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르 Ohr Dec 24. 2021

19권 아킬레우스와 아가멤논의 화해

호메로스의 《일리아스》 읽기 19권

새 날이 밝았다.


네 번째 전투날이 시작되었다. 샤프론 색의 옷을 입은 새벽의 여신 오로라(Aurora)가 오케아노스 강으로부터 떠올라 유한한 존재와 불멸의 존재들에게 빛을 비춘다. 네 번째 전투일이 밝았다. 아가멤논과 아킬레우스가 다툰 지 17일째 되는 날입니다. 테티스 여신은 헤파이스토스가 만들어준 아킬레우스의 새 갑옷을 전달한다. 동료들과 함께 파트로클로스 시신 곁에서 애도하고 있던 아킬레우스가 새 갑옷을 받고 영광스러운 신의 선물로 알고 흡족해하면서도 파트로클로스 시신이 상하지 않을까 걱정한다. 새 갑옷이 너무도 빛나서 뮈르미돈 군인들이 그것을 쳐다보기를 두려워했고 아킬레우스는 어머니에게 감사하며 말한다.


"어머니, 이 갑옷은 불멸의 신의 솜씨입니다. 인간으로서는 도저히 만들 수 없는 것이군요. 이제  이 갑옷을 입고 떠나겠습니다. 그러나 친구의 상처에 파리가 덤빌까 걱정입니다."


테티스는 염려하지 말라며 파트로클로스의 콧구멍에 신들의 기름인 암브로시아와 신들의 술인 넥타르를 부어 방부처리를 한다. 어머니는 아들에게 지도자 회의를 열 것과 아가멤논에 대한 분노를 거두고 unsay your anger against Agamemnon 무장을 하고 출전하라는 당부를 한다. 아킬레우스가 해변을 따라 걸으면서 장군들의 회의를 소집한다. 부상당한 아가멤논, 오디세우스, 디오메데스와 원로 네스토르를 포함한 많은 지휘자들이 모였다. 회의에서 아킬레우스와 아가멤논이 화해를 하고 아가멤논은 주기로 약속했던 보상들을 아킬레우스의 여자 브리세이스와 함께 돌려준다.


아킬레우스가 죽은 파트로클로스의 시신 곁에서 애도하는데 새벽에 테티스가 (헤파이스토스가 만들어 준) 새 갑옷을 아들에게 전해준다.



아킬레우스와 아가멤논의 화해


화해를 할 때 사과가 먼저일까 용서가 먼저일까? 회의를 소집한 아킬레우스가 화해를 주도한다. 아킬레우스는 자신의 분노가 어리석었음을 말하면서 '한 소녀(브리세이스)'때문에 두 사람이 원한을 품은 것은 바람직하지 않았고, '차라리 그녀의 도시를 파괴하고 그녀를 데려올 때 날아오던 화살에 그녀가 죽었더라면 더 낫다!'고 말한다. 로맨틱하지 않은 말이지만, 한 소녀 때문에 이토록 많은 사상자가 발생했고, 친구 파트로클로스도 잃게 된 것을 후회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우리의 불화로 손해만 보고 헥토르와 트로이인만 이득을 보았으니, 이제는 화해를 하자'고 한다.


그러나 이제 더 이상 그 이야기는 하지 맙시다. 과거를 잊고 운명에 맡깁시다. 왜 나 같은 유한한 인간이 결코 꺼지지 않을 분노에 불타는 것은 어리석은 짓입니다. 나는 더 이상 분노하지 않겠습니다. 이제 전투에 나갑시다.


