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story / 에세이
유언의 정의는 ‘자신이 진 빚을 갚기 위해 후손에게 알리는 것’이라고 했다. 영화나 TV 드라마에서 보면, 가족이 모인 곳에서 미리 유언장을 쓰고 법적 공증을 하기도 한다. 병원이나 집에서 임종(臨終)을 맞이하면서 마지막 말(유언)을 하는 것을 본다. 이런 유언장이나 유언이 왜 필요한 것일까? 유언은 자신과의 평상시 가지고 있었던 생각이나 소신이며, 유언장은 언젠가 다가올 죽음을 위한 마음의 준비를 해두는 것이다.
유언은 복잡하게 얽어놓은 것들을 책임지고 풀고 가야 하는데, 갑작스럽게 죽으면 이를 풀 수 없어, 가족이나 주위에 부탁하는 말이다. 유언은 미리 생각해서 기록을 해두면 좋을 것 같다. 유언장을 써보면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그 속에서 삶의 진실을 발견하게 된다. 유언장을 쓰면서 가족과의 관계, 살아오면서 만났던 사람들과의 관계, 물질적 관계 등을 돌이켜 볼 것이다.
언행에 책임지는 삶을 살아왔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인간관계는 살아온 행적의 결과물이다. 주변을 하나씩 정리해 가는 과정에서 자신의 삶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진다, 가족, 친지 등 인간관계를 정리하는 것은 철저한 자기반성이 필요하다. 태어나는 건 순서가 있지만, 죽음은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다. 죽음은 영원한 세상과의 이별이다. 유언장을 미리 준비를 해둬야 하는 이유이다.
유언장을 쓰면 자신의 욕심을 들여다보고, 그 한계를 깨닫는다. 유언장을 쓸 때 나도 모르게 내면과 깊은 대화를 갖게 된다. 내가 얼마나 보잘것없는 존재인가를 깨닫게 되면서 허황한 생각들을 지우게 된다. 유언장을 쓰다 보면 그동안 살아온 길을 한 번쯤 정리하고, 자신을 깊이 있게 들여다보는 기회를 얻는다. 유언장을 쓰고 나면, 죽음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가 사라진다.
유언장은 예측하지 못한 죽음에 대비해 남길 말을 미리 써두는 통과의례이며, 죽음에 대한 자신의 성숙한 준비이다. 진실의 심연(深淵)에 비친 자신을 만나는 값진 시간이다. 이제는 유언에 대해서 생각해봐야 할 때이다. 그동안 미뤄왔던 유언장을 쓰면서 자기 성찰과 반성을 해보고 싶다. 죽음의 두려움에서 벗어나야 하는 시간이 점점 다가오고 있는 것 같다.
『나의 죽음 때문에 자책하지 마라. 이것은 나 혼자 저지른 일의 대가라고 생각해라. 그러니 자유롭게 살아라. 그리고 다음에는 실수하지 말도록 해라. 구름이 한 점도 없는 하늘은 꽃이 없는 정원과 같은 것이다.』
- 알렉산드르 푸시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