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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창수 Aug 05. 2024

1화. 홍수(洪水)

하고 싶은 이야기 / 에세이

  천재(天災)인 장마, 가뭄, 태풍 등과 지변(地變)인 지진, 해일 등 많은 천재지변(天災地變)이 있지만, 가장 무서운 것은 장마로 인한 홍수라고 생각된다. 홍수는 장기간 비가 와서 불어나는 물로 인한 피해 범위가 클 뿐만 아니라, 지나간 자리는 흔적이 남지 않는다. 홍수의 여파는 산사태로 이어지기도 하고, 지하에 있는 시설들의 침수로 인명이나 재산 피해는 상상을 초월한다.      

  홍수가 나면 수많은 수재민의 발생과 전염병의 확산으로 일부 지역 사회가 붕괴하기도 하고, 생산시설의 파괴로 경제에도 타격을 주기도 한다. 홍수 복구에 따르는 비용과 인원들이 많이 필요해 국가적 손실로 이어진다. 대형 재난이 발생할 때마다 온 국민의 줄 잇는 성금과 발 벗고 나서는 자원봉사자들이 참여해서 빠른 피해복구를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어 주었다.

  우리나라는 산이 70%를 차지하고 있고, 강과 하천들이 많다. 정부와 국민이 치산치수(治山治水)에 장기적인 노력을 해오면서 홍수의 재해를 입지 않도록 꾸준히 예방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6.25를 겪으면서 황폐해진 국토에 나무 심기(치산사업)를 하고, 매년 반복되는 홍수 피해를 막기 위해서 한강 등 하천의 재정비 사업(치수 사업)은 역대 대통령들의 재임 기간에 역점 사업으로 추진되었다.


  어릴 적에 지금은 재개발이 되었지만, 그 당시 아파트 조성이 잘되어 있었던 현대적인 마포아파트에 살았다. 영화 촬영지로 유명했지만, 전차 마포 종점에 위치에 있어서 교통도 편했던 기억이 난다. 바로 옆이 한강이었는데, 마포대교가 만들어지기 전이라 친구들과 여름에는 물놀이하던 시절이었다. 건너편에 보이는 여의도는 주위에 제방도로인 지금의 윤중제(輪中提)를 만들기 직전이어서 홍수가 나면 물에 잠겼다.

  6월 말에 장마전선이 북상하면 한강의 수위로 걱정했다. 낮에는 활동하는 시간이라 문제가 없었으나, 저녁만 되면 한강 수위가 점점 높아지면서 불안한 생활을 했다. 지금처럼 재난 문자를 받을 수 없어서 사이렌 소리에 의존하며 촉각을 세우고 살았다. 잠을 자다가 사이렌 소리가 들리면, 아파트 옆에 있던 고지대의 국민학교(초등학교)로 대피하는 것이 유일한 수단이었다.

  그런 상황이 몇 번 반복되면서, 밤에 신발을 신고 자는 버릇이 생겼다. 다행히 한강둑이 무너져서 넘친 적은 없었지만, 그 당시 겪었던 고통으로 아직도 홍수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는 것 같다. 그 이후로 이사를 갈 때면 고지대의 아파트를 선호하게 되었다. 이사 간 아파트 옆에는 산이 있었다. 산을 깎아서 만든, 옹벽이 있는 아파트는 피했다. 산사태가 나서 아파트가 무너지거나 흙더미에 묻히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구약성서에 나오는 ‘노아의 홍수’ 이야기는 유대인들이 바벨론에 포로로 끌려갔다가 귀환한 기원전 6세기 후반경에 쓰인 것으로 추정된다. 이 이야기는 노아가 방주를 만들고, 온갖 동물을 그 안에 실어서 하나님이 지상을 정화하기 위해 내려보낸 홍수에서 생존할 수 있도록 하는 과정이 나온다. 하나님이 보기에는 자신이 창조한 낙원에서 타락과 방탕이 벌어지고 있었기 때문에 뭔가 조치를 취해야 했다. 

  창세기에 보면 노아의 가족들은 방주를 만들어 대홍수의 참사를 면했고, 비가 그친 후 이 방주는 아라랏산에 걸려 멈추었다고 기록되어 있다. 이 아라랏산이 바로 터키의 동북부 끄트머리, 흑해 남쪽에 있다. 이런 대홍수가 가장 극적으로 일어났던 곳 중 하나가, 당시 인류 최초의 문명 발상지인 메소포타미아의 주변부로서 적잖은 사람이 살고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흑해 이남, 지금의 터키 지방이었다. 

  지구에서는 공전주기의 변화로 주기적인 빙하기가 찾아왔다. 마지막 빙하기는 약 11만 년 전에 시작되어 1만 2천 년 전에 끝났다. 빙하가 녹아 전 지구의 해수면이 올라가기 시작했는데, 어떤 곳에선 해수면이 100m 나 상승한 곳도 있다고 한다. 기온이 상승하면서 '신의 심판'으로 온 세상이 다 잠기는 무서운 대홍수가 일어났다. ‘노아의 홍수’도 신의 심판으로 일어났을까?     


  우리가 최근에 겪고 있는 극한 폭우, 극한 폭염은 지구 온난화 현상으로 일어나는 자연재해다. 지구의 평균 기온이 점진적으로 상승하면서 전 지구적 기후 패턴이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다. 인간이 온실 기체를 방출해서 일어나는 이런 상황을 줄이기에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루소는 인간다운 삶을 위해 모두 ‘자연으로 돌아가라!"라고 했지만, 이제는 지구를 살리기 위해서라도 자연에서 살아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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