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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르 Ohr Aug 29. 2022

누구나 이해할 수 있게 쓴 최고의 서양철학 안내서

류은진 님의 서평

누구나 이해할 수 있게 쓴 최고의 서양철학 안내

누구나 이해할 수 있다고 했지만, 서양철학은 누가, 무엇을 공부했고, 오늘 우리와 어떤 공통점과 차이점이 있는지를 알고자 하는 분을 가리킨다. 서양철학에 대하여 답답함을 느끼고, 무지함을 깨달은 사람을 가리킨다.

말로만 듣던 용어들이 어떻게 탄생했는지 배경을 알게 된다


3천 년에 걸친 위대한 철학자들의 사상이 집약되어 있는 책 <아들에게 들려주는 서양철학 이야기>는 누구나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쓰인 서양철학 최고의 안내서다. 입대한 아들에게 사랑하는 아버지의 마음으로 전해주는 가르침이 독자의 마음에 잔잔한 울림을 준다. 아모르 파티, 메멘토 모리, 아파테이아, 오컴의 면도날 등 말로만 듣던 용어들이 어떻게 탄생했는지 배경을 알게 되면서 의미를 더욱 풍성하게 알 수 있었다.      


철학자들의 사상에는 철학자 개인의 기질이나 인격, 그들의 삶의 경험이 많은 영향을 미친다. 운명의 수레바퀴 최고점에서 모든 권력을 쥐고 명망을 받던 보에티우스가 음모에 말려 가장 낮은 곳으로 추락했던 삶은 그의 저서 <철학의 위안>에 고스란히 영향을 주었다. 파스칼의 특별한 영적 체험이 그의 사상에 미친 영향 역시 지대하다. 당대 최고의 지식인이며 천재라 불리던 그는 회심을 통해 인간의 이성으로 신을 믿는 것이 아니고 마음으로 믿을 것을 강조했다. 스피노자는 철학자이면서 안경제조업자였다. 그는 삶에서 묵묵히 운명을 받아들이는 자신의 생활 철학을 온몸으로 실천했다. 결국 독일 대학 교수직도 거절하고 렌즈를 깎다가 미세먼지가 폐에 들어가 안타깝게 삶을 마감하기도 했다.      

 


데카르트와 파스칼


하나의 철학 사조는 개인의 삶과 사유로부터 얻어낸 독창적인 사상의 결과물이기도 하지만 이전 시대의 철학 사조들을 비판하거나 옹호하면서 만들어지기도 한다. 당대에 유명했던 철학 사상이 후대 철학자에 의해 오류와 모순이 드러나며 새로운 사상이 등장하는 경우도 있다. 파스칼은 논리로 신 존재를 증명할 수 있다는 데카르트를 비판하며 믿음은 논리가 아니라 마음과 신앙에 속하는 것이라 보았다. 



스피노자와 라이프니츠


스피노자가 비인격적인 신과 결정론을 말했다면 라이프니츠는 인격적이고 초월적인 신을 말한다. 라이프니츠는 현재의 세계가 최선이라는 낙관주의를 펼쳤고, 이에 반기를 든 것은 볼테르다. 이런 식으로 사상은 무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이전 사상을 비판하며 발전되어 왔다. 이전 시대의 이론과 사상을 제대로 알아야 다음 시대의 사상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된다.      


현재 우리가 세상이 물이나 원자로 이루어졌다고 주장하는 고대 자연 철학을 무시할 수만 없는 것은 그것이 그 시대에 의미를 가질뿐아니라 후대 사상에 영향을 주었기 때문이다. 현대에 들어와서 소크라테스 이전의 자연철학은 더 큰 의미를 갖기도 한다.      


저자가 제시하는 소크라테스부터 흄까지의 순서를 따라가면서 어떤 철학자의 영향을 받았고, 어떤 철학자에게 영향을 주었는지 파악해보는 것도 또 하나의 즐거움이다. 사상이 서로 연결되어 있어 단 하나의 개별 철학자의 책들로는 이해할 수 없었던 사상들을 폭넓게 조망할 수 있게 한다. 일반 서양 철학서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웠던 중세 철학에 대한 알기 쉬운 설명은 신학을 전공한 저자였기에 가능한 이 책의 또 다른 값진 소득이다.     


철학은 우리가 누구이고 어디서 왔는지를 알려준다.


저자도 말했듯이 철학은 우리가 누구이고 어디서 왔는지를 알려준다. 사람은 누구나 실존의 근본적인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다. 그러한 연구는 우리의 현실과 동떨어진 것이 아니다. 삶을 바라보는 지혜를 위대한 철학자들의 사상을 통해 만날 수 있다. 철학자들의 삶과 그들의 사상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렌즈를 장착하기 원한다면 이 책을 권한다. 이 책은 서양철학의 거대한 흐름을 밀도 있고 알기 쉽게 제시하여 지식의 획득을 넘어서 삶의 방향을 제시해 줄 수 있는 나침반이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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