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르 Ohr Jul 20. 2022

지옥편 제6곡 폭식지옥

지옥 3환 폭식지옥, 키르베로스, 치아코-피렌체의 운명

단테가 망명 생활을 하면서 완성한 이 서사시는, 지옥에서 연옥으로, 연옥에서 천국으로 이르는 방랑기로 구성돼 있으며, 배경은 1300년 어느 부활 주일(7일자)부터 14일까지, 그러니까 딱 한 주간의 자기 체험 식으로 엮여 있다.


지옥편 제6곡 '폭식(Glutton)지옥'


제3환  폭식(탐식)지옥에서 머리가 셋인 케르베로스가 사납게 짖으면서 발에 닿는 지옥의 혼령들을 발로 할퀴고 물어뜯고 있었다.



케르베로스, 지옥 3환 폭식지옥에서


프란체스카의 비련의 사랑이야기를 듣고 기절했던 단테가 깨어났을 때 그는 지옥의 제3환(폭식 지옥)으로 옮겨져 있었다. 거기는 끊임없이 비가 떨어지는데, 그런데 그 빗방물은 오물과 배설물과 하수구 쓰레기 물이었으며, 공기 중에는 끔찍한 악취가 진동했다. 머리가 셋인 케르베로스가 사납게 짖으면서 발에 닿는 지옥의 혼령들을 발로 핥퀴고 물어뜯고 있었다. 케르베로스가 두 방문객을 보고서 막아섰다. 


<아이네이아> 6권에서 무녀(시빌라)가 케르베로스에게 먹을 것을 주어서 통과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베르길리우스는 흙덩어리를 던져주자 그 개가 만족해하며 잠잠해졌다. 두 사람이 들어간 지옥의 제3환은 식탐가들이 살고 있는 곳인데, 땅은 진흙과 하수물 비로 범벅이 된 바닥인데 사람이 없는 것 같았다. 그런데 마치 미꾸라지가 진흙에 살듯이, 식탐가들이 하수구 오물과 배설물 속에서 꾸물거리고 있었다. 마치 돼지처럼 똥 속에서 뒹굴고 있는 것 같았다.


아무도 없어 보이는 그 오염물 바닥에서 식탐가 한 사람이 단테와 베르길리우스를 보고 일어서며, 단테에게 '자기를 알아보느냐?'고 물었다. 단테가 모른다고 답했더니, 그 식탐가가 자신은 피렌체에서 온 치아코(Ciacco)라고 자신을 밝히며, 단테가 살았던 피렌체(Florence, 프로렌스)에서 초기 시절을 보냈고 단테를 안다고 말한다. 단테는 치아코의 저주받은 운명에 대하여 안타까워한다. * 치아코(Ciacco)는 '돼지'란 뜻이다. 



피렌체 운명에 대한 예언하는 치아코


단테는 자신의 동정을 표하며, 치아코에게 피렌체의 운명에 대하여 묻는다. 

"왜 피렌체가 그토록 양분된 것인가?"

치아코는 미래에 피렌체에서 일어날 전쟁(내전?)에서 한 정당이 패배하고 추방당할 것을 예언한다. 


이어서 단테는 "피렌체의 죽은 훌륭한 시민들은 다 어디 있느냐?"고 묻자, 

치아코는 그들은 자기보다 훨씬 큰 죄를 저질러서 지옥의 더 깊숙한 밑바닥에 있으니, 

지옥 여행을 하게 되면 만날 것이라고 답해준다. 

치아코는 퇴비와 오물 같은 그 바닥에 의식을 잃고 기절해서 쓰러진다. 


단테는 치아코의 입을 통하여 피렌체의 부패와 도덕적 해이를 말하고 있다. 피렌체의 미래는 보니파스 8세의 통치하에 1301년 겔프의 급진파 흑당(the Black Guelphs)이 피렌체를 장악하고 1년 안에 온건파 백당(the White Quelphs)인 단테를 추방한다. 단테는 온건파 겔프당이지만 황제(프랑스, 스페인, 독일) 편인 기벨린당에 가까웠고, 교황 보니파스 8세를 싫어했다. 치아코의 예언에 따르면 피렌체 시민들도 교만, 시기, 탐욕의 죄로 분열된다.



최후의 심판


베르길리우스는 단테에게 치아코가 최후의 심판때까지 이 퇴비와 오물 같은 곳에 남아있게 될 것이라고 말하고, 두 사람은 미래의 생애에 대하여 이야기한다. 단테는 베르길리우스에게 '최후의 심판'에 대하여 질문하자, '비록 이 영혼들이 완전에는 도달할 수 없을지라도, 최후의 심판 후에는 전보다 더 완전함에 가까워지는데, 따라서 즐거움보다는 고통을 더 느끼게 될 것'이라고 대답한다. 


이렇듯 미래에 대한 것을 조금 이야기하며

우리는 발걸음도 느릿느릿

망령과 빗물이 더럽게 뒤섞인 속을 나갔다.

그때 나는 물었다. ‘스승님, 이 고통은

마지막 심판의 판결이 난 뒤에 커집니까,

작아집니까, 아니면 지금과 마찬가지로 엄합니까?”

그러자 그가 대답했다. “*너의 학문으로 돌아가거라.

그 학문의 체계에서는, 사물은 완전하면 할수록

그만큼 기쁨도 고통도 강하게 느낀다고 되어 있다.

이런 저주받은 자들은 결코

참다운 완전에 도달하지 못하지만,

심판을 받은 뒤에는 ‘육체를 회복하므로’ 전보다는 완전에 가까워진다.”

*너의 학문이란 아리스토텔레스와 토마스 아퀴나스의 학문 체계를 말한다. 단테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을 높이 평가하고 있었다.


그들은 계속해서 제3환을 둘러보는데 가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는데, 

내려가는 한 장소에 도달하자, 거기서 플루토(Plutus, 하데스)를 만난다.


플루토라는 이름은 다른 로마 신화의 신들과는 달리 그리스어에서 직수입했지만 유래는 다르다. 본래 하데스는 지하세계를 지배하기 때문에 땅속의 모든 부(즉 귀금속)를 차지하고 있다는 이유로 재물의 신으로도 해석된다. 라틴어의 '플루토'라는 이름은 이 플루토스 혹은 플루톤을 따간 것. 디스 파테르(Dis Pater)라고도 불렸다. 



보니파스 8세(Pope Boniface VIII)


그 당시 피렌체의 권력은 겔프(Guelph)당에 속했으며, 교황으로부터 피렌체의 독립을 지지한 백당(the White Guelphs)과 교황 권력의 지지자들인 흑당(the Black Guelphs) 사이의 내부 정당 투쟁으로 분열되었다. 단테는 백당에 동정적인 마음이 있었다. 1295-1296년 그는 백당의 회의 참여를 포함하여 여러 차례 공무원으로 부름 받았다. 






매거진의 이전글 지옥편 제5곡 색욕지옥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