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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르 Ohr Dec 10. 2021

'경기가 끝난 뒤(After the Race)'

제임스 조이스 《더블린 사람들》 단편 5

이 가난과 무기력(POVERTY and INACTION)의 한가운데를 뚫고 유럽대륙의 부(富)와 산업이 질주했다.


아일랜드는 20세기 전환 시점에 가장 가난하고 낙후된 나라로 전락해 있었다.


아일랜드의 수도 더블린 외곽에서 자동차 경기가 있었다. 경기 결과는 독일차를 탄 벨기에 인이 1등, 프랑스 차를 탄 프랑스인이 2, 3등이다. 아일랜드인 지미와 헝가리인 빌로나는 선수가 아니었는지 아니면 등수에 들지 못했는지 등수가 기록되지 않았다. 아일랜드 산 차도 없었을 만큼 아일랜드는 열악했다. 


경기가 끝난 후에 26세의 아일랜드 청년 지미(Jimmy Doyle)가 프랑스 팀과 함께 더블린 도시로 들어온다. 지미는 부자의 아들인데, 그의 아버지는 전에 백정(butcher)을 해서 돈을 많이 벌었다. 지미는 잉글랜드의 가톨릭 예비학교에서 교육을 받았고, 아일랜드 더블린에 있는 트리니티 대학을 나왔고, 최종적으로 잉글랜드에 있는 케임브리지 대학을 졸업했다. 그는 공부를 진지하게 하는 편은 그런 학생은 아니었다. 


자동차 경주 후에 더블린으로 돌아온 지미와 가난한 헝가리 청년 빌로나(Villona)는 부모 집에서 옷을 갈아 있고서, 프랑스계의 두 사람 세구엥(Charles Ségouin)과 리베리(André Rivière)와 합류했다. 세구엥은 이 젊은 모임의 리더격이며 젊지만 프랑스 사업가이며 갑부이다. 리베리는 프랑스계 캐나다인이며 세구엥과 사촌지간이다. 지미는 세구엥과 헝가리 친구 빌로나를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만났다. 리베리는 유능한 기계수리공이며, 세구엥과 친척이다. 젊은 영국인 루쓰(Routh)도 합류하여 호텔에서 함께 저녁식사를 한다. 루쓰는 케임브리지 대학에 있을 때부터 세구엥의 친구였다. 


세구엥은 탁월하게 친구들을 이끄는 리더이다. 저녁 식사 때 아일랜드인 지미와 잉글랜드인 루쓰가 논쟁을 벌여서 저녁모임을 망칠 지경에까지 이르렀으나, 세구엥이 이 상황을 멋지게 잘 풀어나갔다. 아일랜드는 잉글랜드의 식민지였기에 두 지역은 감정이 좋지 않다.


밤에 걸어가다가 젊고 부유한 미국인 팔리(Farley)를 만났다. 지미와 빌로나, 프랑스 경주팀(세구엥과 리베리)과 영국 사람 루쓰 모두 6명이 차를 타고 나가서 기차를 타고 킹스타운(Kingstown) 근처로 갔다. 거기에 미국 친구 팔리의 요트가 있었다. 요트를 타고서 그들은 춤추고, 먹고 마셨다. 헝가리인 빌로나는 피아노를 잘 치는데 일행들이 노는 동안에 그는 피아노를 연주했다. 지미는 심하게 술에 취해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잘 몰르고 있지만, 자신이 카드게임에서 얼마를 잃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단지 다음날 아침이면 후회할 것을 알았지만 지금은 술에 취해 즐길 뿐이었다. 지미가 팔을 탁자에 괴고서 머리를 손에 기대어 쉬고 있었다. 그 때 방문이 열렸고 빌로나가 아침 햇살에 선 채로 말한다. "여러분, 날이 밝아 옵니다!"


