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화. 마지막 눈인사

나는 마지막 여행을 떠난다 / 연재소설

by 김창수

가을이 몇 해 지나갔다. 하늘에는 하얀 눈이 내리고 있었다. 아내는 병실 밖에 쌓여가는 눈을 보면서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어제 담당 의사가 한 말이 떠오르는 듯했다. 몸속에 암이 이미 다른 곳으로 많이 전이된 상태라 항암치료를 지속해서 받아야 한다고 했다. 아내의 머리에는 ‘죽음’이라는 단어만 득실거리고 있을 것이다. 가끔 아이들과 S의 얼굴이 교차할 것이다.

평생 아파보지 않았던 아내가 하얀 병실에서 하얀 눈을 보며, 온 세상이 하얗게 보이겠지. S는 이런 상황을 이미 알고 있었다. 몇 년 전 담당 의사가 5년 생존 확률이 10% 정도 된다고, 마음의 준비하라는 말을 기억했다. S는 그녀의 아름다운 눈동자에 파묻혀 살았는데, 아내를 위해서 해줄 수 있는 일이 하나도 떠오르지 않았다. 아내 모르게 흘린 눈물도 이제 마르기 시작했다.

S는 강의가 끝나면 학교 근처에 있는 아내가 입원한 대학병원으로 뚜벅뚜벅 걸어갔다. 이제는 그녀에게 해줄 말도, 그녀의 눈동자를 볼 수도 없었다. 아내는 S가 들어와도 반응하지 않았다. S는 점점 무뎌져 가는 그녀의 표정이 안쓰러웠다. 그녀가 좋아하는 부드러운 티라미수 롤케이크를 건넸으나, 입에 대지도 않았다. S는 고민 끝에 담당 의사와 협의해서 아내를 집으로 옮기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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