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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르 Ohr Dec 25. 2021

20권 넷째 전투일, 신들의 전쟁

호메로스의 《일리아스》 읽기 20권

<일리아스> 20권은 '신들의 전쟁(Theomachy, 테오마키)'으로 불린다. 아킬레우스의 맹활약이 기대된다. 



올림포스 신들의 회의


네 번째 전투를 하는 날 아침, 올림포스 산에서 제우스가 신들을 소집한다. 제우스는 '신들은 전쟁에 관여하지 말라'는 명령을 철회하고, 편들고 싶은 편을 들어도 좋다고 말한다. 그만큼 앞으로 전개될 전투가 치열하다는 것을 보여주기도 하고, 아킬레우스가 천하무적임을 암시한다. 만일 신들이 관여하지 않는다면 복수에 불타는 아킬레우스가 일방적으로 트로이와 그 도시를 압도할 것이 분명하다는 것이 제우스의 판단이다. 16권에서 아폴론은 일리오스 성이 파트로클로스나 아킬레우스에게 함락되지 않을 운명임을 미리 알려주었다.


"트로이군은 펠레우스의 아들의 빠른 발 앞에 잠시도 지탱하지 못할 테니 말이오! 그의 동지의 죽음으로 분노에 불타고 있으니, 아마도 정해진 운명 전에 트로이 시를 휩쓸어 버리지 않을까 두렵소."


아킬레우스가 일방적으로 트로이를 압도할 것을 우려하여 신들이 전쟁에 참여하는 것을 제우스가 허락한다. 그리스 진영의 신들은 헤라, 아테나, 포세이돈, 헤르메스, 그리고 헤파이스토스이다. 트로이 군 편에는 아레스, 아폴론, 아르테미스, 레토, 아프로디테와 크산도스이다. 포세이돈에게는 포이보스 아폴론이 맞서고, 전쟁의 신 아레스에게는 아테나가 맞서고, 헤라에게는 활의 여신 아르테미스가 맞서고, 레토에게는 전령 헤르메스가 맞서고, 헤파이스토스는 강의 신 크산토스 신들은 크산토스라고 부르지만 인간은 스카만데르(스카만드로스)라고 부르는 강 이름 가 맞서는 형국이다. 신들이 전쟁이 벌어지는 땅으로 내려간다. 비록 신들이 전쟁에 편드는 것이 허용되지만, 그들은 꼭 필요한 때가 아니면 관망하기로 결정하고 전쟁터가 바라보이는 맞은편 언덕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 모습이 스포츠 경기를 관람하는 관중 같다. 실제 전투는 21장에 벌어진다. 


그리스 편을 드는 포세이돈과 아테나 여신



아킬레우스와 아이네아스의 대결


아이네아스 : 아폴론이 편들다.

아킬레우스 : 헤라와 포세이돈이 응원한다.


아킬레우스는 오로지 헥토르를 찾아내어 싸울 생각만 했지만, 아폴론은 트로이아인 뤼카온(Lycaon)의 모습으로 변장하여 아이네아스에게 다가가 아킬레우스를 공격하라고 부추긴다. '일대일로 싸우면 당신의 위세가 등등해질 것'이라는 것이다. 아이네아스가 대결을 꺼리는 듯하다. 전에 대결했을 때 쫓겨났던 일을 기억하면서 보통 인간의 힘으로는 상대할 수 없다고 꼬리를 내리지만, 아이네아스의 어머니도 불멸의 신이라는 것을 상기시켜준다. 아폴론의 말은 '너는 제우스의 딸 아프로디테의 아들이고, 아킬레우스는 단지 바다의 여신(테티스)의 아들이니 꿀릴 것이 없다'는 것이다. 이 말에 아이네아스가 용기를 얻어 아킬레우스에게 도전한다.


이 광경을 내려보면서 헤라 여신이 자기편 신들에게 말한다. '포세이돈, 아테나여, 어떻게 하면 좋겠소. 아폴론이 아이네아스를 보내서 아킬레우스와 대결을 시키네. 누가 아킬레우스에게 가서 용기를 북돋아주도록 하시오.' 포세이돈이 말한다. '신들이 직접 관여하는 것은 좋지 않으니 가만히 지켜보고 손을 뗍시다. 만일 아레스나 아폴론이 개입하면 그때 가서 우리도 개입하면 됩니다.'라고 말한다. 


아이네아스와 아킬레우스가 서로 다가간다. 아킬레우스가 이전에 상대가 도망쳤던 일을 상기시키면서 조롱하며 말한다. '한번 혼났으면 됐지 아직도 정신 못 차렸소? 점잖게 말할 때 물러나시오.' 아폴론이 아이네아스에게 지체 높은 가문의 족보를 읊으라고 코치한다. 아이네아스는 자신이 아프로디테의 아들인 것과 제우스에게서 태어난 다르나노스부터 시작하여 트로이 역사를 말한다. 두 사람이 맞붙어서 서로 창을 던진다. 아킬레우스의 새 방패를 뚫을 수가 없다. 아킬레우스가 던진 창은 상대의 방패 가장자리를 뚫지만, 몸을 맞추지는 못했다. 창이 땅에 박혀서 바르르 떨다가 멈춘다. 두 영웅이 육탄전을 벌인다. 아킬레우스는 칼을 뽑고, 아이네이아스는 옆의 큰 돌을 집어 들어 공격한다. 


