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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창수 Aug 14. 2024

15화. 용서(容恕)

about story / 에세이

  용서하거나 받는 모든 사람이 용서에 대한 진정성을 가졌을까? 하는 의문이 들 때가 있다.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는 말과 행동을 하였을 때 상대방에 대해 미안함을 인지하지 못한 적도 많았다. 이런 것들을 알게 되는 것은 누군가에 용서를 받거나 용서해 줄 때인 것 같다. 용서는 시간이 필요한 이유다. 

  용서는 상대를 위한 것이 아닌 나를 위한 것이다. 용서는 남을 위해 베푸는 이타적인 마음인 동시에 자신에게 베푸는 사랑이다. 용서해야 과거에 갇힌 나를 꺼내 앞으로 나아가게 만든다. 용서는 내가 받은 것을 되돌려 주는 것이고, 갚아야 할 것으로 생각하면 남을 더 쉽게 용서할 수 있다.

  용서는 내가 아닌 상대방의 입장에서 해야 한다. 나의 편견이나 선입견이 상대방에 큰 피해를 줄 수 있다. 그러한 것들이 상대방에 지워지지 않을 상처를 주게 되고, 반대로 상대방에게 상처를 입을 수 있다.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사랑이 용서의 가치를 더 높일 수 있다.           

  

  초등학교 다닐 때 소아마비로 잘 걷지 못하는 친구가 있었다. 핸디캡에도 불구하고 항상 밝은 표정을 짓는 그 친구와 잘 어울렸다. 하루는 그 친구와 장난을 치다가 도망치는 상황이 벌어졌다, 정상적으로 달리면 그 친구는 나를 쫓아올 수가 없었다.  순간, 나도 모르게 그 친구와 같은 동작으로 걷다시피 뛰었다. 

  혹시나 해서 뒤를 돌아보니 나를 쫓아오던 그 친구가 울고 있었다. 처음에는 나를 잡지 못해서 그런 줄 알았다. 얼마 후, 그 친구는 집에서 가까운 학교로 전학을 갔다. 나는 여러 번 그 친구 학교로 갔으나 보지 못했다. 집으로 찾아가 볼 수도 있었지만 왠지 모르게 서먹서먹해졌다. 그 이후 그 친구를 볼 수 없었다.

  오랜 세월이 흘렀어도 내 마음에 그 친구에 대한 ‘용서’라는 단어가 떠나지 않고 있다. 그 친구가 받았을 커다란 상처를 아물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혹시 그 친구가 그때의 일을 잊었으면 내 마음이 조금 편해질지 모르지만, 용서를 받지 못하는 한 허상일 뿐이다. 


  앞으로 남은 생은 용서라는 단어를 가슴 깊이 묻어두고 살아가고 싶다. 내게 용서해 주는 상대에게 사랑의 용서를 받고 싶다. 그리고 내가 용서를 하지 못하는 상대에게 사랑이 담긴 진정성 있는 용서를 하고 싶다.


 『그대에게 잘못을 저지른 사람이 있거든, 그가 누구이든 그것을 잊어버리고 용서하라. 그때 그대는 용서한다는 행복을 알 것이다. 우리에게는 남을 책망할 수 있는 권리가 없다.』 - 톨스토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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