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숲 일기 / 에세이
이번 추석은 긴 연휴로 많은 사람이 이미 해외여행을 떠났거나, 준비하면서 들떠 있을 것 같다. 직장 생활하는 조카들은 월차를 내고 이미 한국에서 가장 먼 곳으로 해외여행을 떠났다. 전국 유명 명소도 예약이 끝난 지 오래전이다. 전국의 고속도로는 수많은 차량의 행렬로 거북이걸음을 하고 있다. 가족이 오순도순 집에서 지내던 추석은 이제 옛날이야기가 되었다. 그동안 여러 가지로 고생했던 가족들이 모여서 풍성하고, 즐거운 명절인 추석을 보내고 있다.
아버지는 평생 제사를 지내기 위해 추석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집을 지켰다. 그러던 어느 날, 추석 당일 아침에 제사 준비를 하다가 쓰러져서 몇 개월 후에 돌아가셨다, 그 이후 제사를 물려받아서 해외 근무에서도 제사를 지냈고, 멀리 해외여행을 가서도 제사를 지냈다. 다행히 그곳이 부모님이 다녀간 곳이라 어렵지 않게 찾아오실 것 같아 큰 부담을 느끼지 않았다. 추석을 제사와 연결 지어 생각하는 것은 이제 구시대로 막을 내릴 것 같다.
한숲의 추석은 대단지 아파트라 많은 차량이 움직인다. 오고 가는 차 속의 풍경은 추석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아이들의 옷과 밝은 모습, 선물 꾸러미들을 가득 채운 트렁크에서 추석이 흘러나온다. 예쁜 옷을 입고 놀이터에 와서 세상의 모든 행복을 가진 모습으로 뛰어노는 아이들, 가족들과 산책하면서 즐거운 표정 속에서 한가위의 대보름의 달이 떠 있는 것 같다. 올 추석에는 처인성에 올라가 보름달을 보면서 소원을 빌어 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