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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르 Ohr Jul 20. 2022

지옥편 제7곡 탐욕지옥 - 분노지옥

지옥 4환 탐욕지옥, 5환 분노지옥, 스틱스의 늪

<신곡>의 지옥은 9개의 환(Circle)로 되어 있는데, 상부지옥(상옥)이 있고 하부지옥(하옥)이 있다. 

상옥(1~5환)은 욕망(lust)에서 나온 죄를 지은 자들이 있는 곳이고, 

하옥(6~9환)은 악의(evil desire)에서 죄를 지은 자들이 있는 곳이다.



탐욕지옥(제4환): 인색과 낭비의 죄

지옥의 제4환. 인색과 낭비. 재물 낭비자와 축적자



플루토, 지옥 제4환의 심판관


미노스(제2환-육욕의 죄인들을 담당하는 괴물)과 케르베로스(제3환-식탐의 죄인들을 담당하는 괴물)에 이어서 세 번째 괴물 플루토는 재산을 잘못 사용한 자들이 있는 구역을 담당한다. 돈(money)과 관련된 죄를 다룬다. 플루토(Pluto)는 그리스 신화의 지하세계를 다스리는 하데스(Hades)에 해당하는데, 로마에서는 지하세계에 매장된 풍부한 자원을 연상하게 하는 재물의 신으로 알려져 있다. 제4환은 재산을 잘못 사용한 죄인들이 있는 곳이다. 하나는 재신을 축적하고 쓸 줄 모르는 인색함의 죄이고, 다른 하나는 재산을 낭비하는 낭비의 죄이다. 낭비와 인색은 서로 다른 것 같지만 중용(아리스토텔레스의 중용)을 벗어난 죄이다. 이들은 지옥에서 서로를 알아보지 못하고, 분별력을 상실한 채 엄청난 무게의 바위를 서로 밀면서 싸우고 있다.


낭비자(the Wasters)는 "왜 너는 재산을 축척하느냐?"고 외치면서 바위를 밀고 있고, 

축척자(the Hoarders)는 "왜 너는 낭비하느냐?"고 외치며 충돌하며 

밀고 밀리며 모욕하고 싸우는 것을 영원히 반복하는 벌을 받는다.  

지옥의 제 4환. 인색과 낭비. 돈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한 죄.


가만히 보면 재산을 바르게 사용하는데 인색한 사람은 주먹을 쥐고 있는 모습이다. 마치 시시포스가 바위를 굴려 올리는 형벌을 받는 이미지를 연상하게 한다. 단테는 같은 탐욕을 저지른 자라 하더라도 재산을 인색하게 사용하여 축적한 죄인이나 낭비한 죄인을 미워하는 만큼 미워하지는 않았다. 가령 육욕(제2환)에 빠진 한 형수와 시동생의 비련한 사랑에 대하여 가슴아파하고 동정했었고, 식탐(제3환)에 빠진 피렌체 사람 치아코(Ciacco)가 지옥에 빠진 것을 안타까워했었다. 그러나 단테는 유독 재물을 축적하거나 낭비한 자들에 대하여 분개했다.


인색가의 무리와 낭비가의 무리가 둥근꼴로 생긴 길 위에서 무거운 짐을 굴리면서 소용돌이처럼 서로 반대 방향을 향해 달리고 있었다.


“이 사람들은 누구입니까? 우리 왼편에 있는 까까머리들은 모두 성직자입니까?” 그러자 스승이 말했다. “그들은 모두 몹시 마음이 비뚤어졌기 때문에 첫 번째 삶에선 도저히 돈을 유효하게 쓸 줄 몰랐다. 죄에 따라 저 자들은 지옥의 두 지점에서 갈라져 있다. 앞쪽에 있는 자들은 본디 성직자였다. 머리에 머리카락이 없지. 생전에 교황과 추기경이었던 자도 있다. 이들은 탐욕이 그지없는 자들이다.”

지옥의 제 4환 탐욕지옥


*돈과 관련된 중세의 부패한 성직자의 죄. 단테는 교황권(특히 보니파스 8세)과 상인계층의 결탁에 대하여 비판적이었다.


"탐욕은 우상배이며, 돈을 사랑함이 일만 악의 뿌리이다(딤전 6:1)."는 말씀대로 재산을 바르게 사용하지 못한 자들에 대하여 단테는 분개한다. 이는 당시 중세의 교회 성직자들과 그들의 재물에 대한 태도를 염두에 둔 것이다. 중세에는 탐욕의 죄는 사랑의 정신(the spirit of love)에 가장 위배된다고 보았었다. 베르길리우스는 대부분의 탐욕자들(the Avaricious)은 부패한 성직자, 교황, 추기경이라고 말하고, 탐욕과 인색은 재산(Fortune, 운명)의 유익에 대하여 신중하지 못한 면에서 똑같다고 설명한다.



