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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르 Ohr Dec 03. 2021

1권 전염병과 아킬레우스의 분노

호메로스의 《일리아스》 읽기 1권



호메로스의 《일리아스》를 보면 내러티브가 놀랍다는 것을 느낀다. 언제 쓰여졌을까? 지금으로부터 2800년 전이라고 한다.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는 내러티브의 교과서로 볼 수 있다. 《일리아스》는 24권으로 구성되었다. 희랍어(헬라어, 그리스어)의 알파벳이 24개이기에 그 알파벳 숫자만큼 24권으로 구성하였다. 호메로스가 모국어를 얼마나 사랑하는지를 보여준다. 단테(이탈리아어), 셰익스피어(영어), 밀턴(영어), 괴테(독일어), 키르케고르(덴마크), 세종대왕 등 문학을 하거나 철학을 하는 사람이 모국어를 깊이 사랑하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노래하소서, 여신이여!

펠레우스의 아들 아킬레우스의 ‘분노’를.

그리스인들(the Achaeans)에게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고통을 가져다주셨으며

숱한 영웅들의 굳센 혼백들을 하데스에게 보내고

그들 자신은 개들과 온갖 새들의 먹이가 되게 한

그 잔혹한 분노를! 인간들의 왕인 아트레우스의 아들(아가멤논)과

위대한 아킬레우스가 처음에 서로 다투고 갈라선 그날부터 이렇듯 제우스의 뜻이 이루어졌도다.’

- 1권, 아킬레우스의 분노 -



《일리아스》 읽기 위한 그리스 신화 기본 이해


호메로스의 《일리아스》는 읽고 싶지만 읽을 수 없는, 읽지 않은 책이었다. 오랫동안 미지의 세계, 동경의 세계로 남아있었다. 최근에 17세기 영국의 작가 존 밀턴(1608-1674)의 《실락원》(Paradise Lost, 박문재 역) 읽으면서 그 책에 언급된 그리스 로마 신화의 주요 인물들을 정리하였다. 《일리아스》를 영어판으로 읽고 있는데, 제우스를 Jove(조브), 헤라를 Juno(주노), 아테나를 Minerva(미네르바)로, 포세이돈을 넵툰(Neptune), 우라노스를 Saturn(새턴)으로, 헤파이스토스를 Bulcan(불칸)으로, 오디세우스를 Ulysses(율리시스)로 기록해서 좀 당황했지만, 그리스 로마 신화를 정리할 때 용어정리를 했기 때문에 쉽게 적응이 되었다. 예를 들어, 제우스(희랍어)는 유피테르(로마어), 주피터 또는 조브(영어)로 표기하는 용어를 정리한 것이 큰 도움이 되었다.


《일리아스》 1권의 주제는 '아킬레우스의 분노'이다. 위의 인용문은 <일리아스> 내용의 전부를 담고 있다. 펠레우스의 아들 아킬레우스의 분노로 많은 그리스 군인들과 장수들이 죽고 본인도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인간의 분노와 그 분노를 다스리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다.



전염병과 아킬레우스의 분노


아폴론의 저주로 그리스 진영에 전염병이 발생해서 죽기 시작하다.


그 분노는 같은 그리스 장군인 총사령관 아가멤논 왕과 언쟁하면서 생긴 분노이다. 9년째 트로이 성 앞에 진 치고 있으면서 그리스 진영에 전염병이 발생했다. 이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아가멤논 왕과 아킬레우스가 언쟁을 벌이게 된다.


아가멤논 왕이 자신의 전리품으로 받은 첩 크리세이스를 아폴론 신전 사제에게 돌려주고 전염병을 해결하는 대신에, 아킬레우스의 전리품인 첩 브리세이스를 자기에게 달라고 해서 아킬레우스가 명예를 빼앗겨 분노하게 된다.


아킬레우스는 미네르바(아테나 여신)이 말렸던 것처럼 자신의 분노를 억누르면서 자신의 첩 브리세이스를 순순히 아가멤논에게 내어주면서 말한다. "전쟁에서 승리를 원해서 나를 찾고 찾아도 날 찾지 못할 것이요" 라고 말하며, 승리의 가장 중요한 열쇠를 가진 아킬레우스가 전쟁에서 발을 빼겠다고 선언한다. 그래서 그리스 군이 전쟁에서 괴멸 위기에 놓이게 되었고, 친구 파트로클로스도 죽음을 맞이하게 된 것이다.



