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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about story 1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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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창수 Jul 24. 2024

12화. 인연(因緣)

about story / 에세이

  살다 보면 수없이 많은 인연을 만난다. 오랫동안 머무는 인연, 스쳐 지나가는 인연, 모르고 사라지는 인연들이다. 그중에서도 영원한 인연은 피를 나눈 가족이다. 그리고 피를 나누지는 않았지만, 피를 자식에게 나눠주는 부부 인연이다. 오랜 인연을 맺는 친구들도 있다. 가장 아쉬운 인연은 먼저 저세상으로 가는 지인(知人)들이다. 인연은 그래서 가끔 무섭다. 

  석가모니는 '모든 것은 인(因)과 연(緣)이 합하여서 생겨나고, 인과 연이 흩어지면 사라진다.’라고 했다. 인은 결과를 만드는 직접적인 힘이고, 연은 그를 돕는 외적이고 간접적인 힘이다. 원인이 되는 결과의 과정이라 할 수 있다. 만나는 모든 사람이 인연이 되지는 않는다. 상대방의 다가오는 힘과 끌려가는 힘이 어느 정도 있어야 가능하다. 아무리 반가운 사람이라도 그런 힘이 없으면 인연은 잠시 왔다 사라진다.      


  인과 연이 흩어지면서 사라진 인연이 있다. 러시아 주재원 생활을 하면서 만났던 인연이 생각난다. 현지에서 혁명이 일어나면서 도피를 해야 할 상황이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데, 자기 집에 숨겨주겠다던 현지 직원의 따뜻한 인연은 영원히 잊지 못할 것 같다. 다른 나라로 발령받아 헤어질 때, 그의 뜨거운 눈물은 아직도 눈에 선하다. 그가 준 고리키의 소설책은 아직도 고이 간직하고 있다. 

  고교 3년간 유일하게 같은 반을 했던 친구와의 인연은 가슴속 깊이 새겨져 있다. 서로의 집으로 자주 왕래했던, 평생 같이했을 친구의 소식을 들은 것은 군에 있을 때였다. 오전에 한 친구가 면회 와서 그가 백혈병으로 그 전날에 죽었다고 전해주었다. 어렵게 외출 허가를 받아 그를 묘지에 묻어 주면서, 그 친구에게 현세(現世)는 너무 짧은 인연으로 내세(來世)에서는 꼭 만나자고 약속했다.    


  아직도 보고 싶은 인연들이 너무 많다. 혹시 인연이 끊어질까 봐 가끔 연락하기도 하지만. 보고 싶어도 만날 수 없는 인연들은 꿈에서 만난다. 연락이 끊겨 볼 수 없는 인연들이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나면 ‘보고 싶었다’라는 말을 하고 싶다. 이제 부모와 현세의 인연은 이미 끝이 났지만, 영원한 동반자인 아내와 내세에서도 인연을 이어갈 것이다. 아이들도 같이해주면 더없이 행복하겠지.     


   『그리워하는데도 한번 만나고는 못 만나게 되기도 하고, 

      일생을 못 잊으면서도 아니 만나고 살기도 한다.』   - 피천득 ‘인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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