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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창수 Jul 31. 2024

13화. 고독(孤獨)

about story / 에세이

  고독을 언제 알았는지 기억을 소환해 보면 어릴 적이었다. 그때는 그것이 고독인지 몰랐다. 부모가 일하러 나가서 집에 종일 혼자 있었다. 장난감도 없이 주변에 있는 물건들을 가지고, 한마디도 하지 않고 놀이에만 집중했다. 밤늦게 지친 몸으로 돌아온 부모는 아이에게 별일 없었는지 물어보고, 다음날을 위해서 서둘러 잠자리에 들었다. 어두운 밤은 그래도 부모와 함께 있어서 심심하지 않았다. 

  밤낮없이 일하는 부모는 주말에도 볼 수 없었다. 혼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알았다. 혼자만의 즐거움이 시작되었고, 그것은 학습된 고독으로 굳어져 갔다. 학교에 다니고, 사회생활을 하기 시작하면서 고독의 그림자는 뜨거운 태양 아래 그림자로 변해갔다. 그리고 퇴직하면서 그림자는 사라지고, 다시 다른 고독이 자리 잡아갔다. 

  고독은 타인에 의해서 또는 스스로 느끼는 경우가 있다. 인간관계에서 일어나는 배척이나 타인에 대한 혐오에 지쳐서, 아니면 여러 가지 사정으로 가족 간의 이별을 하거나 가까운 사람들과 멀리 떨어지게 되어 고독을 느낄 수도 있다.

  고독은 창의성의 원천이 되기도 한다.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면서, 자신 뒤에 숨어있는 가면을 벗어던지고 자신의 진실한 모습의 페르소나를 위해서 재충전의 시간을 가진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자신에게 필요한 활동을 창조하게 만드는 힘을 준다.

  고독은 해방감을 준다. 고독을 즐기고 있는 사람에게 타인의 어떠한 제약도 영향을 주지 못하며, 행동에 더 많은 자유를 누린다. 해방감이 늘면서 개인이 누리는 고독은 타인과의 교류가 줄어들어 방해받지 않는다. 

  고독은 사색의 시간과 자기반성의 기회를 만들어 준다. 이런 상황에서, 고독한 상태에 있는 사람은 타인과의 의미 있는 관계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외로움은 사라진다.     

  이제 고독을 즐기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누군가와 같이 있는 것이 오히려 서먹서먹해지는 기분이 든다. 점점 마음이 말라가는 것일까 아니면 잃어버렸던 고독을 즐기려는 것일까? 고독에 물들어가는 또 다른 세계로 떠나면, 새로운 희망이 보이기 시작하겠지.     


  『내 안에는 나 혼자 살고 있는 고독의 장소가 있다.  그곳은 말라붙은 마음을 소생시키는 단 하나의 장소다.』  - 펄 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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