적으로 운동할 수 있어 좋아 보인다. 가끔 그곳에서 줌바 댄스를 추는 모습을 보면 살이 빠지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줌바 댄스는 온몸을 활발하게 움직이는 동작이 많아 보여서 전신 다이어트에 매우 효과적인 운동 같아 보였다. 여성분들이 건강해야 가족 모두가 건강하게 즐겁고, 행복한 가정을 지킬 수 있어, 운동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용인으로 이사 오면서 제일 좋았던 것이 5일장이었다. 도시 생활로 익숙지 않은 5일장에는 많은 생필품과 함께 인정이 넘쳐흘렀다. 가격도 일반 마트보다 훨씬 싸고, 다양하게 고를 수 있어서 좋았다. 농촌의 생산물이 5일장에서 직거래가 되어서인지 물건들도 신선해 보이고, ‘덤’이라는 더 얹어주는 재미도 쏠쏠했다. 배가 고파지면 5일장 안으로 들어가 다양한 음식 냄새가 나는 먹거리 골목에서 순댓국 한 그릇을 비웠다.
한숲으로 오면서 5일장은 자주 갈 일이 없어졌다. 이곳에도 마트가 많이 생겨서 다양한 생필품을 필요할 때 살 수 있게 되었다. 물론 마트는 할인점(割引店)이라는 말 그대로 할인된 또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물건을 주로 취급하는 곳이기는 하지만, 물건에 따라 비싸게 파는 때도 있고, 신선도가 조금 떨어지는 농산물로 간혹 있다. 그래도 한숲 주민들을 위해서 다양하고 품질 좋은 제품들을 제공하려고 노력한다는 것을 모르는 주민들은 없을 것이다.
한숲에 있는 유명 마트가 가격이 저렴한 이유는 제품을 대량 구매해서 판매, 아파트단지에 있어서 편리, 마진을 최대한 줄여서 박리다매 등이다. 가끔 마트를 가면 충동구매가 일어난다. 가기 전에 미리 리스트를 만들어 가지만, 결국 이것저것 집다 보면 예상 이상의 구매를 하게 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5일장이 간혹 그리워지기는 하지만, 한숲의 마트에서 할인 판매를 할 때면 5일장 같은 생각이 든다.
한숲에서 많은 새를 봤지만, 파랑새를 본 적이 없다. 게으름인지 아니면 새에 대해서 무지한 건진 몰라도 서식 장소가 농경지 부근, 낮은 산지 숲이라고 하는데, 한숲에서 볼 수 없다면 어디 가면 볼 수 있을까? 산책을 주기적으로 하는 편이면 언젠가는 볼 수 있겠지. 파랑새를 보려는 이유는 행복을 찾고 싶어서이다. 한숲에서 행복을 왜 찾으려 하느냐고 물어본다면 지금의 한숲에서의 행복이 우연이 아닐 것 같다는 생각 때문이다.
'파랑새'는 벨기에의 극작가 마테를링크가 지은 동화극이다. 어린 남매가 성탄절 전야에 파랑새를 찾아 헤매는 꿈을 꾸다가 문득 깨어나 자기들이 기르던 비둘기가 바로 그 파랑새였음을 깨닫는다는 내용으로, 행복을 찾으러 멀리 가 보았지만, 행복은 가까이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 내용이다. 어릴 적 한 번 정도 들어 본 이야기이지만, 나이가 들어서까지도 파랑새를 찾으러 다닌다면 아직도 행복을 찾지 못한 것일까?
한숲의 생활은 겉으로는 무미건조하면서도, 내면적으로는 상당히 복잡하고 다양하다. 그동안 살아온 삶이 그러하듯이 하루도 편해 본 적이 없다. 정중동(靜中動)이란 표현이 맞을 것 같다. 도시의 미로 생활에서 탁 트인 자연을 볼 수 있으니 마음이 편해지는 것 같지만, 몸은 밖으로 나가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자연이 나를 부른다 야호!! 를 외치면서. 그 어디선가 파랑새가 홀연히 나타나면, 그날은 온 세상의 행복을 다 가진 날이지 않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