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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르 Ohr Jul 23. 2022

지옥편 제11곡 하부지옥 배치도

상옥(1환 림보~6환 이단지옥), 하옥(7환 폭력지옥 ~ 9환 배반지옥

상옥과 하옥


지옥은 1환(Circle)에서 9환까지 있다. 죄의 질에 따라 상옥과 하옥으로 나뉜다. 1환부터 6환은 상부지옥(상옥)이고, 7환부터 9환까지는 하부지옥(하옥)이다. 상옥은 욕망을 다스리지 못한 무절제의 죄인들이 있고, 하옥은 사악한 의도로 저지른 이성적인 죄인들이 있다.


여기서는 하부지옥에 대하여 스승 베르길리우스가 단테에게 설명한다. 제11곡부터 제17곡까지는 폭력지옥(7환)을, 제18곡부터 제31곡은 사기지옥(8환)을, 제31곡에서 제34곡까지는 배반/반역지옥(9환)을 설명하고 있다.


두 사람이 이단지옥(제6환)을 벗어나기 직전인 듯하다. 비좁은 오솔길을 걸어 바위투성이 벼랑 끝에 이르러, 밑을 내려다보니 처참한 몰골을 한 망령들이 득실거렸다. 바람을 타고 참을 수 없는 끔찍한 악취가 올라와서 숨이 막혔다. 그 악취를 피하기 위해 어느 거대한 무덤의 봉분 뒤로 잠시 몸을 피했는데, 그 무덤 묘비명을 보니 교황 아나스타시우스(Anastasius)임을 알 수 있었다. 

*단성론(Monophysitism, 單性論) 이단의 죄를 저질러서 지옥에 왔다. 단성론 이단이란, 예수에게는 하나의 위격과 두 본성(신성과 인성)이 있는데 아나스타시우스의 경우 신성을 부인했든지, 인성을 부인했든지 했을 것이다.  

여기 한때 교황이었던 아나스타시우스, 포티누스(Photinus)에게 이끌려 바른 길에서 벗어난 자를 내가 지키노라

교황 아나스타시우스(Anastasius)의 묘비명


악취가 걷힐 때까지 잠시 쉴 때에, 스승은 단테에게 지옥의 하부구조를 설명해주었다. 7환부터 9환까지를 설명해준 것이다. 7환 폭력지옥, 8환 사기지옥, 9환 배신지옥에 관한 설명이다. 먼저 폭력지옥(7환)에 관한 설명인데, 폭력지옥은 세 부분으로 나뉜다. 타인폭력, 자기폭력(자살), 하나님 폭력(신성모독 그리고 자연과 기술에 대한 폭력, 동성애도 여기에 포함됨)이 그것이다.


7환 폭력지옥: 타인/자기/하나님


첫 번째 부분에는 폭력을 휘둘러 사람을 죽이거나 상해를 입힌 자들이 갇혀 있다네. 두 번째 부분에는 자기 자신에게 폭력을 행사한 자들인데, 자살을 하거나 자해를 저지르거나 노름으로 인생을 탕진한 경우일세. 결국은 그 대가로 몸부림치며 후회의 눈물을 흘리고 있지. 세 번째 부분에는 하나님을 깔보거나 업신여긴 자들이 갇혀 있네. 이들 역시 하나님의 공의를 부정하고 모독한 죄로 고통을 받고 있지. 덧붙이자면 부정한 방법으로 타인의 재산을 강탈한 고리대금업자들(usurers)로 여기서 그 죗값을 치르고 있다네.

폭력지옥(7환) 설명: 1. 타인폭력, 2. 자기폭력, 3. 하나님 폭력


스승은 제7환에 대한 설명을 마치고 제8환(사기지옥)과 제9환(배신지옥)에 대해서도 간략하게 설명해준다. 지옥은 밑으로 내려갈수록 좁아져 간다. 사기지옥(제8환)에는 양심과 정의를 저버린 위선자, 남의 물건을 훔진 도둑들, 성스러운 성직을 돈으로 사고 판 자들, 더러운 포주들이 갇혀 있는데, 이들은 최소한의 인간적인 양심과 신의를 저버린 악의 무리들이었다. 단테는 폭력보다 남을 속이는 사기(fraud)를 더 악하게 보았다. 고리대금업은 자연이나 노동을 통하여 수익을 얻은 것이 아니라 자연을 비웃고 사람들의 수고를 착취한 것이기에 죄가 크다고 보았다.


가장 깊은 지옥인 제9환 배신지옥에는 모든 반역자, 배반자의 무리들이 갇혀 있는데, 여기에 루시퍼(Lucifer, 타락한 천사 루키페르) 악마가 있고, 예수님을 배반한 가룟 유다, 카이사르를 배반한 브루투스카시우스루시퍼가 물어뜯고 있다. 배신은 가족, 친구, 공동체에 가장 큰 범죄행위인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윤리학>


단테의 <신곡>에서 아리스토텔레스의 <윤리학>이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그중에서도 중용의 사상을 강조하고 있다.


너는 <윤리학>에 있는 말을 잊었느냐? 네 책에는 하늘이 용서하지 않는 세 가지 성질에 대한 논술이 있었을 것이다. 무절제(incontinence)와 사악(vice, malice)과 동물적 야만성(Bestiality, 폭력)인데, 무절제는 신에 대한 죄로서는 그 정도가 낮으므로 배반지옥(지옥의 가장 밑바닥)보다는 형벌이 가볍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윤리학> 제 7권에서 도덕상으로 피해야 할 세 가지로 부절제, 악덕, 수심(獸心)을 들고 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중용'을 강조한다.


지옥의 구조는 지옥안뜰(Ante-Hell)이 있고 1환부터 9환까지 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윤리학>에서 말하는 세 가지 죄악에 따라서 분류하자면,

1환은 이교의 죄에 해당하는 예수 그리스도를 알지 못하는 시인들과 사상가들이 있고,

2환~6환까지는 자신을 절제하지 못하는 무절제의 죄에 해당하고,

7환은 폭력성,

8-9환은 사기의 죄에 해당한다.



고리대금업의 죄


(돈을 빌려주고 지나치게 많이 돌려받는) 고리대금업이 왜 그렇게 큰 죄냐가 단테가 스승에게 묻는다.


고리대금업이 주님의 사랑에 위배된다고 하신 까닭이 궁금합니다. “철학이 그걸 배우는 자에게 수차 가르치고 있듯이, 무릇 자연은 모두 신의 지혜와 그 재주에 의해 그 나아가야 할 길을 택하고 있다. 인간의 재주는 대체로 가능한 한 자연법칙에 다르고 있다.

마치 제자가 스승을 따르는 것과 같이. 그러므로 인간의 재주(art)는 하나님에게는 손자 손자뻘이 된다. 이 ‘자연과 재주’의 두 가지 수단으로 인간이 생계를 세워서 자손을 번영시키야만 한다는 것은 창세기의 첫머리를 기억한다면 알리라.

그러나 ‘고리’를 탐하는 자는 딴 길을 택하여 자연 자체와 자연에 따르는 것을 멸시하고, 그것과는 다른 것에 희망을 걸고 있는 것이다. (104~105P)

고리대금업의 죄에 대하여


스승은 단테에게 이제 지옥여행을 계속하자며 길을 떠난다.

제11곡. 하부지옥에서 끔찍한 악취가 올라온다. 두 사람이 입을 가리며 어느 바위 뒤에 숨어 잠시 쉬는데 그 바위는 교황 아나스타시우스의 묘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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