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 읽기 안내서
유모 에우리클레이아는 페넬로페에게, 오디세우스 님이 마침내 돌아와서 구혼자들을 전멸시켰다고 말하자, 페넬로페는 그 말에 "너 미쳤구나!"라며 남편이 돌아왔다는 말을 믿지 못한다. 유모가 말한다 "왕비님을 놀리는 게 아닙니다. 오디세우스 님이 돌아오신 게 사실입니다. 구혼자들이 무시했던 그 거렁뱅이가 주인님이었어요. 텔레마쿠스도 다 알았는데 구혼자들을 물리치기 위해서 아버지에 대한 비밀을 지킨 거래요. 그가 구혼자들을 물리치고 널브러진 시체들 가운데 서 있을 때, 마치 사자처럼 보였어요."
"네가 말한 것이 사실일 리가 없어. 어떤 신이 구혼자들을 물리친 것일 거야. 오디세우스 님은 죽었어. 그분은 결코 집에 돌아올 수 없어."라고 페넬로페가 말한다. 유모는 그분이 돌아와서 구혼자들을 물리치고 지금은 불을 피우고 그 옆에 계시다고 말한다. 게다가 유모는 직접 오디세우스의 다리(무릎)에 있는 멧돼지의 상처도 확인해서 주인님이 틀림없다고 말한다. 페넬로페는 "내 아들을 찾아가야겠어. 구혼자들의 시체도 직접 보고, 그 구혼자들을 죽인 사람도 직접 만나봐야겠어." 말하며, 아래층으로 내려와서 그 방문객(오디세우스)을 만나 이야기한다. 그는 비록 오디세우스와 닮았지만, 그가 아직도 남루한 차림으로 서 있었기 때문에 오디세우스가 살아 돌아왔다는 사실이 믿기지가 않아서 그저 그의 모습을 멍하니 쳐다보고만 있었다. 아들 텔레마쿠스가 '왜 아버지가 살아돌아오셨는데 이토록 냉정하냐? 왜 어머니 마음이 돌처럼 차갑냐?'고 하자, 페넬로페는 "내 마음이 너무 놀라 마비되어 버린 것 같다. 정말 오디세우스님인지 확인하고 싶다. 오디세우스 님만이 가지고 있는 그 표적을 확인하고 싶다."고 말한다. 의심하는 페넬로페 왕비가 의심하며 이야기 하는 것을 잠자코 듣고 있던 오디세우스가 입을 열었다.
텔레마쿠스, 어머님께 나를 마음대로 시험해보라고 하거라. 곧 알게 될 테니까. 그렇게 하는 것이 당연하지. 우선 목욕을 하고 정갈한 옷으로 갈아입도록 하자. 시녀들에게도 모두 제각기 말끔하게 꾸미도록 일러라. 음유시인에게 노래를 부르고 하프를 뜯게 하여 이타카 섬을 온통 환희로 물들게 하라.
궁전에서 잔치가 벌어지자, 궁전 밖에 있는 백성들은 '드디어 페넬로페 왕비가 다른 남자와 결혼하는 줄'로 알았다. 백성들은 궁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 줄 모르고 있었다. 한편 오디세우스가 목욕을 하고 나오는데, 마치 불사의 신처럼 멋있게 보이도록 팔라스 아테나가 그를 부각시켰다. 오디세우스는 늙은 거지가 아니라 다시 보다 젊은 원래 모습으로 되돌아왔다.
남편 오디세우스를 쉽게 받아들이지 않고 의심한 것은 마음이 냉담해서가 아니었다. 정반대로, 혹시 오디세우스가 아니라면 남편을 배신하게 되는 것이기에 그것을 두려워한 것이다. 남편에게 정절을 지키기 위해서 먼저 마음을 냉담하게 해야 했다. 남편을 사랑하기 위해서 먼저 남편을 사랑하지 않는 것처럼 한 것이다.
오디세우스는 자신이 남편임을 믿지 못하는 페넬로페에게 말한다.
이상한 여인이여! 올림포스에 사시는 분들께서는 분명 모든 여성들보다도 그대에게 더 무뚝뚝한 마음을 주셨구려. 천신만고 끝에 20년 만에 고향에 돌아온 남편에게 이렇듯 굳건한 마음으로 멀찌감치 서 있는 여인은 정말이지 이 세상에 달리 누구도 없을 것이오. 유모, 나에게 침대 하나 준비해주시오. 이 여인의 마음이 철과 같이 마음이 굳어 있으니 오늘은 홀로 자야겠어요.
트로이 전쟁에 출전했다가 온갖 고생을 다 하고 20년 만에 돌아온 오디세우스는 아내 페넬로페를 다시 만났지만 페넬로페가 반가워하지도 않고 무덤덤하게 바라보기만 하자 오디세우스가 힐난한 것이다. 페넬로페가 말한다.