포세이돈이 개입한다. 그리스 편으로 참여한 신인데, 그가 편드는 것은 불리한 상황에 처한 아이네아스이다. 포세이돈이 보기에 신의 아들, 아프로디테의 아들인데, 신의 아들이 죽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본 것 같다. 


포세이돈 : ", 오시오. 아이네아스를 구합시다. 그는 죽음을 당할 운명이 아닌 것이오. 다르다노스의 혈통이 씨도 없이 멸망당하여 대가 끊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지요. 이제 정말 아이네이아스가 트로이 인의 왕위에 올라서 대대손손 이어갈 것이오."

헤라 : "포세이돈이여, 아이네아스에 대해서는 좋을 대로 하시오. 그러나 나와 아테나 여신은 무슨 일이 있어도 트로이를 돕지는 않겠소."


포세이돈은 다르나노스 가문의 씨가 사라지는 것은 제우스도 노여워할 일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포세이돈은 안개로 아킬레우스의 눈을 가리고 아이네아스를 땅에서 훌쩍 들어 올려 다른 곳으로 피신시켰다. 아이네아스만 트로이 전쟁에서 살아남아 아버지 안키세스를 등에 업고 어린 아들 아스카니오스를 데리고 일리오스 성을 탈출하여 배를 타고 지중해로 간다. 카르타고에서 여왕 디도와 사랑을 나누지만 배를 타고 이탈리아 반도에 도착하여 라비니움이라는 도시를 건설했고, 그의 자손 로믈로스와 레무스가 훗날 로마를 건설한다. 이렇게 아이네아스는 트로이의 명맥을 유지한다. 그럼 로마가 트로이를 계승하는 것인가? 포세이돈이 아이네아스 곁에 와서 이렇게 말한다.


"아이네이아스, 대체 어느 신이 몰지각하게 불패의 아킬레우스와 대항하여 싸우라고 명하였는가? 아킬레우스는 그대보다 뛰어났을 뿐만 아니라 신들의 은총도 더욱 받는 사람이다. 그러니 그를 보면 즉시 물러나서 천명도 다 살지 못한 채 하데스로 가는 일이 없도록 명심하라. 그러나 아킬레우스가 전사한 후에는 당당하게 진두에 나서도 좋다. 그 때는 그리스군 가운데 그대를 죽일 수 있는 자는 아무도 없을 테니 말이다."



아킬레우스의 활약


아무도 아킬레우스의 앞길을 막을 수 없었다. 트로이 군은 패닉상태에 빠졌다. 헥토르가 트로이 인들을 격려한다. '아킬레우스를 너무 두려워하지 말라. 내가 그를 상대하겠다.' 그러나 아폴론이 은밀하게 헥토르에게 다가가서 절대 사람들 앞에서 - 대열들 앞에서 - 아킬레우스와 싸우지 말고,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그를 기다리며 조심하라고 일러준다. 헥토르는 아폴론의 조언을 따라서 조심하는데, 아킬레우스가 계속해서 아군을 쓰러뜨리고 있었다. 


마침내 아킬레우스가 헥토르의 동생, 프리아모스 왕의 막내아들 폴리도로스(Polydorus)를 죽일 때까지는 헥토르도 페이스 조절을 잘했다. 폴리도로스는 프리아모스 왕의 가장 사랑하는 아들이고 빨리 달리는 자이지만 아킬레우스보다 더 빠르지는 못했다. 동생 폴리도로스가 죽는 것을 보자, 헥토르는 함성을 질러대며 창을 가지고 아킬레우스에게 도전한다. 헥토르는 아이아스의 상대는 될지언정, 아킬레우스의 상대는 아니다. 아킬레우스를 상대하려면 아폴론 신 정도는 돼야 한다. 헥토르가 위기에 빠지는 것을 아폴론이 두 번이나 구해준다. 헥토르가 아킬레우스에게 던진 창은 아테나 여신이 빗나가게 해 주었다. 여기서 아테나 여신과 아폴론 신의 대결도 펼쳐짐을 알 수 있다. 


프리아모스의 막내아들 폴리도로스의 죽음에 대하여 에우리피데스의 <헤카베>에서는 다르게 설명한다. 전쟁이 발발하자, 폴리도로스는 많은 황금을 트라케로 도피시켰다고 하고, 트로이가 함락되자 트라케 왕 폴리메스토르가 황금이 탐 나서 폴리도로스를 죽여서 바다에 버렸다는 것이다. 포로가 된 헤카베가 해변에서 아들의 시체를 발견하고 트라케로 가서 폴리메스트로에게 복수했다고 한다. @ 에우리피데스 <헤카베>의 이야기


아킬레우스가 트로이 인들을 도륙하는 장면을 호메로스는 이렇게 묘사한다.

바싹 마른 산의 깊은 계곡을 따라 사나운 불길이 미쳐 날뛰고 우거진 숲을 불태우고, 바람은 불길을 몰아 사방으로 번지게 하듯, 아킬레우스가 창을 들고 신과 같이 사방으로 내달으며 적군을 죽이니 검은 대지에 피가 하천을 이루었다.


트로이 진영을 편드는 레토의 자녀 아폴론과 아르테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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