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전쟁이 뭐지? 사이공, 베트콩, 호찌민
박태균의 <베트남 전쟁: 잊혀진 전쟁, 반쪽의 기억>
2024년 베트남의 남부에 위치한 나트랑(낫짱)과 달랏을 방문하였다. 치안이 좋았고 사람들이 편안하고 부드러워서 언젠가 '한달살이'로 머물고 싶었다. 북쪽의 대표적인 도시는 하노이, 남쪽의 대표적인 도시는 호찌민이다.
박태균의 <베트남 전쟁>을 읽게 되었다. 흥미로운 사실들이 벌거벗기듯이 드러났다. 진실을 마주하는 것은 용기가 필요하다. 한 장 한 장 읽으며 진실과 마주하는 게 두렵기도 했다. 아직 자세히 다 읽지는 않았다.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되거나 일반적으로 막연히 아는 사실들이 뒤집히는 게 그리 달갑게 느껴지지 않았다.
20년간의 베트남 전쟁
베트남 전쟁은 1955년부터 1975년 동안 20년에 걸쳐서 벌어진 전쟁이다. 아이젠하워, 케네디, 린든 존슨, 리처드 닉슨, 제럴드 포드, 미국 대통령의 재임기간 동안 계속되었다. 바라보는 입장마다 전쟁을 부르는 이름이 다르다. 베트남은 '미국 전쟁', 한국은 '월남전', 미국과 서방은 '베트남 전쟁', 중국은 '항미원월 전쟁'(미국에 저항하고 베트남을 지원하는 전쟁'이란 뜻), 국제학계는 '제2차 인도차이나 전쟁',이라고 부른다. 참고로, 제1차 인도차이나 전쟁은, 1946년에서 1954년 베트남이 프랑스와 벌인 독립전쟁이다.
베트남 전쟁의 다른 이름: '미국 전쟁'(베트남), '월남전'(한국), '베트남 전쟁'(미국과 서방), '항미원월 전쟁'(중국), '제2차 인도차이나 전쟁'(국제학계)
베트남 전쟁은 미국이 과잉으로 반응한 전쟁이고, 베트남의 내부와 주변국 상황을 제대로 모르고 한 전쟁이고, 무엇보다도 미국이 선전포고를 하지 않고 한 전쟁(Undeclared War)이었다. 선전포고를 하지 않았다는 게 문제다. 누가 적인지, 왜 전쟁을 하는지 규정된 것이 없었다. 명분 없는 전쟁이 되고 만 것이다. 미국은 막대한 피해를 입고 미국의 패권이 약화되는 계기가 되었다. 한국은 1964년부터 1973년까지 약 32만 명의 한국군을 파병했다. 맹호부대, 청룡부대, 박마부대 등 주요 부대이다. 한국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으나, 민간인 학살과 같은 부정적인 면도 있다. 왜 한국군을 파병했는지, 그 과정과 결과는 어떠했는지 한국의 관점에서 비판적인 기록은 박태균의 책에서 알 수 있다.
북베트남 호찌민, 남베트남 지엠 정부
우선, 전쟁 당시 베트남의 상황을 살펴보자. 북베트남(베트남 민주공화국)은 민족의 영웅이자 공산주의자 호찌민이 있었고, 남베트남은 미국의 지지를 받는 응오디지엠 정권이 있었다. 문제는 남베트남 정부가 미국의 지지를 받았지만, 베트남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부패한 독재자였다는 사실이다. 남베트남의 당시 수도는 사이공이었는데, 전쟁 후 북베트남이 남베트남에게 승리를 거둔 후 수도를 호찌민시로 이름을 바꾸었다.
베트남 전쟁이 펼쳐진 곳은 남베트남이다. 남베트남의 웅오디지엠 정권(줄여서 '지엠' 정권)에 저항하는 베트콩이 있었다. 베트콩은 남베트남 내에서 미국을 상대로 게릴라전을 펼친 공산주의자 및 민족주의자로 정식 명칭은 '남베트남 민족해방전선'(NLF, National Liberation Front of South Vietnam)이다. 북베트남, 중국과 소련은 각각의 목적으로 베트콩(남베트남 내의 공산주의자)을 지원했다. 미국의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도미노 이론'을 내세워, 남베트남이 공산화되면 동남아시아 전역이 공산권으로 넘어갈 것을 우려하여 남베트남 지엠 정부를 지웠했으나, 문제는 남베트남의 국민들이 지엠 정부를 지지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독재적이고 부패했기 때문에 현지의 민심을 잃었고, 이것이 남베트남이 멸망한 가장 주된 원인이다.
통킹만 사건과 도미노 이론
미국은 도미노 이론에 따라 베트남의 공산화를 막고, 동남아시아를 공산권의 영향에서 보호하고자 베트남 전쟁을 일으켰다. 1964년 통킹만 사건이 계기가 되었다. 문제는 2005년 미국 국가안보국(NSA)의 기밀 해제 보고서에서 "북베트남의 8월 4일 공격은 없었다"고 공식적으로 인정을 했다는 사실이다.
이게 무슨 말이냐면, 1964년 미국 구축함 매독스(Maddox)호가 북베트남 연안을 정찰하던 중 북베트남 해군과 소규모의 교전이 벌어졌다. 미국 정부는 '통킹만 사건'을 조작하여, 2차 공격이 없었는데도 2일 후 1964년 8월 4일 재차 공격받았다고 보고하였다. 1차 공격도 미국 정보수집 작전과 남베트남 특수 부대로 인하여 북베트남이 도발된 측면이 강했다. 당시 린든 존슨 미 대통령은 이 사건을 정치적으로 이용하여 '통킹만 결의안(Tonkin Gulf Resolution, 1964년 8월 7일)'을 미국 의회에서 통과시키고, 의회의 공식적인 선전포고 없이도 베트남에 군사행동을 취할 수 있는 막강한 권한을 가지게 되었다. 결국 이로 인하여 본격적으로 베트남 전쟁을 확대하게 되었다. 결론적으로, 통킹만 사건은 완전 조작은 아니지만 명백하게 과장되었고 허위 보고가 있었다고 이후에 밝혀졌다.
1964년, 린든 존슨 대통령은 그해 11월 3일 대통령 재선 선거일을 앞두고, 자신을 강력한 지도자로 부각하려 했다. 라이벌이었던 보수 강경파 베리 골드워터(공화당 후보)와의 대결에서 안보 문제에 더 강한 지도자로 부각시키고, 냉전 구도에서 미국의 패권을 유지하고, 공산주의 확신을 저지하고자 통킹만 결의안을 신속히 통과시키고 명분을 얻어 전쟁을 일으켰다. 그 결과 린든 존슨은 대선에서 압승을 거두고 재선이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