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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르 Ohr Jan 11. 2022

20권 거만한 구혼자들과 재앙을 알리는 테오클리메노스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 읽기 안내서

오디세우스가 귀향 넷째날 밤을 보내고 있다. 다음날은 구혼자들에게 복수하게 되는 다섯째 날이다. 이 날은 아폴로 신의 축제일이다. 오디세우스는 밤새 잠을 이루지 못한다. 구혼자들과의 전투가 임박해오고 있기 때문이다. 오디세우스는 간밤에 하녀들 때문에 화가 나 있었다. 하녀들이 집안을 빠져나가 구혼자들과 동침하며 깔깔거리고 문란한 밤을 지새우고 있었기 때문이다. 화가 난 오디세우스의 마음은 마치 개가 낯선 이를 보고 짓는 것(growls)과 같이 으르렁거리는 것 같았다. 이때 오디세우스는 자신의 마음을 이렇게 다스린다.


참아라, 나의 마음아, 너는 전에 키클롭스(외눈박이 괴물)가 전우들을 먹어치울 때 이보다 험한 꼴을 참지 않았던가! 이미 죽음을 각오한 너를 계략이 동굴 밖으로 끌어낼 때까지 너는 참고 견디지 않았던가!



아테나 여신의 위로와 확신


이 때 갑자기 아테나 여신이 나타나 '반드시 복수에 성공할 것'이라며 오디세우스에게 확신을 심어주었다. 아테나 여신은 미래를 알기에 오디세우스를 달랠 수가 있었다. 아테나 여신이 평화롭게 나타나 위로해주어서 오디세우스는 갑자기 자신의 미래에 대한 믿음을 갖게 된다.


"불행한 자여, 왜 잠 못 이루는가? 이 집은 당신 집이다. 당신 아내는 그 안에서 안전하고, 당신 아들은 모든 아버지가 다 자랑스러워할 만한 아들이다. 유한한 인간을 의지하지 말고 나를 의지해라. 왜 사람을 의지하는가? 인간의 지혜는 한계가 있어서 나보다 지혜롭지 않다. 나는 지혜의 여신이다. 내가 너를 모든 환난에서 보호해주지 않았던가? 비록 50명의 구혼자들이 너를 둘러싸 널 죽이려고 하지만, 걱정하지 말라. 그들의 양떼와 소떼는 네 것이 될 것이다. 그러니 편안히 잠자도록 해라. 밤에 깨어 있는 것은 나쁜 일이다. 곧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이다(you shall be out of your troubles before long)."



죽음을 달라고 기도하는 페넬로페


잠 못 이루는 페넬로페


귀향 넷째 날의 밤은 깊어가는데 왕비 페넬로페가 깨어 있어서, 울면서 기도한다. 남편이 돌아오지 않는다면 차라리 자신을 죽여주시든지, 아니면 판다레오스 딸들처럼 자신을 이 땅에서 사라지게 해 달라고 아르테미스(다이아나) 여신에게 기도하고 있었다. 


제우스의 따님이신 위대한 아르테미스 여신이여, 제발 저의 가슴에  화살을 쏘아 죽여주세요. 아니면 폭풍이 판다레오스(Pandareus)의 딸들을 하늘 높이 데려갔듯이, 저를 낚아채 소용돌이치는 오케아노스 강어귀에 떨궈주세요. 신들이 부모를 앗아가는 바람에 그 딸들이 고아가 되었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아프로디테(베누스)가 그 딸을 보살펴, 치즈와 꿀과 달콤한 와인을 먹였고, 헤라(유노)는 그들을 교육시켜 미모와 지성에 뛰어나게 했고, 당신 아르테미스 여신은 그들에게 위엄있는 외모를 주었고, 아테나 여신은 모든 것을 성취할 수 있도록 해주었죠. 그런데 어느날 아프로디테가 아버지 제우스에게 그 딸들의 결혼을 부탁하러 갔을 때, 폭풍이 그 딸들을 데리고 가서 복수의 여신 에리니에스(Erinyes)의 하녀가 되게 했죠. 하늘이시여 저를 데려가 주소서. 아니면 아름다운 아르테미스 여신이시여 저를 죽여주소서. 그리하여 오디세우스 님과 저세상에서 다시 만나게 해 주세요. 바로 이 전 밤에도 남편과 꼭 닮은 분이 제 곁에 누워 있었답니다. 그 모습은 남편이 원정을 떠날 때와 마찬가지였어요. 정말 꿈이 아닌 것 같았어요. 제 남편은 과연 어디에 계시는 걸까요.

페넬로페가 죽음을 달라고 울며 기도한다. 그녀는 오디세우스가 바로 옆에 나란히 누워있는 비전을 가졌다.


<폭풍이 하늘 높이 데려가는 판다레오스의 딸들> “The Harpies Going to Seize the Daughters of Pandareus” (1805). John Flax


오디세우스에 대한 길조


오디세우스는 페넬로페의 울음소리와 기도를 듣고 잠에서 깨어서 잠자리에서 일어난다. 오디세우스는 다시 아내 페넬로페와 20년 만에 재결합하는 상상을 하며, 두 손을 하늘로 들고서 제우스 신에게 기도한다. 


아버지 제우스시여, 당신이 허락하신 많은 고난을 뚫고서 제 집에 도착했는데, 지금 이 집안에서 깨어 있는 사람의 입술에서 나오는 징표를 주시든지, 아니면 외부로부터 저에게 주시는 징표를 주소서!



제우스가 오디세우스의 기도를 듣고서 올림포스 산에서 번개를 내려쳤다. 바로 그 때 집안에 12 명의 맷돌 가는 여인들이 있었는데 그 중 한 늙은 여인이 번개소리를 듣고서 맷돌을 멈추고 이렇게 말한다. 


