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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르 Ohr Nov 27. 2021

고전 읽기와 나의 푸념

고전은 마르지 않는 샘이다.


“고전이란, 누구나 읽고 싶지만 아무도 읽지 않는 책이다." 마크 트웨인




고전 읽기의 고통


'이 많은 고전을 언제 읽을 수 있을까?' '책이 너무 두꺼워.'  '내가 읽을 수 있을까?' '고전을 읽는 게 지나친 내 욕심일까?' '읽었는데 소득도 없고 시간낭비만 하면 어쩌지?'


'고전이 유익하다는 것은 거짓말', 이렇게 푸념하고 싶다. 고전 읽기는 산을 오르는 것과 같고 입에 쓴 약을 마시는 것과 같다. 어렸을 때 엄마가 내 건강을 위해서 보신탕을 소고기라며 먹인 기억이 있다. '고전 읽기가 유익하다'고 유혹하는 말들이 내게는 그렇게 들린다. 고전 읽기는 '쓴 약'과 같다. 읽으려면 엄두가 나지 않는다.


사유가 깊은 사람들, 글쓰기를 하는 사람들이 고전을 읽는 것을 종종 발견한다. 더구나 인류 문명을 이해하려면 헬라사상(헬라이즘)과 히브리 사상(히브리 이즘), 이 두 축을 이룬다고 하는데, '인간은 누구인가'라는 물음에 대한 숙제로 헬라와 히브리의 고전들을 읽어야만 하는 압박감을 늘 느끼면서 산다.


고전읽기는 숙제이며 의무이다. '현대의 셰익스피어'라고 불리는 마크 트웨인은 말한다. '고전은 누구나 읽었으면 하지만 아무도 읽고 싶어하지 않는 것'이다. 아무도 고전을 읽고 싶어하지 않는다. 고전을 읽었으면 하는 마음도 없이 살아가는 것처럼 보인다. 고전을 읽는 사람은 시대에 뒤떨어져 보이고, 고리타분하고 현대의 유행이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는 사람처럼 보일 때도 있다. 고전 읽기가 유익하고 재미있다는 것은 거짓말이라고 외치고 싶다.



책이 길을 만들어준다


블로그에서 고전의 고수들이 있다. 유튜브에도 고전을 친절하게 안내하는 고수들이 있어서 쉽게 고전을 접할 수 있다. 아리아드네의 실타래를 따라가는 테세우스처럼, 독서를 하다 보니 호메로스의 <일리아드>와 <오디세우스>, 베르길리우스의 <아이네아스>, 플루타르크의 <영웅전>, 리비우스의 <로마사> 등에 이르게 된다. 책이 책을 안내한다.


갑자기 욕심이 생긴다. 읽어야 할 책들이 즐거움이 아니라 숙제 같다. 책은 왜 그렇게 두꺼운지. 몇 천 페이지나 된다. 플루타르크의 <영웅전>을 읽고 싶은 책인데 엄두가 나지 않는다. 아킬레우스, 오디세우스, 제우스, 오르페우스, 아이네아스 이런 이름들은 좀 궁금하지만, <영웅전>에 나오는 그리스와 로마의 영웅들은 이름 모를 사람들이어서 읽을 엄두가 나지 않는다. 안 읽으면 되는데, 그런데 읽고 싶고 읽어야 된다.


공자는 남을 위한 공부를 하지 말고(위인지학 爲人之學), 자기의 사람됨을 위해서 공부하라(위기지학 爲己之學)고 했다. 고전 읽기가 부담이 되는 이유는 남에게 보이려는 공부를 하기 때문인 것은 아닌지. 고전에 대한 욕심이 생기는 것은 마치 과식을 해서 체하는 것처럼, 마음에 부담을 주는 것 같다. 음식을 절제하듯이, 독서도 적절하게 해야 한다. 그런데 공자는 한 가지 궁금증을 풀지 않으면 먹지도 않고 자지도 않을 만큼 공부를 좋아하지 않았던가.



고전 읽기는 스키 타기와 같다

<독서의 기술>의 저자 모티머 J. 애들러는 독서는 스키타기와 같다고 한다. 수영, 테니스, 스키 등 운동을 배우는 것은 쉽지 않은 과정이다. 아무리 강사가 이론을 말해도 당장 되지 않는다. 독서도 그와 같다. 스키를 타다가 넘어지고 미끄러지고, 두 발의 스키가 서로 엇갈리고, 스키가 날아가기도 한다. 바보가 된 느낌이고 부끄러움을 느낀다.


다른 사람이 수영하거나 스키를 탈 때 그것은 나에게 불가능해 보인다. 엄두가 나지 않는다. 고전 읽기가 그렇다. '언제 저 책을 읽지?' '책이 너무 두꺼워.' 너무 어려워.' 스키를 잘 타려면, 그냥 즐겨야 한다. 하나 하나 생각하지 말고, 바람을 느끼고 천천히 회전을 하고 앞을 바라보며 속도를 조금씩 즐기면서 앞으로 나간다. 옆 사람이나 장애물이 부딪히지 않도록 조심하며, 흰 눈을 바라보며 차가운 바람을 두 볼에 느끼면서 즐거운 기분으로 앞으로 나간다.


스키타기, 테니스 배우기, 수영하기처럼 독서도 복잡한 과정이다. 탁월한 사람들을 바라보면서 좌절하지 않도록 해야겠다. 베스트셀러 작가 스티븐 킹이 책을 쓰는 비결을 말하는데 '한 번에 한 단어씩(One word at a time)'이라고 했던 것처럼, 독서도 한 번에 한 단어씩 천천히 읽어 나가자.


내가 너무 조급했나보다. 왜 조급했을까? 사실 너무 재미있었다. 고전의 맛을 알고 조급한 마음이 생겼다. 읽고 싶은 고전들이 많아지자 푸념이 생긴 것은 내가 고전을 좋아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고전을 사랑하게 되니 고전을 더 알고 싶었다. 빨리 읽고 싶었다. 그런데 뜻대로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조급한 마음을 버리고 천천히 즐겨보자. 한편 고전이 위대하지만 '고전숭배주의'에 빠질 것까지는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것을 비판하고 현실에서 창조적이고 능동적인 실천을 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성찰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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