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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화. 탐라국 건국 신화의 혼인지

나는 올레길을 걷고 있다 / 연재 수필

by 김창수

잔디밭에서 뛰어노는 아이들의 모습을 뒤로하고, 성당 안으로 들어가 성모상 아래에 꿇어앉아 기도를 드렸다. 뭉클해졌던 가슴이 조금은 가벼워졌다. 오래 떨어졌던 아이들에게 잘해주지는 못했지만, 부모로서 더는 부담을 주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성당 밖으로 나와 성산일출봉이 보이는 성당 앞에 세워진 십자가에 매달려 있는 예수님의 모습을 보며, 잠시 걸음을 멈춰 묵상(默想)했다.

오조리 중심가로 들어서니 도시에 온 듯했다. 바닷가와 오름만 걷다가 반듯한 빌딩, 분주한 사람과 자동차들 그리고 건널목 앞 빨강 신호등에 서서 녹색불로 바뀔 때까지의 기다림이 그러했다. 도시 생활에서 벗어나 자연 속으로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벌써 도시의 때를 벗어난 기분이 느껴졌다. 더운 날씨에 이미 물통은 비어있었다. 대수산봉 오르기 전에 카페에 들러 몸을 식히면서 얼음물 한 통을 가득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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