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르 Ohr Dec 23. 2021

'작은 구름'

제임스 조이스 《더블린 사람들》 단편 8

'더블린 3부작'


<더블린 사람들(Dubliners>(1914), <젊은 예술가의 초상(A Portratit of the Artist as a Young Man)>(1916), <율리시스(Ulysses>(1922)를 제임스 조이스(James Aloysius Joyce)의 '더블린 3부작'이라고 부른다. 더블린(Dublin)은 아일랜드의 수도로서 영국의 식민지였다가 1921년에 독립한 암울한 역사를 가졌다. 제임스 조이스는 파리에서 체류하면서 <더블린 사람들>을 썼다.


6월 16일 하루 동안 더블린을 산책하며 의식의 흐름을 기록한 <율리시스>를 보려면, 다른 두 작품을 잘 익혀두어야 한다. 장소나 인물이 다시 등장한다고 하니 <율리시스>를 읽기 위해서라도 차근히 읽어봐야겠다. <더블린 사람들>은 15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졌는데,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전체 작품을 만드는 기법을 썼다. 


<더블린사람들> 8편 '작은 구름(A Little Cloud)'은 성년기를 다룬 첫번째 단편이다. 주인공은 토마스 챈들러(Thomas Chandler), 32세, 결혼 20개월째, 아들을 두었고, 시집을 출판하는 꿈이 있는 사무원이다. 애칭으로 '토미(Tommy)'로 불리고, 작품에서는 '리틀 챈들러', '챈들러 씨'로 불리는 더블린 사람이다. 그리 작은 편도 아니지만, 8년 전 영국 런던으로 가서 저널리스트로 성공한 그의 영웅같은 친구에 비하면 그는 작고, 우울하고, 소심하고, 내성적이며, 꿈을 펼치지 못한 그런 소시민이다. 이 단편의 내용은 8년 전에 런던에 가서 성공한 친구 이그나티우스 갈라허(Ignatius Gallaher)와 회사에서 퇴근한 후에 만나서 저녁식사를 하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밤늦게 집에 돌아와서 아내 앤에게 차와 설탕을 사가지고 들어오는 것을 깜빡해서 혼나고 아기 보다가 잠이 든 이야기이다. 



챈들러와 갈라허 : 소시민과 영웅


챈들러 씨는 더블린에서 멀리 떠나 본 적이 없다. 런던이나 파리를 잘 모른다. 더블린을 떠나야 성공하는데, 마비되고 침체된 더블린에 남아 있어서 자기의 꿈인 시집을 출판하는 문학가의 꿈을 접고서 현실에 적응하며 살아간다. 임대로 빌린 가구의 비용을 대느라고 꿈을 생각할 틈이 없는 소시민이다. 그런데 8년 전에 런던으로 떠나서 성공한 친구 갈라허가 유명한 호텔에서 만나자고 해서 젊은 시절 문학도의 꿈이 되살아난다. 갈라허는 마치 나폴레옹이나 웰링턴 장군처럼 그에게는 영웅과도 같은 친구이다. 여기서 챈들러 씨와 갈라허는 각각 아일랜드의 더블린과 영국 런던을 상징한다. 이 단편을 읽으며 주인공의 의식의 흐름을 따라가면서 나는 뜻밖에 편안함을 느꼈고 동질감을 느꼈다. 고향을 떠나 성공한 친구가 부럽다. 그의 목소리는 호탕하고 꿈도 거창한 반면, 주인공의 목소리는 조용하게 가라앉아 있고 소심한 듯하다. 



챈들러와 길라허, 코르레스 바에서 만남


저녁에 8년 전에 런던으로 가서 성공한 친구 갈라허를 만나기로 했다. 주인공 리틀 챈들러 씨는 자신이 근무하는 킹스 여관의 책상에 앉아서 창밖의 사람들을 바라보며 인생의 우울함을 생각했다. 자신의 서재에 있는 시집들을 생각했다. 때때로 아내에게 시집의 인상깊은 대목을 낭독해주고 싶지만, 부끄러워서 그렇게 하지 못했다.