운명의 여신


단테는 베르길리우스에게 '운명(Fortune, 재산)'의 속성에 대하여 설명해달라고 요청한다. 이 부분은 8세기 철학자 보에티우스의 <철학의 위안>의 책 내용을 소개하는 것과 일치한다. 실제로 단테는 연인 베아트리체가 일찍 죽었을 때 <철학의 위안>의 상담으로 도움을 받은 것 같다. 운명의 여신은 하나님께 명을 받아서 세상의 재산을 사람들과 나라에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운명의 여신은 인간이 이해를 피해갈 정도로 재빠르고 변덕이 심해서 인간이 자신의 소유를 잃는다 해도 불평하거나 운명을 저주해서는 안되고,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단테에게 설명한다.

인간의 지속도 운명에는 못 당한다. 운명이라는 여인은 다른 신들이 자기 영토를 다스리듯 자기 세력 범위에서는 모든 일에 대비하여 판단하고 처리한다. 운명은 쉴 새 없이 모습을 바꾸며 필연은 운명을 빨리 움직이게 한다. 그런데 운명을 찬양해 마땅할 자들도 그녀를 원망하고 있다. 엉뚱한 비난이다. 비뚤어진 말이다. 그러나 그녀는 축복받고 있으므로 그런 것에 귀기울이지 않는다. 시초에 만들어진 다른 자들과 함께 즐거운 듯이 운명의 수레바퀴를 돌리며 행복을 즐기고 있다.


베르길리우스가 운명의 여신에 대하여 설명한다. 이 부분은 단테가 보에티우스의 <철학의 위안>을 읽고 설명한 바분이다.



스틱스의 늪: 분노 지옥(제5환)

분노지옥: 분노하는 자들이 지옥의 제4환에서 분노하며 때리고 물어뜯고 싸우고 있다.

단테가 이 설명을 곰곰이 생각하면서 베르길리우스를 따라 지옥의 아래 환(cicle)로 내려간다. 둑을 건너서 이상하게 검은 물이 솟는 샘을 발견하는데 그 물은 바위틈에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이 시냇물을 따라 바위들 밑으로 가보니, 스틱스(Styx)라고 부르는 늪으로 된 강을 만났다. 지옥의 제5환에 이르게 된다. 거품이 늪으로 된 스틱스 강에서 계속 올라오는 것은 그 밑에서 분노자들(the wrathful)이 괴로워하고 한숨 쉬며 고통스러워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아무런 기쁨도 없이 늪에 파묻혀 있다. 해아래 있을 때 이생에서 행복하고 감사했어야 할 자들이 분노하며 퉁명스러웠던 것에 대한 벌이다. 침통(sulleness)하고 우울한 것 역시 내면화된 분노라는 점에서 분노의 죄에 해당한다.


우울과 분노


우울은 분노의 다른 표현이다. 늪에 방울이 올라오는 것은 우울에 빠져 한숨짓고 괴로워하는 자들이 늪 속에 빠져 있는 것을 표현한다. 지상에서 적극적이고 창조적인 시간을 보내지 못한 죄에 대한 형벌이다.



스틱스강은 점액과 같은 진흙으로 가득 찬 강인데, 분노에 찬 자들은 서로를 물고 뜯으며 싸우고 우울에 찬 자들은 진흙 아래에 잠겨 있다. 우울에 시달리는 자들이 내는 숨방울만 가끔 표면으로 떠오를 뿐이다.


분노의 다른 얼굴이 있다. 바로 우울이다. 우울은 자신을 깊이 응시하고 스스로 존경하는 마음을 통해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한 자들에게 엄습하는 병이다. 쉽게 분노하는 자는 혼자 있을 때 우울증에 종종 시달린다. 우울한 자들은 지상에서적극적인 자선 활동을 포기하고, 불평하면서 어둡고 비활동적인 우울속에 빠져서 세월을 허송했다. Anger that is expressed (wrath) and anger that is repressed (sullenness).



디스(Dis)의 세계


분노의 감정을 억제하지 못하고 죄를 저지른 자들이 가는 곳인데,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스틱스 강이 주변을 두르고 있으며 중심부에는 악마의 도시 '디스'의 성벽이 있다. 이제 두 방문자는 스틱스 강의 늪지를 지나 이름을 알 수 없는 높은 탑이 있는 곳에 도착한다. 그곳이 바로 '디스(Dis)의 성'이다. 디스플루토의 다른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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