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 10월의 마지막 날, 호메로스의 <일리아스>를 영어로 강의한 특별한 날이다. 영어로 강의할 일이 없는 내게 영어 강의를 준비하는 것은 기대밖으로 놀랍고 유익했다. 공부하는 것도 유익했고, 원고를 쓰는 일도 새로운 도전이었고, 학생들에게 전달하는 것도 즐거운 모험이었다.
<오디세이아>를 더 좋아했는데, 이제는 <일리아스>의 심오함과 탁월함을 알게 되었다. <일리아스>는 서구 문명의 발원지와 같다. 트로이 전쟁에서 탈출한 트로이 장수 아이네이아가 '새로운 트로이', 로마를 건국한 조상이 되었기 때문이다. 거기서 서구 문명이 발원했기 때문에, 호메로스의 <일리아스>는 역사, 철학, 사상, 문학 면에서 심오한 영향을 끼쳤다.
<일리아스>에서 '일리온'은 '트로이의 이름'이다. 트로이 이야기, 트로이 전쟁 이야기라고 할 수 있는데, 주제는 '헥토르의 분노'이다. 헥토르의 분노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며, 10년 전쟁을 49일(혹은 51일)의 기간으로 처리했으며, <일리아스>에서 전투일은 연속적이지 않은 따로 떨어진 4일속에 모든 이야기를 담았다는 것이 놀랍다. 아리스토텔레스는 그의 책 <시학>에서 이것을 '호메로스 스타일'이라고 했다. 영화, 드라마, 문학 등에서 호메로스의 내용이든지 스타일이든지 영향을 받지 않는 것이 없다.
프랑스 소설가 귀스타브 플로베르는 "모든 위대한 문학은 <일리아스>이든지 <오디세이아>이다."라는 말이 괜한 말이 아니다. <일리아스>를 읽기 위해서는 배경이 되는 이야기를 알아야 한다. 파리스의 탄생, 파리스의 심판, 트로이의 헬레나의 기원, 딸 이피게네이아를 희생제물로 바친 총사령과 아가멤논 왕 이야기 등이 그것이다.
<일리아스>의 첫구절은 이렇게 시작한다.
분노를 노래하소서, 여신이여. 펠레우스의 아들 아킬레우스의 파괴적인 분노가 그리스 연합군에 얼마나 큰 고통을 가져왔는지를. “Sing, Goddess, of the rage of Peleus' son Achilles, the accursed rage that brought great suffering to the Achaeans.”
'파리스의 심판'에서 왜 세 여인이 옷을 벗고 있는지?
아킬레우스와 아가멤논 왕이 여자 브리세이스로 인하여 갈등하고 분노하는데, 그 이전에 이미 아가멤논 왕의 딸 이피게네이아로 인하여 아킬레우스가 분노한다. 아가멤논 왕은 그리스 연합군이 바다의 폭풍으로 인하여 1,000척의 함선이 트로이로 건너갈 수 없자, 신탁에 따라서 자신의 딸을 희생제물로 바치기로 결심한다. 아가멤논 왕은 아킬레우스와 결혼한다고 속여서 딸 이피게네이아를 유인하여 희생제물로 바쳤다. 아가멤논 왕이 트로이 전쟁에서 승리하고 돌아오자, 그의 부인 클리타인네스트라가 정부 아이기스토스와 합세하여 아가멤논 왕을 살해한 동기는 그가 딸 이피게네이아를 살해해서 희생제물로 바쳤기 때문이다. 이피게네이아 사건으로 인하여 아킬레우스는 아가멤논 왕에게 분노했다. 아킬레우스가 자신의 명예를 상징하는 전리품으로 받은 여성 브리세이스을 아가멤논 왕에게 빼앗겼을 때 분노했던 것보다 그 이전에 이미 아가멤논 왕과 갈등이 있었다.
아킬레우스의 갑옷을 입은 사람은 파트로클로스였다. 그 갑옷을 벗겨서 헥토르가 있었다. 아킬레우스는 새 갑옷을 입고 헥토르와의 결투에서 이겼다. 아킬레우스가 죽은 후 그의 새 갑옷은 오디세우스가 차지했다. 오디세우스가 아킬레우스의 다음 지도자로 추대된 것이다. 오디세우스는 아이아스와의 경쟁에서 이겨서 아킬레우스의 새 갑옷의 주인공이 되었다.
아킬레우스가 아가멤논 왕에 대하여 분노했던 것보다 더 큰 분노는 트로이 장수 헥토르에 대한 분노였다. 아킬레우스의 절친 파트로클로스가 아킬레우스의 갑옷을 입고, 마치 아킬레우스가 출전한 것처럼 전쟁에 나가서 위기에 처한 그리스 연합군의 사기를 북돋웠다. 하지만 파트로클로스는 교만하여, 아킬레우스가 경고한 것을 무시하고 트로이 성문까지 트로이 군을 추격하고 말았다. 거기서 헥토르에게 죽임을 당했다.
헥토르는 파트로클로스의 갑옷을 입었다. 그리스 장수들은 겨우 파트로클로스는 벗거벗은 시신을 확보해서 그리스 진영으로 가져가 아킬레우스에게 주었다. 테티스 여신은 헤파이스토스 대장장이 신에게 부탁하여 하룻밤에 아킬레우스의 '신적인 갑옷'을 만들어주었다. 아킬레우스는 분노하여 트로이 장수들을 싹쓰러뜨리지만, 강의 신 크산토스(스카만드로스)에게 위기를 겪는다. 아킬레우스가 트로이 강 스카만드로스를 피로 물들여서 강의 신이 분노했기 때문이다. 이 때 불의 신 헤파이스토스가 강의 신과 대결하여 구조했다.
아킬레우스와 헥토르의 대결에서 아킬레우스는 자신의 갑옷을 입고 있는 헥토르의 약점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 아킬레우스는 헥토르의 갑옷 사이에 비어 있는 목을 창검으로 찔러죽인다. 아직도 분노가 가시지 않아서 시신을 마차에 매달고 트로이 성을 끌고 다니며 시신을 모욕했다.
다윗은 사울왕의 갑옷이 익숙하지 않아서 벗어버리고,
물맷돌 5개를 주어서 골리앗을 물리쳤다.
KCIS 교감선생님은 나의 책을 방학 때 읽고 독후감을 내도록 학생들에게 광고했다. 영어로 호메로스를 특강한 것은 새로운 도전이었다. 보람있었다. 앞으로도 영어강의 기회가 주어지면 잘 감당하기를 다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