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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르 Ohr Dec 23. 2021

18권 셋째 전투날 밤, 아킬레우스의 갑옷

호메로스의 《일리아스》 읽기 18권


<일리아스> 10권에서 두 번째 전투날의 마감을 알리는 밤이 찾아 온 이후로, 18권에서 처음으로 밤이 찾아왔다. 해가 지는 것은 세 번째 전투날이 종료되었음을 알리는 중요한 신호이다. 밤은 음악의 간주곡과도 같고, 연극의 막간 휴식과도 같은 역할을 한다. 이제 클라이맥스를 향해서 무대를 준비한다. 영웅 아킬레우스가 등장하고 헥토르와 일전을 치르게 될 것이다. 세 번째 전투날이 마치고 밤이 찾아온 <일리아스> 18권에서는 아킬레우스의 새 갑옷을 제작하는 내용을 다루고, 트로이 진영에서 성문 앞에서 야영을 하기로 결정하고 내일 결전의 날을 기다리는 장면을 보여준다.



아킬레우스의 엄청난 통곡 소리를 들은 어머니


네스토르의 아들 안틸로쿠스가 파트로클로스의 죽음 소식을 아킬레우스에게 알린다. 전투는 파트로클로스의 시신을 둘러싼 쟁탈전이라고 말해주었다. 아킬레우스는 극도의 슬픔에 빠져 살 의욕을 상실하고 주먹으로 땅을 치며 흙을 얼굴에 뿌린다. 


슬픔의 먹구름이 아킬레우스를 덮쳤다. 그는 두 손으로 흙을 파헤쳐 머리에 퍼부어 수려한 얼굴을 더럽히고, 그의 향기로운 옷에도 검은 재를 뒤집어썼다. 머리카락을 쥐어뜯고 몸을 땅바닥에 눕고  뒹굴며 통곡한다. 여인들도 달려와 가슴을 치며 울다가 반쯤 까무러치기까지 한다. 안틸로코스는 아킬레우스의 두 손을 꼭 잡고 옆에서 통곡한다. 혹시 자해하지 않을까 겁이 났기 때문이다.


어머니는 갓난아기의 소리에 민감하다. 아킬레우스는 갓난아기도 아닌데, 어머니 테티스 여신은 -1권에서 그랬듯이- 이번에도 아들의 통곡소리를 듣고 비명을 지른다. 바다 밑에 있는 네리우스(Nereus)의 딸들이자 동생들이 모두 와서 언니들이 울면서 언니와 함께 아킬레우스에게로 왔다. 어머니의 형제들 이모들이 많이 위로가 되고 편하지. 이모들 이름이 열거되어 있는데 그 가운데 외눈박이 거린 폴리페모스가 사랑한 여인 갈라테이아(Galatea, 피그말리온이 자기 조각에 붙여준 이름)가 눈에 띈다. '모든 요정들이 테티스와 함께 왔다'는 것은 그토록 아킬레우스의 슬픔이 컸다는 것을 보여준다.



마음을  돌이켜 전투에 나가기로 한 아킬레우스


"아들아, 왜 울어? 무엇 때문에 우는데? 감추지 말고 이 어미에게 말해봐!" 최고의 영웅 아킬레우스에게도 자애로운 어머니가 있었다. 아킬레우스는 절친이 죽은 것을 말하고, 아버지 테티우스가 주신 갑옷도 빼앗겼다고 말하면서,  헥토르에게 복수하고야 말겠다고 말한다. 만일 헥토르를 죽이고자 하면 너도 죽을 것이라고 어머니 테티스가 말한다. 아킬레우스는 '차라리 죽는 게 낫다. 무슨 일이 있어도 헥토르를 죽이고 말겠다'고 결심한다. 헥토르의 슬픔은 분노로 바뀌었다. 이것을 아킬레우스의 영웅성이라고 말한다. 많은 선물과 보상을 위해서나, 아가멤논 왕을 위해서도 싸움에 나가지 않다가 친구가 죽자 싸움에 나가기로 결심한 것이다. '전우가 죽었는데 도와주지 못하니 살아서 고향땅에 돌아가지 않겠다'고 말한다. 


