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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르 Ohr Jun 29. 2022

루소의 <학문예술론>(1750년), 최초의 문명 비판서


마게도니아인의 부름


아들에게 쓰는 <서양철학자 이야기>를 영국의 데이비드 흄까지 쓴 것이 작년 12월이다. 며칠 전 어느 블로거가 이어서 소개할 철학자 이야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해서, 그것을 '마게도니아인의 부름'("와서 우리를 도우라")으로 들었다.번역일과 그 외의 일을 내려놓고, 루소를 공부하고 글쓰기로 했다. <고백록>부터 읽을까? 1000쪽이 넘어서 읽는데 몇 달이 걸린다. 결국 그를 최초로 유명하게 한 첫 작품 <학문예술론>을 읽기로 했다. 


루소(1712-1778)는 스위스 제네바 태생이다. 어제(6월 28일)가 루소의 생일이다. 그의 어머니는 그가 태어난지 9일만에 고열로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아버지는 그가 11세 되던 해 집을 나갔다. 루소는 고아가 되었다. 루소는 독서광으로 유명하다. 그는 배가 고파서 청교도에서 가톨릭으로 개종했다. 이유는 숙식을 제공해주었기 때문이다. 루소는 음악 가정교사와 악보베끼는 일로 생계를 유지했다. 여러 일을 해봤지만, 이 일이 그에게 가장 잘 맞았다. 루소는 프랑스 파리로 건너가 닥치는 대로 일을 했다. 가난하고 고독했다. 


당대 최고의 비판적 지식인 디드로(Denis Diderot, 프랑스 철학자이자 문학가)와의 만남이 중요하다. 1749년, 루소가 감옥에 갇힌 디드로를 면회가던 길에 디종 아카데미 현상 논문 공고를 발견하고 <학문예술론>을 쓴 것이다. 출판은 1750년에 되었다.


논문주제: '예술과 학문의 발전이 도덕의 향상에 기여하는가?' 

루소: '아니다. 인류에게 해를 끼쳤다.'


당시 계몽주의의 중심지 프랑스는 '이성과 자유와 진보를 위하여'를 모토로 하여 인류의 진보에 매진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스위스에서 온 가난한 루소가 바라보는 프랑스 파리의 사회는 사치스럽고 방탕하고 게으르고 무절제했다. 학문과 예술은 남들의 노동으로 한가하게 지내며 만들어낸 결과물에 불과했다. 예술과 학문은 한 마디로 사람들을 '행복한 노예들'(happy slaves)로 만들고 있었다.


'예술과 학문의 발전이 도덕의 향상에 기여하는가?'라는 질문에 루소는 '예술과 예술은 인류에게 해악만 끼쳤다'고 답했다. 루소는 도덕이 없는 자연세계를 이상으로 본다. 선과 악 너머의 세계를 가리킨다. 이 점에서 니체의 <도덕계보학> <선악을 넘어서>가 루소에게 영향을 받았음을 알 수 있다. 




루소의 <학문예술론>은 37세때 디종 아카데미 현상공모 수상작이다. 이로 인해 루소는 인기를 끌게 된다. 루소는 이 책에서 문명을 비판하고, 소크라테스의 무지를 예찬한다. '자연으로 돌아가라'는 주장이다. 


루소는 예술과 학문이 인간의 행복을 증진시켰다는데 동의하지 않는다. 학문과 예술은  교묘하게도 쇠사슬에 묶인 인간의 노예상태를 영속화시킬 뿐이다. 학문과 예술은 인간이 쇠사슬에 매여 있다는 사실을 망각하고 착각하게 만든다. 학문과 예술은 기만적인 속성이 있으며 사람을 무언가의 노예로 만든다.



문명인은 '행복한 노예'! 좋냐?... 정신차려, 이 친구야!


"통치와 법이 사회를 이루어 사는 사람들의 안전과 행복을 주는 반면, 학문과 예술은 사람들을 결박하고 있는 쇠사슬을 꽃다발로 치장함으로써 사람의 타고난 자유의 감정을 질식시킨다. 자신들의 예속을 사랑하게 만듦으로써 '개화된 국민'으로 착각하게 한다." 루소의 일침, <학문예술론>


문명 비판을 했던 루소의 저술들을 보면, 프로이트의 <문명속의 불만>이 떠오른다. 루소는 그가 주변인이자 이방인으로 프랑스 파리에 살면서 이런 불만의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보기 시작한다. 당연히 프랑스 혁명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오늘날 사람들은 누구나 '루소의 친구들'이라는 말이 있다. 알게 모르게 루소와 같은 사상을 가지고 있다. 사회 전복적인 요소를 가지고 있다. 영성은 인정하지만 제도는 거부한다. 도덕이란 없는 것이다. 성 해방도 루소의 사상에서 볼 수 있다. 인간은 선하지만 사회제도가 부패하다. (참고. 라인홀드 니버의 <도덕적 인간과 비도덕적 사회>)


<학문예술론>은 1시간이면 읽을 수 있는 짧은 소논문이다. 서문과 1,2부로 되어 있다. 루소의 철학과 사상이 담겨 있는데, 그가 독서광임을 알아차릴 수 있다. 거칠고 웅변적인 어조로 날카롭게 문명사회를 비판한다. 아니 조롱하고 있다. '무지의 지'를 예찬했던 소크라테스를 강조한 것이 인상 깊었다. 다음으로 읽을 책은 <불평등의 기원>이나 <사회계약설>을 읽을까 생각한다.

"하나님이여! 우리로 하여금 지혜에서 벗어나게 해주소서. 우리의 행복을 증진시킬 가난한 상태로 되돌아가게 하소서!" 루소 <학문예술론> 중에서


혁명적인 루소


루소를 공부하면서, 왜 보수적인 입장을 가지고 사회체제와 도덕을 유지하는 입장에 선 사람들이 마르크스와 함께, 루소를 경계하는지 알 수 있다. 루소는 현실 불만이다. 인간이 쇠사슬에 묶여 있다고 선언한다. 그리고 쇠사슬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마디로 혁명이다. 전복이다. 그 결과 왕정제도로 폐지되고 민주주의가 시작되게 된 것이 아닌가. 그러면 오늘날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또 전복할 일이 있나? 당연히 루소에 입장에서는 혁신해야 할 것들이 있으리라. 교육, 종교, 정치, 사회 문화. 실로 과감하고 혁명적인 외침들이다. 프랑스 혁명의 총소리와 대포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오늘날도 그 혁명은 계속되고 있다. 


인간은 자유롭게 태어났지만, 어디서나 쇠사슬에 묶여 있다.


루소 <사회계약론>의 첫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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