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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르케고르의 존재론적 불안

존재론적 불안 없이 정신은 정립되지 않는다

by 오르 Ohr

존재론적 불안 없이 정신은 정립되지 않는다


김완종 박사는 최근 발제를 통해 키르케고르의 불안 개념을 심리적 불안과 명확히 구분하고, 이를 존재론적 불안으로 규정했다. 심리적 불안은 일반적으로 특정한 사건이나 이유로 인해 유발되며, 평안을 회복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일시적이고 해결 가능한 상태를 의미한다. 반면 존재론적 불안은 인간 존재의 기본적인 조건 그 자체로서, 인간이 아직 정신적으로 정립되지 않았고 자아로서도 완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경험하는 근본적인 불안이다.


철학은 평안으로 끝나고, 기독교는 놀라움(wonder)으로 마친다. -키르케고르의 <일기>에서-


키르케고르는 이 불안을 단순히 제거해야 할 문제로 보지 않았다. 오히려 불안은 인간이 자기 자신을 정신적으로 정립하고 자아를 형성하도록 돕는 필수적인 요소로 작용한다고 보았다. 그는 불안을 "섬기는 종"으로 묘사했으며, 불안의 사명은 인간을 하나님 앞으로 인도하고, 하나님을 직면하게 하는 데 있다고 주장했다.

스토아 학파의 아파테이아(무감동)나 에피쿠로스 학파의 아타락시아(평정심) 개념이 인간의 삶에서 고통이나 불안을 제거하여 궁극적인 평정을 이루는 것을 목표로 했다면, 키르케고르의 존재론적 불안 개념은 이와 정반대의 입장을 취한다. 즉, 존재론적 불안은 인간이 진정한 자기 자신과 마주하고, 하나님과의 진정한 관계를 맺도록 자극하는 역할을 한다.


키르케고르는 불안을 제거해야 할 감정이 아니라, ‘자아’를 만들어내는 고귀한 통과의례로 보았다.

“불안은 인간이 자유를 자각하면서 처음으로 느끼는 감정이다.” -키르케고르-

존재론적 불안은 하나님 앞에서의 자기를 정립하게 하고, 영혼의 각성을 일으키는 은총의 도구입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불안은 결코 부정적이거나 피해야 할 것으로만 간주되지 않는다. 오히려 키르케고르는 "불안하지 않다는 것은 정신이 없는 상태이다"라고 지적하며, 불안을 긍정적으로 재평가한다. 실제로 그는 불안을 구원의 징검다리로 비유하며, 인간이 하나님의 말씀과 진리를 만나는 중요한 계기로 삼았다.

결국, 키르케고르의 사상에서 불안은 인간의 참된 존재를 발견하고 하나님과 진정한 관계를 맺기 위해 필수적인 실존적 조건으로 기능한다. 따라서 불안을 회피하거나 제거하는 대신, 불안을 받아들이고 그것을 통해 하나님을 향한 정신적, 영적 성장을 이루는 것이 키르케고르의 핵심 메시지라 할 수 있다.


불안은 현기증에 비유될 수 있다. 입을 크게 번린 심연을 우연히 내려다보는 자는 현기증을 일으킨다. 그런데 그 이유는 무엇인가? 그 이유는 심연에 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눈에도 있다. 왜냐하면 그가 내려다보지 않았다고 가정해보라. 그렇기 때문에 불안은 자유의 현기증인바, 이 현상이 나타나는 때는 정신이 종합을 정립하기를 원하고 자유가 자신의 가능성을 내려다보면서, 자신을 지탱하기 위해서, 유한성을 붙잡을 때이다. 자유는 이 현기증 안에서 무릎을 꿇는다. 키르케고르 <불안의 개념>에서 인용.


불안은 신앙의 힘을 통하여 구원의 징검다리가 된다!

키르케고르 <불안의 개념> 5장의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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