1715년 Alexander Pope 영어 번역본이다. 아가멤논이 앉은자리에서 말한다. 그리스인들이 종종 자기를 비난했지만, 책임은 나에게 있지 않고 복수의 여신 제우스의 딸 아테(Atë , Ruin )가 아킬레우스와 싸우는 순간 내 판단력을 흐리게 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한 마디로, 그 때 내가 뭐에 씌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아킬레우스로부터 내가 명예의 선물(브리세이스)를 빼앗던 그 날, 복수의 여신 아테가 내 맘속에 사나운 광기를 보내었기 때문이오. 신이 모든 일을 진행하는데 난들 어쩌겠소? 아테 여신은 제우스의 맏딸로 모든 이의 마음을 눈멀게 하는 잔혹한 여신이오. 내가 눈이 어두웠소, 제우스 신이 내 분별력마저 빼앗아 가서 그리된 일이니 나는 보상하기 위해 어떤 속죄라도 달게 받겠소.


아테의 여신이 제우스를 속인 것은 '헤라클레스의 출생'과 관련하여 헤라가 제우스를 맹세하게 하고 속일 일화와 연관된다. 복수의 여신(아테)에 관하여는 9권에서 포이닉스가 아킬레우스에게 한 내용과 일치한다.


아가멤논은 아킬레우스의 마음을 상하게 한 것은 본심이 아님을 고백하고 속죄하겠다고 한다. 말만이 아니라 이전에 9권에서 아킬레우스 사절단을 통해서 약속했던 보물과 함께 브리세이스를 돌리 주기로 한다. 아킬레우스는 죽을 운명을 직감한 마당에 그런 선물이나 심지어 명예의 선물(브리세이스)가 돌아오는 것에도 그리 기쁜 처지가 못된다. 아킬레우스는 오로지 복수를 위해서 싸울 생각뿐이다. 이 때 오디세우스가 아침을 먹어야 병사들이 힘을 쓴다며, 먼저 아침식사를 하자고 한다. 아가멤논도 동의한다. 아킬레우스는 전쟁에서 복수하기 전에는 먹지도 않겠다고 말한다.



오디세우스의 중재


오디세우스가 음식은 산 자를 위한 것이고 병사들이 먹어야 싸울 수 있다고 아킬레우스를 설득하고, 아가멤논에게는 아킬레우스에게 약속한 선물을 당장 가져다주고, 갈등의 원인이었던 브리세이스에게 절대 손도 대지 않았다는 것을 맹세하기로 제안한다. 그리고 장수들에게 진수성찬을 베풀고, 장차 백성들에게 공정하게 대해 줄 것을 아가멤논 왕에게 중재안으로 건의한다. 이에 아가멤논이 동의하고 제우스와 태양신에게 제물로 수퇘지 한 마리를 준비한다. 아킬레우스는 전쟁에 나가고 싶어 안달이어서, 그런 절차는 나중에 하자고 주장한다.


오디세우스는 절차의 중요성과 식사의 중요성을 말한다. 오디세우스가 복수의 일념에 사로잡힌 아킬레우스를 진정시킨다. 오디세우스 본인이 몇 사람을 데리고 아가멤논의 막사에 가서 약속했던 선물을 가져온다. 아가멤논도 제물을 제우스와 태양신에게 바치고, 결코 브리세이스를 손대지 않았다고 맹세한다. 오디세우스의 중재안을 그대로 따른 것이다.


음식을 먹는 동안에 약속한 선물을 아킬레우스의 캠프로 운반한다. 아가멤논은 맹세코 갈등의 원인이었던 브리세이스를 손대지 않았다며 구차한 설명을 하지만, 아킬레우스는 더 이상 아랑곳하지 않고 '적절하게 알아서 하라'고 말한다. 아침식사가 끝나고 모든 선물들이 아킬레우스의 배로 옮겨졌다. 이제 해산을 하고 막사로 돌아간다.


아프로디테만큼 화려한 브리세이스가 창에 찢기고 잘린 파트로클로스의 시체를 보자 그 위에 엎드려 신세한탄을 하며 울기 시작한다. 파트로클로스의 죽음을 애도하는 동시에 가족들의 죽음과 자신의 처량한 신세를 애도하는 것이다. 자기 성이 무너졌을 때 남편이 창에 난자하게 죽은 것과 세 오빠도 죽은 것, 아킬레우스가 죽였다는 표현이 있는데 그 사람과 함께 산다는 것은 가히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 그리고 포로로 끌려왔을 때, 위로해 준 사람이 파트로클로스였다. '울지마시오. 아킬레우스께서 프디아(Phthia)로 데려가서 정실로 맞아 성대한 결혼식을 베풀어주겠다'고 약속했던 그의 죽음 앞에서 브리세이스와 포로로 함께 잡혀 온 여인들까지 통곡한다.


