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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뮈의 『시지프 신화』에서 다루는 세 가지 핵심 주제

by 오르 Ohr

카뮈의 『시지프 신화』에서 다루는 세 가지 핵심 주제는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습니다.


1. 자살 (Le suicide)


카뮈는 철학적 문제 중 가장 진지한 문제로 "삶이 살 가치가 있는가?"라는 질문을 제시합니다. 자살은 인간이 부조리(삶의 무의미함)를 인식했을 때 선택할 수 있는 하나의 반응이지만, 카뮈는 자살이 문제의 해결이 아니며, 오히려 회피라고 비판합니다.



2. 부조리 (L’absurde)


부조리는 인간이 의미를 갈망하지만, 세계는 그 의미를 제공하지 않는 데서 발생합니다. 즉, 인간의 이성과 질서에 대한 욕망과 세계의 침묵 사이의 충돌이 바로 부조리입니다. 카뮈는 이것을 인정하고 직면하는 것이 철학의 출발점이라고 봅니다.



3. 희망 (L’espérance) 혹은 반항 (La révolte)


카뮈는 단순한 희망(종교적 구원이나 초월에의 기대)을 거부하고, 그 대신 **부조리에 대한 '반항'**을 주장합니다. 이는 삶을 포기하거나 초월적 구원을 기대하지 않고, 의미 없음을 인정한 채 살아가는 용기를 뜻합니다. 시지프가 자신의 운명을 인식하면서도 그것을 사랑하는 순간, 그는 "행복한 인간"이 됩니다.


“희망”은 자격을 통해 얻는 세속적 기대이자 도피의 형태로 등장하며, 카뮈가 말하는 철학적 태도인 “부조리의 반항”과는 구분됩니다.


이러한 희망은 종교적, 초월적 구원을 기다리는 ‘도피적’ 성격을 지니기에, 카뮈는 그런 희망 역시 ‘부조리를 직면하지 않는 태도’로 간주합니다.




'희망이 도피'라는 카뮈에 대한 성찰


카뮈는 『시지프 신화』에서 희망을 일종의 도피라고 봅니다. 특히 종교적 희망—죽음 이후의 천국, 신의 보상—은 현재의 부조리한 삶으로부터 눈을 돌리게 만들고, 인간이 자기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게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에 따르면 희망은 인간을 지금-여기서의 삶에 충실하게 하지 못하고,

"미래에 있을 구원"을 기다리게 함으로써 현재의 삶을 비참하게 만들 수 있는 함정이 됩니다.


반면에 기독교의 희망은 단순한 도피가 아니라 하나님과의 관계 안에서의 믿음이며, 절망 속에서도 하나님이 함께하신다는 확신입니다. 기독교의 희망은 역사적·영원한 의미 안에서 고통을 통과하고, 새로운 존재로 재창조됨을 기다리는 역동적 믿음이지, 현실 회피가 아닙니다.


따라서 카뮈는 초월을 기반으로 한 희망(특히 기독교적 희망)을 철학적으로 거부하지만, 기독교는 희망이야말로 부조리조차도 끌어안고 견디게 하는 힘이라고 봅니다.


시지프는 바위를 굴리는 형벌을 받았지만, 그는 그 무의미함을 자각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기 행동에 책임을 지며 계속 살아가는 결단을 내립니다. 이것이 바로 ‘반항’(révolte)입니다.


오늘날 이 태도는 다음과 같은 삶의 자세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반복되는 일상과 고통 속에서도 자신의 삶을 외면하지 않고 감당하는 성실성

외부 보상이나 의미 없이도 가치 있는 일을 계속하는 내적 동기

불공정한 현실을 알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신념 있게 살아가는 자세

사회적 부조리(예: 부당한 구조, 혐오, 기후위기 등)에 맞서는 윤리적 책임감


이러한 반항은 단순한 분노나 폭력이 아니라, "나는 이 현실을 알고 있으나 여전히 인간답게 살겠다"는 의지적 선택입니다.


나는 희망과 반항 사이의 경계에서 살아가는 존재입니다. 자살은 불신의 절정이며, 신의 부재를 절망으로 확정짓는 선택입니다.


희망은 단지 미래의 보상만을 기다리는 희망이 아니라, 하나님 안에서 살아 있는 소망(living hope)이기에, 나에게는 도피가 아니라 현실을 견디는 힘입니다.


반항은 이 세상이 부조리함에도 불구하고, 의미 있는 말을 하고, 사랑하고, 가르치고, 번역하고, 설교를 합니다. 나는 희망에 기초한 반항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입니다. 카뮈적 반항에 기독교적 희망을 더한 실천적 삶을 살고 있는 셈입니다.



카뮈의 부조리에 대한 반항과 기독교적 순종


카뮈의 반항(la révolte)은 신 없는 세계에서 인간이 자기 존재의 정직성과 존엄을 지키려는 의지입니다. 그는 하나님이 없다고 보기에, 그 대신 인간 자신이 의미를 창조하고, 불합리함에도 삶을 긍정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반면, 기독교의 순종(obedience)은 하나님의 말씀과 뜻을 인정하고, 그 뜻 안에 나를 낮추고 순응하는 태도입니다. 이는 자기 부정이나 굴종이 아니라, 하나님과의 인격적 관계 속에서 이루어지는 자유로운 사랑의 복종입니다.


반항이 하나님에 대한 거부에서 비롯된다면 죄입니다. 그러나 불의와 악에 대한 저항, 양심과 진리를 지키는 행위라면 그건 오히려 믿음 안에서의 용기일 수 있습니다.


예를들어, 아모스, 예레미야, 예수 그리스도조차도 당시의 종교적 위선을 거부하며 반항하셨습니다. 정의로운 반항은 성경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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