일이 끝나자마자 칼퇴근을 해서 약속장소인 더블린 시내의 유명한 고급술집 코르레스(Corless's)으로 향했다. 챈들러 씨는 우울함을 시로 표현하는 시인이 되는 꿈이 생각났다. 코르레스에서 갈라허가 열정적으로 인사를 한다. 그는 상당히 나이 들어 보였다. 옛 친구들 이야기를 하면서 지금은 무슨 일을 하며 지내는지 친구들 이야기를 나누었다. 대화중에 여행을 주제로 했는데, 챈들러 씨는 겨우 'the Isle of Man'에 가본 것이 가장 먼 여행이었다. 갈라허는 서유럽의 유명한 도시들 이야기를 해주었다. 파리의 생기발랄함을 말했다. 챈들러는 '파리가 부도덕한 도시가 아닌가'를 계속 묻는다. 갈라허는 촌스러운 챈들러에게 충격적인 이야기들을 들려주었다. 챈들러에 대하여 이야기한다. 20개월 전에 결혼했고, 아들이 있었다. 챈들러는 갈라허를 집으로 초대했지만, 갈라허는 내일 떠난다며 초대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나폴레옹처럼 한 손을 주머니 넣고 코르레스 바에서 기다리는 런던에서 성공한 갈라허


'성공하려면 더블린을 떠나야 한다. 더블린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챈들러는 친구 갈라허가 부러웠다. 갈라허는 자기보다 태생이나 교육 정도가 별로였는데, 지금은 자기보다 더 성공해 있다. 결혼을 주제로 말한다. 갈라허는 독신으로 지낼 생각이라고 말하고, 결혼한다해도 당분간은 안한다고 말한다. 결혼하다는 표현은 '머리를 자루에 넣는다(put my head in the sack)'이라고 표현하는 것을 보면 결혼에 대하여 부정적이다. 한 여인에게 목매는 것을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갈라허는 만일 결혼한다면 부유한 여자와 결혼하고 싶다고 했다. 돈이 중요하다. 



챈들러, 귀가


밤에 집에 돌아오는데 아내가 부탁한 커피와 설탕을 깜빡 잊어버렸다. 하루 종일 아기를 보던 아내가 잔뜩 화가 나서 냉랭하게 쏘아붙이고 아기를 맡기도 쇼핑을 하러 밤늦게 나간다. 챈들러는 잠든 아들을 안고서 방안을 둘러보다가 아내의 사진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내가 왜 이런 매력없는 여인과 결혼했나'하는 생각에 화가 났다. 성적 매력이 별로라고 생각한다. 모든 가구는 아내 애니(Ann, Annie)가 골라서 임대한 것이다. 매달 임대료를 내야 한다. 챈들러는 꼼짝없이 현실의 포로가 된 느낌이다. 서재에서 바이런(LORD Byron)의 시집을 꺼내서 우울한 톤으로 낭송한다. 자신이 그런 목소리로 낭송하는 것이 스스로 놀랐다. 시 낭송에 몰두할 때 아이가 깨어서 울기 시작한다. 아이를 달래지만 더 울기만 해서 큰 소리 "그만 뚝~!"이라고 외치자 아이는 놀라서 더 크게 울고 만다. 그 때 아내가 다급하게 들어온다. 아내에게 또 혼난다. 챈들러는 미안했다. 아내는 아기를 잠잠하게 달랬다. 챈들러의 눈에는 회한의 눈물이 흘렀다. 


더블린은 마비된 도시이다. 아일랜드 더블린을 떠나야 성공할 수 있다. 더블린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우리가 한 번쯤 우리 고향에 대하여 생각했던 그런 절망감이다. 그러나 고향이기에 더블린이 편하다. 친구 갈라허는 태생이나 교육면에서 자기보다 못한 친구였는데 더블린을 떠나서 성공했다. 갈라허의 성공은 챈들러의 삶이 현실의 감옥에 갇혀 있는 죄수같다는 느낌을 준다. 챈들러는 시집을 출만하는 작은 꿈을 가졌다. 


아일랜드 더블린은 하나의 지리적 감옥, 정신적 감옥이다. 더블린을 떠나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다. 더블린에 사는 것은 감옥에 갇힌 느낌이다. 챈들러는 시를 쓰기에는 마치 감옥에 갇힌 것처럼 힘들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어린 아기도 돌보고 생존을 위해서 돈도 벌어야하기 때문이다. 매월 내야하는 할부금이 있다. 일해야 한다. 오늘도 꿈을 접고서 잠자리에 든다. 


'작은 구름'은 무엇일까? 32세의 챈들러 씨가 접은 시인의 꿈이 아닐까.








매거진의 이전글 '하숙집'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