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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창수 Sep 23. 2024

15화. 전철(電鐵)

하고 싶은 이야기 / 에세이

  전철의 역사는 엄격히 따지면 전차(電車)부터가 아닐까 한다. 물론 전철의 역사는 1호선부터 시작이 된다. 종로에 살면서 광화문에 있는 국민학교(초등학교) 통학을 전차로 했다. 왕십리에서 마포까지 운행되던 전차는 서울시의 인구가 늘어나고, 교통량이 증가하면서 1968년 말에 운행을 중단했다. 20세기 전반을 풍미했던 전차는 역사 속으로 영원히 사라지고, 그 자리에 전철의 역사가 시작되었다.

  12시 통금시간이 지나면서 전차 구간은 지하철 공시로 밤마다 H빔을 박는 소리로 밤을 지새웠다. 그 사이로 땅을 파고 간막이공사를 하면서 강판으로 외부를 덮기 시작했다. 지하철 건설은 1호선(종로선)이 1971년 착공되어 1974년 8월 15일 개통되었다. 지난 50여 년간 수도권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교통량도 증가하였다. 전철 구간도 서울 위성도시를 아우르는 광역망으로 발전하였다.     


  포화상태인 서울의 주택으로 인근 위성도시들이 개발되었다. 많은 차량이 서울로 몰리면서 출·퇴근 시간은 전철에 의존했다. 전철은 차로 출근하는 것보다 시간 절약과 함께 예정된 약속 시간을 정확하게 맞출 수 있었다. 위성도시의 확대 및 급속한 개발로 전철을 이용하는 승객들도 늘어났다. 전철의 혼잡을 피해서 자연히 출근 시간도 점점 빨라졌다. 

  도시는 지상과 지하로 구분이 됐다. 많은 사람이 지상 전철역에서 탑승해서 도시중심지로 진입하면서 지하철로 연결되어, 지하역으로 나왔다. 서울은 거대한 지하 도시로 탈바꿈되어 갔다. 지하철역은 근처에 있는 대형 건물들로 바로 연결이 되었고, 도시의 지하상가는 하나의 거대한 상권으로 바뀌었다. 지하철과 연결되는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은 지하역을 통해서 출근하여 종일 지상을 볼 수 없을 때가 많아졌다.

  외국인들은 한국 전철의 가격, 스크린도어 설치, 교통약자 배려석, 냉난방 시설, 보기 편한 노선도, 한눈에 들어오는 표지판들, 짧은 배차간격을 보면서 감탄을 했다. 다른 나라 전철과 비교했을 때 편리함과 쾌적함을 느낄 수 있어, 세계 제일의 수준이라고 했다. 역사 내부에 있는 널찍하고, 깨끗한 화장실, 지하철 탑승 시 승객들이 질서 있게 대기하고 탑승하는 모습도 그들에게는 신기하게 보였을 것이다. 


  한국에서 전차가 사라지고, 전철이 대중교통으로 되면서 전차를 오랫동안 볼 수가 없었다. 해외를 다니기 시작하면서, 트램(tram)을 러시아에서 처음 만났고, 미국, 유럽 등 여러 나라에 교통수단으로 자주 볼 수 있었다. 샌프란시스코의 전차는 관광용으로 유명했고, 밀라노의 구시가를 달리는 전차는 좁은 도로에서 곡예를 부리는 모습이 신기했다. 트램은 친환경 교통수단이지만, 차선 하나가 별도로 필요해 좁은 도로에서는 교통 혼잡을 초래하는 단점이 있다.

  교통 혼잡이 극심한 해외의 대도시에서 전철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일본의 전철은 차량 폭이 좁아 혼잡도를 느꼈고, 지하철에서는 핸드폰이 잘 터지지 않는 불편함이 있었다. 미국, 독일, 프랑스 등 여러 나라의 전철도 타국이어서인지 불편함을 많이 느꼈다. 한국의 전철이 다른 나라에 비해서 여러 가지로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우수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근래에 용량 부족과 낮은 서비스 수준 때문에 쫓겨났던 전차가 전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미세먼지 환경오염과 고령화 시대에 전차가 가진 친환경성과 높은 접근성이 다시 주목받고 있기 때문이다. 전차는 자동차와 달리 전기로 달리며, 지하철과 달리 지상에서 탈 수 있다. 최신 전차는 낮은 용량과 속도로 열차를 여러 량 연결하고, 도로통합 첨단신호를 도입해 해결하였다. 차량도 최신형으로 새로 만들었다.

  전철 시대에 ‘애물단지’ 취급받았던 전차가 보행자와 자전거 시대를 맞으면서 '경전철'로 다시 돌아오고 있다. 한국에서는 최근에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지하철의 대체 교통수단으로 검토되고 있다. 경전철은 전철보다 건설비가 적게 들고, 공사 기간이 짧다. 주로 지자체에서 많이 도입하고 있는데, 전철의 간선 역할을 하면서 지역사회에 필요한 교통으로 자리 잡고 있다.


  한국 전철은 지난 50년간 도약적인 발전을 했다. 연간 전철 이용자 수는 35억 명에 육박하고 있어, 중국, 일본에 이어 세계 3대 전철로 도약했다. 실제 인구 대비 이용자 수로 환산하면 세계 최대의 이용자 수를 보이고 있지만, 편리성이나 쾌적함 등을 생각한다면 다른 나라보다 월등하다. 특히, 한국 이용 승객들의 질서와 전철의 안정성은 세계 최고라고 자부할 수 있다.

  얼마 전 지공선사(地空禪師) 클럽에 가입하면서 전철은 든든한 다리 노릇을 하고 있다. 어디를 가더라도 이제는 전철의 편안함을 즐기기 위해 건강을 유지해서 더 오래 살아야겠다. 정부의 보살핌에 보답을 하기 위해서라도 열심히 지공선사가 되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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