이상한 분이여! 나는 잘난 체하지도 않고, 그대를 업신여기지도 않으며, 크게 놀라지도 않아요. 노가 긴 배를 타고 그대가 이타카를 떠날 때의 모습을 나는 아직도 똑똑히 기억하고 있으니까요.
이렇게 말하고 페넬로페는 유모 에우리클레이아에게 "그의 침대를 침실밖으로 내오라"고 말한다. 이것은 지금 그 남자를 떠보기 위한 말이었다. 그 침대는 남편만이 아는 비밀을 지녔다. 그 침대는 움직일 수 없다. 집 안마당에 있는 '잎사귀가 긴 올리브나무'를 기둥으로 하여 침대와 방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침실과 침상의 구조와 제작과정을 오디세우스가 그대로 말하자, 그제야 페넬로페는 달려와 무릎을 꿇고 끌어안고 입을 맞춘다. 혹시 누가 거짓말로 속이지 않을까 걱정한 나머지 얼른 환영하지 못했던 것이니 화내지 말라고 오디세우스를 달랜다.
마침내 페넬로페와 재회한 오디세우스는 아내를 끌어안고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페넬로페도 설움과 환희에 북받쳐 몸 둘 바를 몰랐다. 남편의 귀환을 기뻐하며 남편에게 잠시의 틈도 주지 않고 그 옆에 매달려 있었다. 밤이 깊어가는 줄도 모르고 두 사람은 그 동안 못다 한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오디세우스 부부는 그날 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사랑을 나누고 이야기를 했다. 페넬로페는 그동안 수많은 구혼자들에 둘러싸여 고생했던 전말을 들려줬고, 오디세우스는 귀향하는 과정에서 떠돌아다니며 겪은 수난의 과정을 이야기해줬다.
"아내여! 고난이라면 우리 둘 다 원도 한도 없이 겪었소."
오디세우스는 페넬로페에게 이후 계획을 말한다. 당장 왕으로 복귀하는 것이 아니라, 멀고 위험한 여정을 떠나야만 한다고 말한다. <오디세이아> 11권에서 저승세계에 갔을 때 예언자 테이레시아스에게 들은 예언을 실천해야만 했기 때문이다.
그대가 귀국하면 그대는 분명히 그들의 죄악에 복수하게 되리다. 그리고 그대는 궁내에서 술책으로든 직접 서슬이 퍼런 칼을 내리쳐서든 그 자들을 참한 뒤에 그대는 다시 길을 떠나 밥도 모르고, 소금에 절인 음식도 먹지 않은 인간들에게 이를 때까지 맹렬히 노를 저어 가리다. 이들은 붉은 면을 한 배에 대한 지식도 없고, 배의 날개 역할을 맡고 있는 맹렬한 노에 대해서도 무지하다오. 아울러 내가 그대에게 실패하지 않을 쉬운 방법을 일러드리겠소. 한 행인이 그대를 만나서 그대의 하얀 어깨에 까부르는 부채를 가졌다고 하는 이가 있거든, 그대는 노를 땅에 꽂고 포세이돈 신께 적당한 제물을 올리시오. 숫양이며 황소, 암퇘지, 수퇘지들로 말이오. 그리고 집으로 돌아가서 성스러운 황소 백 마리의 제물을 차려서 하늘을 다스리는 불사의 신들께 각기 차례로 올리도록 하시오. 그러면 바다를 떠나 그대는 무난히 여생을 마치게 될 것이오. 그대의 주위에서는 사람들이 풍요를 이룩할 것이오. 나의 예언은 결코 틀림이 없으리라.'
이렇게 잠자리에 들었고, 다음날 새벽에 떠나기 전에 오디세우스는 페넬로페에게 하녀들과 방 안에 머물라고 말한다. 왜냐하면 구혼자들이 죽었기 때문에 사람들이 쳐들어올 수 있기 때문이다. 오디세우스는 텔레마쿠스, 돼지지기 에우마이오스와 소지기 필로이티우스와 함께 여행을 출발한다.
오디세우스가 페넬로페와 상봉하고 바로 이 땅에 평화가 찾아온 것이 아니었다. 그는 왕의 자리에 오른 것이 아니라 예언자 테이레시아스가 귀국하면 포세이돈 신의 노여움을 풀고, 그의 분노에서 자유로워지는 미션을 이행하라고 한대로 실천한다. 그 방법은 먼 나라도 떠나서 그 나라에서 땅을 파고 노를 나무 심듯이 심은 다음에 포세이돈에게 제물을 바치고 제사를 드려야 포세이돈의 분노에서 자유롭게 된다고 했다. 오디세우스가 '노를 나무 심듯 심은 곳'을 나중에 아이네이아스가 방문했을 때 숲으로 우거진 곳이 아닌가 한다. <아이네이아>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