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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르 Ohr Aug 01. 2022

지옥편 제14곡 폭력지옥-불타는 모래밭(제3파트)

폭력지옥(제7환)의 2파트에서 나무로 변해서 고통받고 있는 자살한 영혼의 부탁에 따라, 단테는 나뭇가지들을 한 곳에 모아준 다음 폭력지옥의 3파트로 이동한다. 



폭력지옥(7환)- 불타는 모래밭(제3파트)


불비가 쏟아지고 있는 가증의 사막, 폭력지옥(제7환) 동성애의 죄로 타락한 소돔과 고모라가 유황과 불비로 심판을 받는다(창세기 19장).


숲을 빠져나오자 그곳에는 풀 한 포기 없는 메마르고 빽빽한 모래밭이 펼쳐지고 하늘에서 커다란 불덩어리가 비처럼 쏟아져 내리기 때문에, 벌거벗은 영혼들이 무리를 지어 고통 속에 처참하게 울부짖고 있다. 비참한 영혼들은 조금도 쉴 새 없이 움직이며, 몸의 이곳저곳에서 떨어지는 거대한 불꽃비(huge flakes of fire; rain of fire)를 털어내고 있었다. 제3환은 하나님에 대한 불경죄를 지은 신성모독, 동성애, 고리대금업의 죄인들이 있는데, 불비가 내리는 것은 성경에 동성애(남색 男色, Sodomy)의 죄로 심판을 받은 소돔과 고모라에 내린 심판에서 유래했다. 그 때 하늘에서 유황과 불이 비같이 내렸다(창 19:24-25). 

'불타는 모래밭'이란 동성애는 순리에 어긋날 뿐 아니라, 자녀 생산을 하지 않는 것을 상징한다. '비'는 생명을 상징하는데, 동성애는 '모래밭에 불비가 내리는 것'과 같다는 뜻이다. 



폭력지옥의 불타는 모래밭(제7환의 3파트)


이곳은 신과 자연 순리에 해를 끼친 자들이 가는 곳인데, 신성 모독자, 동성애자, 고리대금업자들이 모래밭(사막) 위에서 뜨거운 불꽃을 맞으며 고통받고 있다. 신성모독자들은 모래 위에 누워있고, 동성애자들은 그 위를 뛰어다니며, 고리대금업자들은 몸을 잔뜩 움츠린 채 떨고 있다. 단테 일행은 이 불꽃을 피하기 위해 사막 가운데에 있는 개울을 통해 이 곳을 지나간다. 당시 중세 시대에 동성애는 사람이 저지를 수 있는 가장 큰 죄였다. 


불타는 모래밭에 거대한 불덩어리들이 눈처럼 내리며 모래밭을 뜨겁게 하고 그곳에 있는 영혼들을 불태우고 있었다. 단테는 이것을 알렉산더 대왕이 인도 정벌 때 겪었던 그것에 비교한다.


모든 모래 위에, 바람이 없을 때 알프스에 눈이 내리는 것처럼 커다란 불꽃이 천천히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알렉산드로스(알렉산더) 대왕이 인도의 무더위 속에서 자기 군대 위로 떨어지는 불꽃을 보고 불꽃이 아직 적을 때 불을 끄는 것이 나을 것 같아 그의 병사들에게 땅을 밟으라고 명령했던 것과 같이 불꽃들이 이렇게 하염없이 내리고 있었다. 불꽃들은 이렇게 하염없이 내리고 있었다. 부싯돌을 때려 불을 지피는 것처럼 고통이 배가 되도록 모래에 불이 옮겨 붙어 타고 있었다. 비참한 손들은 쉼 없이 춤추듯이 여기저기 떨어지는 새로운 불꽃을 흔들어 떨어뜨리고 있었다.

<신곡-지옥> 이시연 옮김



신성모독(교만)의 죄, 카파네우스


신에게 반항했던 테베의 장수 카파네우스 Capaneus the Blasphemer (1824-1827) 윌리엄 블레이크 작. 불비의 심판을 두려워하지 않고 뻔뻔하며 오만한 모습을 하고 있고, 번개는 제우스에게 맞아 죽은 심판을 상징하고 있다.


