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9일 목요일, 아침 10시에 퇴계원에서 선생님 부부를 모시고 원주를 가기로 했다. 퇴계원 힐스테이트로 들어가는 길을 2번이나 놓쳐서 30분이나 늦었다. 길을 잘못 들어서 의정부IC까지 갔다가 돌아와야 하니 너무 괴로웠다. 선생님께 미안한 맘으로 전화로 말씀드렸더니, "나도 늘 그런 실수를 해. 걱정하지 말고 안전하게 와." 드디어 아파트 정문에서 기다리시는 선생님 부부를 만났다. 원주로 여행을 한다니 밤잠을 설쳤다고 교수님과 사모님이 말씀하신다.
원주에 도착하여 덕천막국수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박경리문학공원으로 갔다. 1시간 30분 그곳을 둘러보았다. "자유는 절대고독이다." 박경리의 이 말이 와 닿는다. 그는 절대고독 속에서 흙을 만지고 밭을 가꾸면서 글을 썼다. 글을 쓰지 않았다면 살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분은 토지의 생명력을 믿었다. 자신을 <사기>를 쓴 사마천과 동일시했다. 사마천은 거세를 당하면서까지 <사기>라는 작품을 썼다. 박경리도 남편을 잃고, 아들을 잃는 최악의 실존속에서 글을 썼다.
교수님 부부를 원주의 어느 호텔에 모셔다드렸다. 호텔 로비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성철 스님 이야기를 했다. '극히 무거운 죄인이 내가 아니고 누구이겠는가?' 極重罪人 非我而誰! 충격적인 고백이다. 나 자신을 '극히 중한 죄인'으로 깨닫고 고백할 때, 지극한 겸손과 은혜가 흘러나온다. 타인에 대한 존경과 사랑도 거기에서 발생하고, 관용과 용서도 가능해진다. "죄가 더한 곳에 은혜가 더하다."라는 로마서 5장 20절의 역설적인 말씀이 떠올랐다. 나의 수직적 관계, 수평적 관계, 나 자신과의 관계를 돌아보며 성찰하게 된다.
극히 중한 죄를 지은 죄인은, 이것이 누구인가? 내가 아니고 누구란 말인가?
성철 스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