왜 '트로이 목마'가 나오지 않나?


트로이 전쟁은 그리스 군과 트로이 군의 싸움이다. '파리스의 심판'에 나오는 그리스 왕비 헬레네를 트로이 왕자에게 빼앗긴 것을 찾으려고 그리스 군인 10만 명이 트로이를 공격한 사건이다. 《일리아스》 는 10년간의 트로이 전쟁을 다루고 있다. 그런데 특이한 것이 트로이의 패배와 그리스의 승리를 제대로 다루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트로이 전쟁은 하나의 배경일뿐, 인간의 감정과 가치관 - 삶과 죽음, 운명-에 대한 것을 말하고 있다. 전쟁에서 누가 승리했는지, 어떻게 승리했는지를 명확히 다루고 있지 않다. '트로이 목마'를 그리스 군이 트로이에 보내서 트로이를 함락하게 된 이야기는 《일리아스》 에서는 나오지 않는다.



신들의 전쟁, 인간의 전쟁


펠레우스의 아들 아킬레우스. 제우스(Zeus, Jove)는 자신을 능가하는 자식을 낳을까 봐 테티스(Thetis)만은 건드리지 않고 인간인 펠레우스(Peleus)와 결혼시키는데, 그 둘이 낳은 자식이 바로 아킬레우스(Achilleus)다.


《일리아스》 는 인간의 전쟁인 동시에 신들의 전쟁이다. 미의 여신 선발 대회에서 탈락(?)한 아테나(미네르바)와 헤라(주노) 여신은 트로이와 싸우는 그리스 군을 편들고, 파리스의 심판에서 승리한 아프로디테(베누스, 비너스)는 트로이를 편든다. 이 사이에서 제우스와 미네르바는 중립적인 위치를 차지하는 편이다. 제우스가 트로이의 편을 들게 된 것은 아킬레우스의 어머니 테티스의 탄원 때문이다.


테티스는 아들 아킬레우스의 명예를 회복시켜주려고 하늘을 넘어서 올림푸스 산으로 가서 제우스 신을 만나서 탄원을 한다. 탄원하는 자세는 왼손으로는 제우스의 허벅지에 놓고 오른손으로는 제우스의 턱을 만지며 '제우스의 명예를 회복시키기 위해서 트로이 군에게 승리를 내려달라'고 탄원한다. 아킬레우스는 그리스 장군인데 왜 적인 트로이 군의 승리를 기원할까? 그리스 총사령관 아가멤논이 패배하고, 그리 인해서 사람들이 아킬레우스를 찾고 찾도록 하는 운명을 만들어달라는 요청이다. 아킬레우스의 명예를 높여주어 회복시킬 기회를 달라는 것이다.  


《일리아스》 에서 신들이 인간의 감정과 일들에 관여하는 것은, 인간의 무의식의 변화무쌍함을 외면으로 드러내 주는 역할을 한다. 프로이트에 따르면, 치료는 '무의식을 의식화'하는 것이라고 했다. 융은 '무의식을 알아차림으로써 개성화 과정'으로 나가는 성숙의 길을 제시했다. <일리아스>를 읽는 것은 상당한 상담효과가 있으리라고 기대한다.



헤라(주노)의 질투


테티스가 트로이 군에게 승리를 달라고 제우스에게 탄원하자, 제우스가 난감해한다. 왜냐하면, 부인 헤라(주노)는 그리스의 승리를 위해서 일하고 있기 때문에 헤라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여 바가지 긁힐까 봐 두려운 것이다. 제우스, 헤라, 테티스, 천상에서 신들의 대화가 재미있다. 제우스는 아킬레우스의 어머니 테티스의 요청을 들어주어 트로이 군대가 우세하도록 편들기로 한다. 2권은 그리스의 아가멤논 군대가 출정식을 벌인다. 영화로 치자면 등장인물을 소개하는 것이 2권의 역할이다.


이렇듯 제우스의 뜻이 이루어졌도다. 1권 첫머리
안톤 파블로비치 로젠코. 제우스에게 탄원하는 테티스. 아킬레우스의 어머니 테티스가 제우스에게 아들의 명예를 회복해달라고 탄원한다. 이 자세는 제우스에게 탄원하는 자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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