분노란 똑똑 떨어지는 꿀보다 더 달콤하여 사람의 마음속에서 연기같이 피어오르는 법이죠. 아가멤논이 그렇게 저를 화나게 했지요. 하지만 이제는 끝났어요. 지난 일은 잊어버리고 필요에 따라 제 마음을 굴복시키려고 합니다. 난 나갈 거예요! 헥토르와 싸우겠어요. 운명이야 제우스와 온 신들이 주시는 대로 달게 받겠어요. 제우스의 최고 사랑을 받은 헤라클레스도 죽음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없었지요. 운명과 헤라 여신이 무서운 분노로 헤라클레스를 쓰러뜨렸죠. 그런 운명이라면, 저는 죽게 되는 날 죽겠습니다. 그러면 저는 명성(fame)을 얻게 될 것이고, 트로이와 다나안 족 여인들이 나의 죽음을 슬퍼하여 두 뺨에 눈물을 흘리게 하고 싶습니다. 내가 전쟁터에 나타나지 않아 마음이 쌩한 사람들이 더 이상 쌀쌀하지 않게 될 것입니다. 


임박한 죽음을 감지한 듯 아킬레우스는 어머니 테티스에게 자신의 출전을 말한다. 위대한 죽음, 위대한 영광. 이것이 아킬레우스의 계획이다. 지금 아킬레우스의 갑옷은 헥토르가 가져가서 입고 있으니, 대장장이의 신 헤파이스토스에게 가서 새 갑옷을 준비해 오겠다고 어머니 테티스가 말하면서, 헥토르에 대한 복수는 다음 날 - 네 번째 전투날 -로 미루기로 한다. 테티스는 새 갑옷을 만들기 위해서 헤파이스토스의 궁전이 있는 올림포스 산으로 떠났다.


헤라가 이리스 여신을 전령으로 보내서 파트로클로스의 시신을 확보하도록 아킬레우스를 설득한다. 아직 파트로클로스의 시신을 위한 쟁탈전이 끝나지 않았다. 헥토르가 세 번이나 파트로클로스의 시신의 발을 잡았고, 두 아이아스가 세 번이나 그런 헥토르를 쳐냈다. 이 때 헤라는 무지개 여신 이리스를 전령으로 보내서 아킬레우스에게 전쟁터에 나가서 모습을 보이라고 말한다. 갑옷이 없는데 어떻게 나가서 싸우느냐, 나가지 않겠다고 아킬레우스가 말하자. 이리스는 영웅 아킬레우스가 모습을 보이는 자체가 지친 트로이아 군에게 위협이 되어 파트로클로스 시신을 포기하고 도망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아킬레우스가 막사를 나가자, 아테나 여신이 그의 어깨에 신의 방패(Aegis)를 걸쳐주고 머리에 황금 구름을 두르고 번쩍이는 불길이 타오르게 한다. 아킬레우스가 아테나 여신이 불어넣어준 힘으로 세 번 소리를 지르자 트로이아인들이 혼란에 빠져, 자기편들끼리 전차와 창에 치이고 찔려 쓰러진 장수가 열 두 명이나 되었다. 그러는 사이에 파트로클로스 시신을 안전하게 확보했다. 아킬레우스는 친구의 시신을 보고 뜨거운 눈물을 흘린다. 



이제 해가 지고 저녁이 되었다


<일리아스> 18권 238행이다. 11권부터 18권 여기에 와서 세 번째 전투가 끝났다. 이제 밤으로 들어간다. 올림포스 산에서는 아킬레우스의 새 갑옷을 밤새 제작하고 있고, 트로이 진영에서는 회의가 벌어졌다. 지혜로운 참모 판토오스의 아들 폴리다마스가 아킬레우스가 내일 전투에 나올 것이니 성안으로 후퇴해서 들어가자고 제안한다. 그러나 헥토르는 죽을 운명인지, 폴리다마스의 살 길을 거부하고, '지금까지 제우스가 우리 편을 들어주었으니, 오늘도 성 밖에서 야영을 하고 날이 새면 함선으로 가서 결전을 벌이자. 아킬레우스가 나타나면 내가 상대하겠다'고 한다. 트로이 군이 환호하며 헥토르의 의견에 동의해서 야영을 하기로 결정했다.


