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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르 Ohr Dec 16. 2021

파혼 후, 베를린에 가서 이 책을 쓰기 시작하다

<이것이냐 저것이냐> (1843) 키에르케고어의 최초의 저술 안내서

<이것이냐 저것이냐>(EO; Either/ Or)는 키에르케고어의 박사논문 <지속적으로 소크라테스에게 일치하는 아이러니의 개념>(1841.7.16. 발표)을 제외한 최초의 저술이다. 이 방대한 책 속에 앞으로 그가 저술할 20여 권의 청사진이 들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책에는 인생의 세 가지 실존인 심미적 실존, 윤리적 실존, 종교적 실존이 다 담겨 있다. 이후의 저술에서 이를 더 펼쳐가고 물음에 대한 대답을 제시하고자 했다.



1841년 베를린에서 겨울을 보내며 EO를 쓰다


1841년 10월 11일, 레기나와 파혼했다. 파혼 이후에 키에르케고어는 본격적으로 저술을 시작한다. 2주간 코펜하겐에 머물다가 10월 25일, 1년 반 체류할 목적으로 독일의 베를린에 갔다. 당시에 쉘링(Friedrich Wilhelm Joseph Schelling)의 강의가 인기였다. 당시 베를린은 유럽의 지적(知的) 중심지였다. 헤겔 철학을 깨부수는 쉘링의 강의를 기대하고 간 것이다. 그런데 쉘링의 강의는 "참을 수 없는 헛소리"여서 대실망을 했다. 그 강의실에 마르크스주의의 창시자 엥겔스(Friedrich Engles)도 함께 있었다. 그곳에서 겨울을 보내면서 매일 강의 3~4개를 들었고, 매일 어학공부를 했고, <이것이냐 저것이냐>의 많은 부분을 저술하고 있었다. 그는 1842년 2월 6일 에밀 뵈센에게 독일 생활을 길게 편지로 쓰면서 얼마나 열정적으로 사는지 이런 구절을 남긴다.


나는 짧게 사니까, 그만큼 더 강렬하게 사오.


원래는 1년 반 베를린에서 공부를 할 셈으로 갔으나, 쉘링의 강의가 실망스러워서 4개월 반 머물다가, 1842년 3월 6일 코펜하겐으로 돌아온다. 그해 말에 <이것이냐 저것이냐>를 완성하고, 이듬해 2월에 이 책을 출판했다.



쉘링의 강의에 대한 기대와 실망

 

<이것이냐 저것이냐>를 저술하는데는 파혼이라는 큰 사건과 함께, 쉘링의 강의를 들으러 베를린에 4개월 반 체류한 체험이 들어 있다. 쉘링에게 기대한 것은 헤겔주의의 문제점에 대하여 시원한 철학적 해답을 찾고자 했었다. 이 때 한 쉘링의 강의가 그의 사후에 <계시의 철학(Philosophy of Revelation)>과 <신화의 철학(Philosophy of Mythology)>로 출간되었다. 이 책에서는 현실을 역사나 정신의 필요성의 결과라기보다는 인격적인 신의 자유로운 행위로 묘사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쉘링의 강의에 열정적으로 참여했으나 곧 실망했다. 헤겔철학을 제대로 비판할 줄 알았는데 그렇지가 않았기 때문이다. 현실전체를 암살할 '양날이 선 단검'이 필요했다. 그게 바로 <이것이냐 저것이냐> 이 책이다.



사상적 배경: 아리스토텔레스, 칸트, 피히테


<이것이냐 저것이냐>는 키에르케고어가 세 철학자로부터 영향을 받은 것을 녹여내고 있다. 첫째는 아리스토텔레스이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실천적이고 실존적인 윤리학의 개념을 받아들였다. 키에르케고어는 아리스토텔레스에게서 실존의 변증법에서 역동적인 운동 개념을 가져왔다. 칸트로부터도 간접적으로 영향을 받았다. 키에르케고어는 박사학위 논문에서 피히테를 언급하면서 데카르트의 의심에서 시작해서 주체성이라는 개념을 피히테와 공유하고 있다.



헤겔의 체계(전체)주의를 비판하고 개인의 중요성을 강조하다


그런데 키에르케고어가 공격하는 철학자는 헤겔이다. 헤겔의 변증법에는 개인이 없고 체계만 있다. 헤겔의  생성의 변증법적 구조에는 존재를 너무 쉽게 만들었고, 필연적으로 만들어서 개인의 선택이 없다. 절대정신에 복종하는 것 외에는 없다. 이것은 자아의 부정이라고 키에르케고어는 보았으며, 이에 반대하여 개인의 책임과 선택의 중요성을 옹호하였다. 이 책은 이러한 사상적 배경을 바탕으로 지어졌다.


다음으로 목차와 개요를 소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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