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르 Ohr Aug 31. 2022

소크라테스 이전의 철학자이자 과학자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 7장

내가 몰랐던 철학의 중심 이동이 있었다


<아들에게 들려주는 서양철학 이야기>를 쓸 때 소크라테스부터 시작했다. 당연히 철학은 소크라테스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소크라테스는 키르케고르가 가장 좋아하는 초월의 철학자이다. 키르케고르를 '덴마크의 소크라테스'라고 불렀다. 키르케고르는 소크라테스를 박사논문으로 썼다. 논문제목은 <불합리(Irony)의 개념>(1841년)이다.


이후에 <현대유럽철학의 흐름>(리차드 커니)를 공부하면서, 철학의 중심이 아테네의 철학 3인방(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에서 그리스 신화와 자연철학자로 이동한 정황을 파악하고서 공든 탑이 무너지는 듯 충격을 받았다. 헛다리를 잡고 있었다. 아니, 현대 문화와 사상을 모른 채, 구태의연하게 철학을 공부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크라테스 이전의 철학자는 최초의 과학자다


이번 달(8월)에 대우고전총서 12권 <소크라테스 이전 철학자들의 단편 선집>을 구했다. 탈레스, 아낙시만드로스, 아낙시메네스 밀레토스 3인방, 피타고라스, 아낙사고라스, 엠페도클레스, 데모크리토스 등 그들은 저술을 남기지 않았다. 단편적인 글과 명언이 남아 있을 뿐이다. <아들에게 들려주는 서양철학 이야기>에서 회의주의자이자 경험론자 로크, 버클리, 데이비드 흄을 다루면서 자연철학자인 소크라테스 이전의 철학자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사실 스피노자의 사상도 소크라테스 이전의 철학자들을 가리키고 있었다. 그래서  <아들에게 들려주는 서양철학 이야기>의 부록으로 소크라테스 이전의 철학자들을 다루었다. 서양철학의 부록에 넣는다는 것은 말도 되지 않는 일이지만, 일단 분량이 다른 장에 비해서 많았고, 또 내가 잘 모르고 썼기 때문에 부록으로 넣을 수밖에 없었다.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에서 다시 만난 자연철학자들

1세대: 탈레스, 아낙시만드로스, 아낙시메네스, 피타고라스2세대: 파르메니데스, 헤라클레이토스/ 3세대: 아낙사고라스, 데모크리토스, 엠페도클레스

자연철학자들을 만나는 빈도가 늘어난다.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를 7장 밤하늘의 등뼈('은하수'를 부르는 원시부족의 말)부터 읽기로 했다. 7장은 뉴욕의 슬럼가인 브루클린에 살았던 저자의 경험을 이야기하고 있다. 저자는 도서관에 가서 '스타(star)에 대한 책을 주세요.'라고 사서에게 요청했는데, 사서는 당시의 연예인이 등장하는 책을 준 일화를 소개했다.



우주를 아는 것은 나를 아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다석 류영모 선생의 기도는 '우주 산책'이었다. 그의 기도생활은 광활한 우주를 산책하는 것이었다. 무한을 꿈꾸고 초월을 꿈꾸어서 그의 신앙과 삶은 무한히 넓은 듯하다. 요즘 종교라는 것이 얼마나 기복적이고 편협하고 옹졸한 지 모른다. 우주를 공부하는 것은 초월을 공부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현실을 초월하기 때문이다. 나 중심으로 세상을 보는 것이 아니라, 우주에서 '지금 여기'를 보기 때문에, 우주 공부는 초월 공부이다.


태양이라는 이름의 그 별은 은하의 변방, 두 개의 나선 팔 사이에 잊혀진 듯이 버려져 있다. 태양이 속해 있는 은하라는 것도 뭐 그리 대단한 존재도 못 된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우주의 후미진 구석을 차지하고 겨우 십여 개의 구성원을 거느린, 작은 은하군의 그저 그렇고 그런 ‘식구’일 뿐이다.




태양은 은하의 변방, 은하는 우주의 후미진 구석에 있는 작은 은하군일 뿐이다. 지구는 은하계의 변방에 있다. 주제파악이 절로 된다. 자신의 위치를 제대로 파악하게 해 준다. 



왜 이오니아에서 과학이 출현했나?


<코스모스> 7장에서 '왜 이오니아에서 과학이 출현했나?'하는 질문이 가장 흥미롭고 유익했다. 문명의 접경지역인 다양성과 자유로운 탐구가 가능한 분위기 때문에 그렇다고 한다. 소크라테스 이전의 철학자들을 과학의 관점에서 접근한다. 이오니아(밀레토스)의 철학자들은 현대 과학과 가장 부합하는 인물이었다. 세계를 신이 아닌 자연의 이치로 설명했기 때문이다. 탈레스는 최초의 과학자이다. 아낙사고라스는 밀레토스, 지금의 터키의 동부의 해변 사람이었지만, 밀레토스의 자연철학을 아테네로 전파시킨 사람이다. 아낙사고라스를 아테네로 부른 사람은 그리스의 전성기를 이루었고 펠로포네소스 전쟁을 지휘했던 페리클레스이다. 아낙사고라스는 '인생의 목적이 태양, 달, 하늘을 탐구하는 것'이었다. 


"별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멀리 떨어져 있어."

(별이 가까이 있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구나.)


"태양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커. 펠로포네소스 반도만큼 클 거야."

(태양이 눈에 보이는 작은 크기라고 생각했을 수 있구나.)


"지구는 평면이 아니라 공처럼 둥글다."

(지구가 둥굴다는 것을 모를 수 있었겠다.)


오늘날 과학이 말하는 주장을 그 당시에 했다. 지구가 둥글다고 주장한 최초의 인물은 피타고라스였다. 

흥미로운 사람은 데모크리토스이다. 그는 부자 집안에서 태어났으나, 물질계의 아름다움과 우아함을 경외하면서 연구에 몰두하여 가난하게 살았다. 뉴욕의 슬럼가 브루클린과 같은 아브데라에서 살았다. 그리스 100드라크마의 화폐에 등장하는 인물이 바로 데모크리토스이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이해는 곧 즐거움이다." 데모크리토스


이 책의 부록1 <소크라테스 이전의 철학자> 1세대, 2세대, 3세대를 참고하라.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 3장 "지상과 천상의 하모니" 강독 후기


매거진의 이전글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 (퀴즈2)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