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story / 에세이
편견이 없다고 하는 그 자체가 편견일 수 있다. 편견으로 가득한 사람도 ‘나는 편견이 없어요.’라고 말한다. 편견을 인정하는 것은 자신이 비합리적이고, 비윤리적인 존재라고 인정하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이들은 심리적으로 억압, 방어, 타협 등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내적 갈등에서 벗어나려고 한다.
편견은 자신도 모르게, 태어나서부터 주위의 환경에 의해서 생긴다. 편견은 후천적인 경우가 많으며, 살아가면서 고착화되어 간다. 학습된 편견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편견은 인지적, 정서적 측면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행동적 측면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편견의 작용은 사회 광범위한 측면에서 복합적으로 나타난다.
해외영업을 하면서 처음으로 영국 유태인에게 클레임을 받아 정신적 충격이 심했다. 제품의 하자가 아닌 시장가격의 하락이 원인인 소위 말하는 ‘마켓클레임’이었다. 그 고통으로 유태인에 대한 편견이 심했다. 심지어 해외 바이어를 만나면 유태인지 확인할 정도였다. 처음에는 단순한 편견에서 시작되어 유태인이라는 광범위한 편견으로 변해갔다.
몇 년 후, 이스라엘에서 근무하면서 그들의 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았다. 단순한 편견의 오해가 조금씩 사라져 갔다. 수많은 세월을 나라 없이 디아스포라(Diaspora)로 유대교의 규범과 생활 관습을 유지하면서 겪었을 고통을 생각했다. 아직도 전 세계에 퍼져있는 그들은 생존이라는 절대적 가치를 가지고 살아가고 있다. 그들은 아마도 편견이라는 단어를 모르거나, 무시할 수도 있다.
살아오면서 개인의 편견으로 인해 피해를 본 사람이 없을까 생각해 본다. 상대방에 대해서 잘 모르면서 무뢰한 말은 하지 않았나, 상처를 주지 않았나 반성해 본다. 아직도 내 가슴에는 많은 편견들이 살아온 인생만큼이나 가득하게 쌓여있다. 이제는 그 편견들을 하나씩 거둬들일 시간이 된 것 같다.
『모든 사람은 자신이 개입되지 않은 것처럼 다른 사람의 잘못된 편견에 대해 불평을 한다. 그렇다면 치료 방법은 무엇일까? 그것은 모든 사람이 다른 사람의 편견은 놔두고 자신의 편견을 반성하는 것이다.』 - 존 로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