그들 무리 중에 한 곳에 아주 거만하게 모든 것을 경멸하듯이 눈을 흘리고 있는 커다란 사람이 누워있었고 불꽃이 그를 사르지 못한다는 듯 불꽃을 무시하고 있었다. 단테는 스승에게 '그가 누구인지' 묻자, 그 말을 들은 그 사람이 오만방자하게 외친다. "자신은 살았을 때처럼 죽은 지금도 똑같다"고. 베르길리우스가 그의  오만함을 꾸짖는다. 그 사람은 카파네우스(Capaneus)이다. 테베를 공격하는 일곱 명의 장수 가운데 우두머리였다. 그는 제우스 신이 도와주지 않아도 자신의 힘만으로도 테베를 함락할 수 있다고 호언장담했었다. 이를 괘씸하게 여긴 제우스는 그가 테베의 성벽에 오를 때, 성벽 위에서 기다리다가 올라오는 그에게 벼락을 내려쳐서 죽였다. 바로 신을 모독하고 경시했다가 제우스에게 벼락을 맞아 죽은 인물이다. 신성모독의 상징적인 인물이다. 


스승은 카파네우스에게 오만한 자가 받는 벌은 분노 그 자체라고 했다. 



나의 길잡이는 내가 들어 본 적이 없는

격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오, 카파네우스, 너의 오만을


누그러뜨리지 않는다면 너는 더 큰 벌을 받을 것이다.

너의 분노에 적합한 벌은

너의 분노를 제외하고는 그 어떤 것도 없다!”


그러고 나서 평온한 얼굴로 나를 향해 돌며

말했다. “저자는 테베를 공격했던

일곱 왕 중 하나이다. 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하느님을 경멸하고 무시한다.

그러나 그에게 내가 말했듯이 그의 분노는 그의

가슴에 적당한 장식품이다.

이시연 옮김


테베의 일곱 장군의 리더, 카파네우스


아이스킬로스의 <테베를 공격하는 일곱 장수> 그리고 에우리피데스의 <포이니케 여인들>이라는 그리스 비극 작품의 소재로 등장한다.



지옥의 강들의 유래, 크레타의 거인


단테와 베르길리우스불타는 모래밭을 피해 숲의 가장자리로 이동한다. 두 시인은 붉은 강이 숲의 가장자리로부터 흘러나오기 시작하는 지점까지 왔다.  그곳에는 작은 개울이 모래밭 사이를 흐르고 있고, 개울의 바닥과 양쪽 둔덕과 기슭이 돌로 되어 있어 그곳에 통로임을 알려주었다. 스승은 단테에게 이 개울에 관심을 가질 가치가 있다며 지옥에서 본 것 중에 놀랄 만한 것이라고 했다. 왜냐하면 이 개울이 모래밭의 불을 끄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지옥의 다섯 강의 유래를 단테는 설명하고 있다.


"바다 한가운데에 지금은 황폐한 나라 크레테가 있었는데, 예전에 그 왕(Cronos 크로노스, 제우스의 아버지) 아래 세상은 순수했다[황금시대]. 거기에 이데(Ida)라는 산이 있어 옛날에는 푸른 숲과 샘물로 아름다웠지만 지금은 금지된 곳처럼 황폐해졌지. 레아(Rhea, 크로노스 부인, 제우스 어머니)는 자기 아들(제우스)의 안전한 요람으로 그곳을 선택했고, 아이가 울 때에는 잘 감추려고 커다란 소음을 내곤 했지. 그 산에 거대한 노인이 우뚝 서 있었다." 

크레타의 거대한 노인, 지옥의 강들을 설명하기 시작하는 베르길리우스



성경 다니엘서. 느부갓네살 왕의 큰 신상의 꿈.


지옥의 강들은 크레타 섬에 있는 큰 거인에게서 유래한다. 큰 거인은 머리는 금, 팔과 가슴은 은, 몸통은 청동, 다리는 철, 발은 흙으로 만들어졌다. 그 거인이 눈물을 흘리고, 그것이 모아져서 지하로 흘러 지옥으로 들어가, 아케론(Acheron) 강과 스틱스(Styx) 강과 플레게톤(Phelethon) 강과 지옥 밑바닥의 호수인 코키토스(Cocytus) 호수를 이룬다고 했다. 여기서 크레타 섬의 거인이 흘린 눈물이 지옥의 강으로 흘러간다는 것은 지상과 지옥이 가까이 연결되었음을 암시한다. 이 비유는 다니엘서 2장에 느부갓네살왕이 꿈을 꾼 큰 신상에서 유래한 것이다.  단테는 황금시대가 철기시대로 쇠퇴했음을 암시했고, 흙으로 된 발을 교회로 상징하여 교회가 부패하고 불안정하게 되었음을 암시하고 있다.



레테(망각의 강), 연옥에 있다


단테는 스승에게 지하세계의 강인 레테의 강은 어디에 있느냐고 묻는다. 스승은 레테는 지옥의 구덩이 너머, 연옥에 있다고 말한다. 그곳은 죄책감과 죄를 다 씻고 천국으로 가기 위한 곳이라고 했다. 스승은 단테를 강둑을 따라 인도했고, 불타는 강둑 바깥의 모래밭에 들어가지 않도록 조심하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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