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메로스의 《일리아스》 읽기 23권
"아, 헥토르야! 내 사랑하는 아들 헥토르야! 도움을 받을 전우도 없이 너 혼자 저 아킬레우스와 맞서서는 안 된다. 맞섰다가는 당장에 죽음의 운명이 널 감싸버릴 것이다! 제발 고집을 버려라! 펠레우스의 아들은 너보다 월등히 강한 자이니, 너는 그 자의 손에 죽게 될 것이나. 아, 신들께서 내가 사랑하는 만큼 저 녀석을 아껴주었으면 좋으련만!"
"헥토르야, 내 아들아, 너를 낳아 금이야 옥이야 기른 어미를 불쌍히 여겨라! 아들아, 어미를 잊지 말고 성 안으로 오라. 저 무서운 사나이를 성 밖에 머무르게 하여라! 그와 충돌치 말아라!"
"하지만 내 마음은 왜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일까? 내가 그에게 다가간다고 치자. 내가 갑옷을 벗자 알몸인 채로 부녀자 모양으로 죽인다면 어쩌지? 옛 이야깃거리도 못 되고 청춘남녀가 재미있게 이야기할 때에 보통 나오는 애인들의 아기자기한 잡담거리도 못 된다! 즉시 행동으로 옮김이 옳을 것이다. 어느 편에 올림피아 주신께서 승리를 주시나 보자!"
"헥토르여, 나는 네 소행을 잊을 수가 없다. 그 따위 흥정은 하지 마라. 사자와 인간 사이에는 휴전이 있을 수 없다. 이리와 양은 친할 수 없다. 이들은 항상 서로를 증오한다. 그러니 그대와 나 사이에 사랑이 있을 수 없다. 둘 중에 하나가 쓰러져서 피로 아레스 군신의 배를 채우기 전에는 휴전은 있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