왼쪽의 원로는 포이닉스, 다음은 아킬레우스, 죽은 파트로클로스 시신 위에 아프로디테만큼 화려한 '명예의 선물' 브리세이스가 애도하고 있다.


아킬레우스의 출전 준비


원로들이 아킬레우스에게 식사를 권하지만 슬픔때문에 식욕이 없다며 거절한다. 아킬레우스는 친구 파트로클로스의 죽음에 대한 슬픔은 지금쯤 돌아가셨을 것이 분명한 아버지 펠레우스(Peleus)의 별세소식보다 더 충격적이고, 생존을 알지 못하지만 스퀴로스에 있을 아들 네오프톨레모스(Neoptolemus)가 죽었다 해도 이처럼 슬프지는 않으리라고 말한다.


친구 파트로클로스의 죽음에 대한 슬픔은, 아버지의 별세 소식보다 더 크다. 만일 내 사랑하는 귀여운 아들 네오프톨레모스가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어도 이보다 더 충격적이지는 않으리라.

친구 파트로클로스의 죽음이 얼마나 충격적이었는지를 아킬레우스가 표현한다. 식음을 전폐한 아킬레우스를 바라본 제우스가 아테나 여신을 시켜서 신의 음료인 넥타르와 암브로시아로 아킬레우스를 보살피라고 명령한다. 아킬레우스는 새 갑옷을 입고 그의 전차에 올라탄다. 군사들과 아킬레우스가 무장을 하는 장면이 묘사되는데 <일리아스>에서 무장을 하는 마지막 장면이다. 투구, 방패, 갑옷, 창 등에서 반사되는 "빛이 하늘을 채웠다" 아킬레우스가 갑옷으로 무장하니 참을 수 없는 슬픔이 가슴에 깊이 사무쳤다. 무장을 하고 아킬레우스는 갑옷이 잘 맞는지 사지를 놀리며 불편하지 않은지 시험해본다. '마치 날개가 달린 듯 허공으로 날아갈 것 같았다.' 아킬레우스가 가진 창은 다른 사람들은 휘두를 수가 없었다. 이 창은 그의 스승 케이론에게서 얻었는데 아킬레우스만이 다룰 수 있었다.


아킬레우스의 말에게

"발리오스(Balius), 크산토스(Xanthus)! 너희들 날쌘 발의 신의 후예여! 충분히 싸우고 전투를 끝내면 주인을 후방으로 안전하게 모시도록 하여라! 파트로클로스처럼 그 자리에서 죽게 버려두지 마라!"


예쁜 발리오스가 인간의 음성으로 말을 한다.

"위대한 아킬레우스 님, 이번에는 결단코 주인님을 구하겠습니다. 그러나 주인님께서는 운명하실 날이 가까웠습니다. 우리가 나쁜 게 아닙니다. 위대한 신과 운명 때문입니다. 주인께서는 신과 인간의 힘에 돌아가시게 될 것입니다."


아폴론 신과 파리스의 죽게 될 운명임을 말이 알려준다. 아킬레우스는 그런 말을 할 필요가 없다, 이미 나도 잘 안다. '만리타향 부모를 멀리하고 이곳에서 죽을 운명이란 것은 나도 잘 안다.'고 했다. 중요한 것은 복수이지, 자기 목숨을 잃는 것이 두렵지 않다는 각오를 선보인다. 이제 네 번째 전투가 시작된다.


아킬레우스의 마부 아우토메돈와 불멸의 말 발리오스와 크산토스.








작가의 이전글 18권 셋째 전투날 밤, 아킬레우스의 갑옷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