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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르 Ohr Jul 22. 2022

지옥편 제10곡 이단지옥(6환), 에피쿠로스와 파리나타

지옥 6환

사후세계와 심판을 부인한 이단

불타는 디스(Dis)의 성벽, 상부지옥과 하부지옥으로 들어가는 관문이다.

“이 무덤에 누워있는 사람들을

볼 수가 있을까요? 벌써 뚜껑은 모두

쳐들려 있고 아무도 지키는 이도 없습니다.“

그러자 그가 말했다. ‘모두 마지막 심판이 끝나’

지상에 남기고 온 송장과 함께

여호사밧에서 돌아오면 무덤은 닫혀진다.

무덤 앞쪽 구획에는

영혼이 육체와 함께 사멸한다고 풀이한

에피쿠로스와 그의 제자들이 묻혀있다.

지옥 제10곡. 6환 이단지옥. 영혼불멸설, 사후세계와 심판을 부인한 에피쿠로스의 죄


지옥편 제10곡은 '이단지옥(the Heretics)를 다룬다. 제6환 이단지옥은 수많은 무덤으로 가득 찬 광활한 평원이다. 디스의 도시, 여기서부터 하부지옥이 시작된다. 지옥은 역삼각형 구조이고 원을 그리며 밑으로 내려가게 된다. <신곡>이 사후세계와 심판을 전제하고 있는데, 사후세계와 심판을 부인하는 자들이 이단지옥에 있다. 영혼불멸설을 부인하고 육체가 죽으면 영혼도 죽는다라고 했던 철학자 에피쿠로스가 여기에 거주한다.


나는 없었습니다(과거). 나는 살았습니다(현재). 나는 더 이상 없습니다(미래). 나는 신경 쓰지 않습니다.
에피쿠로스


에피쿠로스는 사후세계를 믿지 않았다. 죽음을 두려워하지도 걱정하지도 않았다. 인간이 탄생하기 이전과 죽은 이후는 인간의 영역에 속하지 않는다고 보았다. * 단테는 사후세계와 심판은 기독교의 핵심이기에 에피쿠로스를 '이단지옥'에 분류해 놓았다. 에피쿠로스가 말한 쾌락은 단순히 육체적 쾌락이 아니었다. 에피쿠로스의 제자들은 단순히 먹고 마시고 즐기는 쾌락이 아니라, 지적인 쾌락, 대화의 쾌락, 우정의 쾌락, 명상의 쾌락에 탐닉했던 고상한 자들이었다.



이단지옥의 무덤 들판, 파리나타의 무덤

‘관에서 일어나는 파리나타’. 윌리엄 블레이크, 단테 ‘신곡’ 인페르노 제10곡 삽화, 영국 대영박물관.


"오, 불의 도시를 살아서 지나가는 투스카니 사람이여, 어찌하여 이 불구덩이 무덤을 지나가려 하오. 내 그대 말투를 들으니 내 고향 피렌체 출신 같은데, 그렇다면 부디 잠깐이나마 이곳에 머물러 내 얘기를 들어주시오." 파리나타 혼령이 단테에게 하는 말


광활한 평원에 무덤 사이를 두 방문객이 걸어가는데 한 목소리가 무덤속에서 올라왔다. 그는 피렌체 사람 파리나타(Farinata)였다. 단테가 사용하는 투스카니 방언(피렌체 사투리)을 알아듣고 벌떡 일어난 혼령이었다. 파리나타와 단테는 정치적으로 정반대 입장이다. 그는 단테를 두 번이나 추방시켰기에, 단테는 모욕을 느끼고 버럭 화를 냈다.


단테와 파리나타는 적대적 관계였다. 파리나타는 신성로마제국 황제를 옹호하는 황제파(기벨리네당, the Ghibellines)이고, 단테는 교황파(겔프당, the Guelph)였다. 바로 파리나타도 영혼이 사후에 존재한다는 영혼불멸을 부인하는 에피쿠로스 철학 신봉자였고 기벨린당의 우두머리였다. 비록 파리나타가 반대 당의 우두머리였지만 단테는 그를 존경했었다.

<데카메론>을 저술한 보카치오는 파리나타에 대하여 이렇게 평했다.


"그는 에피쿠로스 추종자다. 영혼은 육체와 함께 죽으며 인간의 행복은 일시적인 쾌락에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최고급 음식을 즐겼고 배고플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먹었다. 이 죄 때문에 그는 이곳에서 이단자로 정죄됐다." 피리나타가 '폭식지옥'(3옥)에 있지 않고 '이단지옥'(6옥)에 있는 것은 그가 사상의 이단성이 있기 때문이었다.



단테의 망명 예언

10곡, 지옥의 6환(이단지옥)에서 파리나타를 만나는 단테


파리나타가 피렌체의 정치적 미래를 말하며, 단테에게 불길한 예언을 해주었다. 파리나타는 사색당파 싸움으로 서로가 서로를 죽이고 추방하는 과정에서 빚어진 오해와 진실, 그리고 앞으로 전개될 정치투쟁에서 내가 속한 정파가 패배할 것이라는 불길한 예언과 함께 저주를 퍼부었다.


*지옥에 있는 자들은 미래를 볼 수 있지만 현재를 볼 수 없다는 사실을 단테는 알게 된다. 파리나타는 단테가 미래에 피렌체에서 추방될 것을 알았지만 현재 상황은 알지 못했다. 일종의 벌로서 이단들은 먼 미래만을 알뿐 현재를 알 수 없었다.


단테는 스승에게로 돌아갔다. 파리나타의 불길한 예언을 듣고 풀이 죽어 있었다. 스승 베르길리우스는 달콤한 여인(베아트리체)가 나중에 사태를 분명히 밝혀줄 것이라고 단테를 위로한다. 두 사람은 성벽이 불타는 그 도시의 깊은 곳을 지나갔다. 신의 은총이 없이는 지옥을 통과할 수 없다는 것을 단테는 깨닫는다.



지옥의 7환, 괴물 미노타우로스


이곳에서 지옥의 7환으로 내려가는 길에 괴물 미노타우로스가 가로막고 있으나, 이 또한 플루토와 같이 베르길리우스의 일갈에 물러간다. 지옥의 제7환은 '폭력지옥'이다. 지옥의 7환(지옥 지하 7층) 폭력에 대하여 세 종류의 죄가 있다. 살인(타인 폭력), 자살(자기 폭력), 신성모독(하나님.자연.예술 폭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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