호메로스는 헥토르가 지혜로운 폴리다마스의 조언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에 대하여 "아테나 지혜의 여신이 그 순간 헥토르에게 나쁜 결정을 따르도록 지혜를 빼앗았다"라고 표현한다. 지혜로 신이 주지 않으면 안된다는 사상을 보여준다. 헥토르가 아킬레우스의 갑옷을 입은 것은, 자신도 아킬레우스처럼 신과 같이 싸울 수 있음을 상징하는데, 이는 열등의식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아킬레우스의 새 갑옷'은 누구도 상대할 자가 없음을 뜻하는 것이니 헥토르의 죽음이 임박해 보인다. 남의 옷을 입는 것, 남을 모방하는데 그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다윗이 골리앗을 물리칠 때 다윗은 사울 왕의 갑옷과 무기를 거부하고 자기 방식으로 싸움에 나간 것과  대조적이다.


파트로클로스, 나도 그대를 따라 지하로 가리다. 그러나 헥토르를 죽인 다음에 그대의 장례식을 치를 것이오. 그대를 화장할 때 트로이의 인재 열 두 명의 목을 벨 것이오. 그대의 죽음이 나를 노엽게 했기 때문이오.


아킬레우스는 친구의 복수를 위해서 싸우기로 결심하고 이렇게 말한다. 그리고 큰 세 발 솥에 불을 지펴서 시체의 피를 씻도록 지시했다. 몸을 씻고 기름을 바르고 상처에 아홉 해 묵은 고약을 발라서 관을 놓은 대 위에 시체를 놓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흰 천으로 싸서 몸을 덮었다. 아킬레우스와 뮈르미돈 족은 밤새 파트로클로스의 죽음을 애도했다.



하늘에서도 내일 벌어질 전투를 준비한다


이 밤에 트로이 진영에서도 대책회의를 했고, 그리스 진영에서는 파트로클로스의 죽음을 애도하며 다음날 전투를 준비하고, 하늘에서도 제우스가 아내 헤라와 의논을 벌인다. 


제우스: "결국 당신의 뜻대로 아킬레우스가 싸움에 나가게 되었구려."


헤라: "제우스여, 무슨 말씀을 그리하십니까? 우리보다 못한 인간도 다른 사람을 돕는데, 여신이요 신들의 왕 제우스 부인인 제가 못마땅하게 여기는 트로이를 위해서 악을 꾸밀 수도 있는 것 아닙니까? 


올림포스 산, 헤파이스토스(Vulcan)는 그를 찾아온 테티스를 반겨 맞는다. 헤파이스토스의 아내는 아프로디테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여기서 소개되는 아내는 카리스(Charis)이다. 카리스가 그녀를 보고 베일을 날리며 뛰어나와 손을 잡고 반긴다. 헤파이스토스는 테티스를 은인으로 여기고 있었다. 자기가 절름발이여서 부모가 버렸을 때 그런 고통당하는 헤파이스토스를 거두어서 보살펴주었기 때문이다. 


어서 오세요, 내가 불운한 실패를 당했을 때, 내 생명을 구해 주신 은인이시여. 모두 어머니가 하신 일이니 염치없는 일이었지. 내가 다리병신이라고 어머니가 감추려다가 그러셨다고. 에우리노메와 테티스 님께서 진심으로 나를 잡지 않았다면 나는 끝장이 나고 말았을 거요. 나는 9년 동안이나 신세를 지면서 아름다운 장식품, 브로치며 나선형 권패, 장미꽃 모양의 장식, 목걸이 들을 수없이 많이 만들어 드렸죠. 성스러운 동굴 속에서 말이오. 


바다의 여신 테티스를 맞이하며 헤파이스토스가 하는 말이다. 1권에서 헤파이스토스는 제우스 때문에 절름발이가 된 것으로 소개되었고, 18권에서는 어머니 헤라가 절름발이 아들을 집어던진 것으로 기술하고 있다. 테티스는 아킬레우스를 위해 새 갑옷을 만들어달라고 하면서, 구체적으로 방패, 투구, 정강이받이와 가슴받이를 만들어달라고 한다. 



아킬레우스의 새 갑옷


헤파이스토스가 만들어준 아킬레우스의 새 갑옷은 아킬레우스를 당할 자가 없음을 보여준다. 새 방패를 만들고 방패 위에 여러 문양들을 그렸다. 전쟁과 평화, 추수와 결혼, 우주와 별자리, 두 도시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들을 그림으로 그린 것이 479-608행까지 길게 묘사되어 있다.


올림포스 산의 궁전을 찾아온 테티스에게 아들 아킬레우스의 방패를 만들어주는 헤파이스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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