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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뮈가 말하는 예술(소설)의 힘

"예술가(소설가)는 시지프다."

by 오르 Ohr

『시지프 신화』는 예술계의 교과서?


까뮈는 본인 자신이 연극배우를 했다. 그는 철학자로 불리기를 거부한다. 그는 삶을 그대로 묘사하는 소설가기기를 자처한다. 철학은 삶이 아니라 앎을 다루기에, 이러한 논리적이고 형이상학적인 것을 거부한다. 물론 『시지프 신화』는 여러 철학자에 대한 비판적인 글이기에 그 차제가 형이상학적 냄새가 날 수밖에 없다. 배우 출신이다. 이 책에서 그는 유달리 예술에 대한 언급을 많이 한다. 연극, 음악, 영화, 소설 등을 언급한다. 알베르 까뮈는 『시지프 신화』의 제3장 「부조리한 창조」(Absurd Creation)에서 예술을 인간의 부조리한 조건에 대한 응답으로 제시한다. 그는 예술을 삶의 무의미함을 인식한 인간이 선택할 수 있는 반항의 한 형태로 보며, 예술 창작을 통해 인간은 부조리한 세계에 맞서 의미를 창조하려는 시도를 한다. 아마도 연극배우, 영화, 음악과 소설을 다루는 사람에게 『시지프 신화』는 교과서일 것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이 연극계에서는 필독서로 정평이 나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 놀랐을 때와 비슷한 느낌이다.



예술(소설)은 반항이다

“삶은 왜 지속되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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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베르 까뮈의 『시지프 신화』는 인간 존재의 본질적인 물음, 즉 “삶은 왜 지속되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으로부터 시작한다. 그는 인간이 삶에서 마주하는 부조리(absurde)를 외면하지 않고 정면으로 마주하며, 그것을 견디고 창조하는 행위를 통해 살아가는 길을 제시한다. 바로 이 지점에서 예술은 단순한 취미나 감성의 영역을 넘어, 존재론적 해방구로 자리 잡는다.


까뮈는 예술을 ‘삶의 의미 없음’을 인식한 자가 삶을 포기하지 않고 살아가는 방식 중 하나로 제시한다. 인간이 세상에서 외부적 의미를 발견할 수 없다는 사실을 자각했을 때, 그 자각을 견디고도 살아가려면 새로운 의미를 창조해내야 한다. 이때 예술은 반항(revolt)이라는 이름으로 등장한다. 그는 예술을 “죽음에 대한 반항”이라고 표현하며, 진리를 제공하지 않으면서도 새로운 형상과 질서를 창조하려는 시도라고 본다. 즉, 예술은 무의미의 세계 속에서 끊임없이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려는 인간의 실존적 저항이다.



예술가(소설가)가 철학자와 다른 점


『시지프 신화』에서 까뮈는 특히 철학자와 예술가를 대비적으로 언급한다. 철학자는 존재의 본질을 설명하려고 하나, 까뮈는 이 설명이 결국은 허무주의로 귀결되거나 초월적인 해답(예: 신, 이데아, 절대이성 등)으로 도피할 위험이 있다고 본다. 반면 예술가는 그런 초월을 포기하고, 현실의 조건 안에서 의미를 만들고자 하는 자이다. 그는 의미 없음이라는 진흙 속에서도 형상을 빚어내며, ‘살아 있는 시지프’로 존재한다.


까뮈는 이를 설명하기 위해 여러 인물들을 언급한다. 그는 도스토옙스키의 『악령』에서 자살을 철학적 행위로 선택한 키릴로프를 언급하면서, 삶과 죽음의 중간 지대에서 인간이 얼마나 고통스러운 결단을 내려야 하는지를 보여준다. 그러나 까뮈는 키릴로프의 자살 선택을 부정하며, 오히려 죽지 않고도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방식으로서 예술을 강조한다.


또한 까뮈는 돈 후앙, 배우, 정복자 등을 언급하면서, 이들이 부조리한 세상에서 반복적이고 순간적인 행위로 자기 존재를 증명하는 방식을 긍정적으로 해석한다. 이들은 신을 믿지 않지만, 그렇기에 더욱 삶을 온전히 살아가려는 태도를 취한다. 즉, 그들은 ‘영원’을 포기한 자들이며, ‘지금, 여기’를 최대한으로 살아내는 예술가적인 인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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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조리 미학의 대표 이론서


이러한 관점은 예술 교육 현장에서도 중요한 철학적 기반을 제공한다. 실제로 『시지프 신화』는 현대 예술철학, 문학이론, 영화이론, 무대예술 수업에서 자주 인용되며, 부조리 미학의 대표 이론서로 간주된다. 특히 사무엘 베케트, 해롤드 핀터 등의 부조리극 작가들에게 철학적 근거를 제공하였고, 무의미한 반복과 일상의 소외를 다룬 현대미술 및 연극에도 깊은 영향을 미쳤다.


예술은 진리를 말하지 않는다. 그러나 삶의 진실을 드러낸다. 까뮈에게 있어 예술은 무의미한 세계 속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창조를 멈추지 않는 인간의 고백이다. 그것은 신을 대신하여 무(無)의 바닥에서 빚어진 형상이며, 죽음을 거부하는 가장 인간적인 행위이다.


결국 까뮈에게 있어 예술이란 삶의 탈출구가 아니라 삶의 견딤의 형식이며, 절망을 직면한 자의 유일한 창조적 반응이다. 진리는 없어도, 의미는 만들어낼 수 있다. 예술가는 부조리를 두려워하지 않고 그 위에 삶의 무늬를 새기는 사람이며, 시지프처럼 다시 돌을 굴리면서도 자신만의 형상을 새겨가는 존재이다.



까뮈가 예술 창작을 이토록 많이 언급하는 이유


까뮈는 예술이 만든 사람에게 현재를 살아가게 하는 힘이 있다고 봅니다.그는 예술 창작이 그 창작자에게 부조리한 현실을 인식하게 하며, 그 인식을 통해 현재를 충실히 살아가게 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예술은 창작자에게 삶의 의미를 부여하며, 부조리한 세계에 대한 반항의 한 형태로 기능한다. 까뮈는 예술의 목적이 인간과 세계에서 발견되는 자유와 책임의 총합을 증가시키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예술이 인간의 자유를 억압하거나 감소시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것을 증진시키는 역할을 해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예술은 인간의 존엄성과 자유를 표현하는 수단이다. 까뮈는 예술이 인간의 조건에 대한 정직한 응답이다. 그는 예술이 인간의 삶의 부조리함을 인식하고, 그에 대한 반응으로 창조되는 것이다. 이러한 예술은 인간의 조건을 정직하게 반영하며, 창작 자체가 반항의 행위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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