"아버지 제우스시여, 당신은 하늘과 땅을 다스리십니다. 이렇게 구름도 없는 맑은 하늘에 번개를 치시니 누구에겐가 말씀하시는 신호를 의미하는 듯합니다. 이 늙은 종이 기도하오니, 오늘이 구혼자들이 오디세우스 집안에서 식사하는 마지막 날이 되게 하소서! 저들의 음식재료를 갈아대느라 제가 지쳤사오니, 더 이상 구혼자들의 저녁식사는 없게 하소서!"



활의 신 아폴론 축제일 준비


오디세우스 귀향 다섯째 날, 아폴론 축제일이다. 아폴론은 태양의 신이자 활의 신이다. 유모 에우리클레이아는 하녀들에게 활쏘기 대회 동안에 잔치를 벌이도록 집안을 청소하고 장식하는 일을 지시한다. 안티오노스를 주동으로 하는 구혼자들은 텔레마쿠스를 쥐도 새도 모르게 암살하기로 또 다시 모의한다. 그러나 독수리 한 마리가 비둘기를 휘어잡고 그들의 왼쪽을 날아갔는데, 암피노오스는 그것을 보고 죽일 생각일랑 말고 잔치에나 참여하자며 사람들을 부추겨 오디세우스의 집으로 몰려든다. 암피노오스는 이 징조가 자신들의 죽음과 파멸임을 예견하고 구혼자들의 암살계획을 무산시키며, 자신은 벌을 받고 싶지 않았지만 그러기에는 이미 늦었다.


목동들의 우두머리인 필로이티오스(Philoetius)가 암소 한 마리를 끌고 들어오며 거렁뱅이로 변장한 오디세우스를 보자, "손님을 보니 이상스레 마음이 들뜨는군요. 왠지 손님이 오디세우스 님을 생각나게 합니다. 오디세우스 님이 돌아오셔서 저 못된 구혼자들을 몰아내셨으면 좋으련만."이라고 하자, 거렁뱅이 모습을 한 오디세우스가 말한다. "틀림없이 돌아오실 것이오." 필로이티오스는 나중에 돼지지기 에우마이오스와 함께 구혼자들을 물리칠 때 오디세우스의 편에 서게 된다.


아테나 여신은 오디세우스의 분노를 충천하게 하려고 크테시포스(Ctesippus)를 격동시켜서 소뼈다귀를 그에게 집어던지게 하는 사건이 벌어진다. 구혼자들이 오디세우스의 집에 들어와, 고기, 포도주, 빵 등의 음식을 먹으며 잔치를 벌이는 중이다. 술이 오르자 쉬메 섬의 거만한 크테시포스가 오디세우스를 보며 "오늘 저 사람에게 선물을 하나 할까" 하더니 접시에 놓여 있던 소뼈다귀를 오디세우스의 머리를 겨냥해서 던졌으나 오디세우스가 살짝 피해서 벽에 부딪쳐 떨어지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이게 텔레마쿠스가 엄중히 경고를 한다.


텔레마쿠스: (크테시포스에게) 더 이상 나에게 악의를 품고 난폭한 행동은 삼가해 주시오. 이런 꼴을 더 이상 이 집에서 보고 있을 수 없소.

아겔라오스: 텔레마쿠스의 말은 정당합니다. 그리고 하고 싶은 말이 있소. 지금 페넬로페 님은 오디세우스 님의 귀국을 기다리고 있으나 그가 돌아오신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오. 그러니 당신도 마음을 돌리고 어머님께 결혼을 하도록 권하시오.

텔레마쿠스: 아겔라오스여, 나는 결코 어머님의 결혼을 늦추려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누구든지 멋진 분과 결혼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테오클리메노스의 최후 예언(경고)


구혼자들이 입가에 웃음을 띠고 가슴을 졸이고 있었다. 과연 누가 페넬로페와 동침할까, 누가 오디세우스의 재산을 차지할 것인가를 생각하며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 이 때 텔레마쿠스가 필로스에서 데려온 예언자 테오클리메노스(Theoclymenus)가 말했다. 


정말 불행한 인간들이군. 당신들 앞에 드리워진 이 무서운 그림자는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당신들은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온통 시커먼 악귀의 혼으로 덮여 있도다. 뺨은 눈물로 흠뻑 젖었고, 공중에는 곡소리가 넘쳐나는군. 더구나 훌륭한 이 궁전의 벽과 천정에서는 핏물이 떨어지고, 마당에는 지옥으로 가는 유령들이 가득 줄지어 있노라. 아, 태양은 하늘에서 자취를 감추고 불길한 어둠이 사방을 내리깔고 있구나.


이 말을 듣기 싫어서 구혼자들을 필로스에서 온 이 예언자를 내쫓으라고 말하다. 예언자는 자기 발로 알아가서 나가겠다면서 "오디세우스 님의 저택에서 난폭한 짓을 하고 무도한 일을 꾸민 당신들에게 닥쳐올 재앙이 분명히 보이는구나. 이제 구혼자들 그 누구도 그 재앙을 면치 못하리라." 말하고 나간다. 하지만 구혼자들은 서로 얼굴을 쳐다보며 껄껄거리면서 테오클리메노스를 비웃었다. 어떤 오만한 구혼자는 텔레마쿠스에게 빈정거리며 약을 올렸다. 이에 텔레마쿠스는 파렴치한 구혼자들을 처치할 기회를 엿보면서 대청 문간에서 음식을 먹고 있는 오디세우스를 힐끔 쳐다본다. 이제 심판의 때가 되어서 아테나 여신이 구혼자들이 더욱 파렴치한 짓을 하며 심판을 받을 수밖에 없는 최악의 상태로 몰고간다. 벌을 받기 전에 최후의 발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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