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올레길을 걷고 있다.
배낭을 베개 삼아 벤치에 누워서 파란 하늘에 구름이 흘러가는 곳을 한참 따라가다가 그늘의 시원함에 잠시 눈을 붙였다. 간세 옆이라 문 여는 소리가 들려 눈을 뜨니 외국인이 스탬프가 두 개 있어 뭐를 찍어야 할지 잠시 당황하는 모습이 보였다. 종착점과 시작점이 같을 때는 두 개를 다 찍어야 한다는 말에 얼굴이 밝아졌다. 독일에서 왔다는 그 친구의 모자에 ‘한국인’이라는 로고를 보면서 한국에 대한 사랑을 느꼈다.
쇠소깍 상류 하천에서 산책로를 따라 걸어가면서 깊고, 시원하면서도 맑아 보이는 푸른색을 띤 효도천을 보았다. 검은 모래로 뒤덮인 쇠소깍 해변 너머 회색빛 구름 아래로 5코스에서 계속 보이던 지귀도가 있었다. 처음에는 바다에 그냥 떠 있는 섬 같았지만, 당장이라도 바다 밑으로 가라앉을 듯했다. 가을 하늘과 바람을 느끼며 걷다가 내리쬐는 햇볕은 피할 수 없어 얼굴을 덮은 모자를 꾹 눌러쓰고 끈을 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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