경기가 끝난 뒤(After the Race). 이 가난과 무기력(POVERTY and INACTION)의 한가운데를 뚫고 유럽대륙의 부(富)와 산업이 질주했다.


경기(The race)의 상징. 단순히 자동차 경기 아니라 19세기 유럽 열강들이 벌이는 제국주의적 경주를 상징한다. 20세기가 열리자, 경기가 끝났다. 제국주의자들의 권력이 세상으로 뻗어 있어서, 잉글랜드와 프랑스가 최고 좋은 식민지들을 차지했다. 여기에 제임스 조이스의 나라 아일랜드의 몫은 없었다. 경기에서 아일랜드 산 경주용 차가 없었던 것과 마찬가지이다. 아일랜드 선수들은 프랑스 산 경주용 차를 선호할 수밖에 없었다. 프랑스는 아일랜드와 같이 가톨릭 나라이고 아일랜드의 전통적인 우방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프랑스는 아일랜드가 믿고 기댈만한 우방은 아니었다. 프랑스가 아일랜드를 독립할 만큼 지지하지는 못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자동차 경기처럼 아일랜드는 프랑스 산 경기용 차(제국주의)를 환영할 수밖에 별도리가 없었다.


'경기가 끝난 뒤에'라는 제목이 암시하듯이, 이 시대는 식민지 제국이 공고하게 된 이후의 세계를 말한다. 이 세계에서 아일랜드의 자리는 어디인가? 졸부가 되어 신분이 상승한 지미 도일이란 아일랜드 청년이 부유한 국제적인 엘리트 세계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하는가?


지미 도일의 부모는 조국 아일랜드의 정치적인 이익보다는 자신의 재산과 이익을 보호하는데 더 관심이 많았다. 제임스 조이스는 그의 부모를 혹독하게 비판한다. 한 때 지미의 아버지는 민족주의자였지만, 곧 보수적인 사람이 되었다. 타협을 한 것이다. 영국의 지배를 지지하는 경찰과 결탁하여 사업을 하면서 재물을 얻게 되었다. 아무리 부유해도 지미 청년은 식민지 시민이고 2등 영국인이다. 아일랜드는 결코 다른 나라와 동등하지 않다. 지미의 아버지는 아일랜드의 독립을 위해 일하지 않았고, 식민지를 유지하여 이득을 얻는데 급급한 것이다.


도일 가(家)의 부는 다소 비극적이다. 친구의 우정은 친구의 부유함의 정도에 따라 측정했는데, 지미의 친구는 가난한 헝가리 피아니스트 빌로나였다. 빌로나는 "매우 가난한 헝가리 청년"이었다. 지미 도일은 프랑스인 세구엥에게 들지 못했다. 세구엥은 엄청난 부자이다. 사람을 평가할 때 프랑스인 세구엥은 돈으로 평가할 필요가 없는 사람이다. 돈으로 사람을 평가한다는 자체가 가난하다는 뜻인데, 부유한 세구엥은 그럴 필요가 없을 정도로 부자이다. 


아일랜드 청년 지미는 인상적이지 못하다. 약간 딜레탕트하고, 별 특출할 것이 없는 보통학생이었다. 더블린이 지미의 도시이지만, 계획을 주도하는 것은 지미가 아닌 다른 청년들이다. 이것이 아일랜드의 위상을 암시하고 있다. 프랑스인 세구엥이 모임을 주도하고 계획을 주도한다. 지미는 그저 따라갈 뿐이다.


더구나 저녁때 카드게임에서 지미는 엄청난 돈을 잃고 만다. 저녁 초반에는 즐겁게 지냈으나, 밤새 한 카드게임에서 심하게 돈을 잃었다. 술에 취해서 머리는 아프다. 아일랜드는 세상의 주변이라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 <경기가 끝난 뒤에>에서 무기력함(Powerlessness 힘이 없음)이 주제이다. 지미 도일 부자(父子)는 다른 사람들이 만든 규칙 안에서 활동해야만 했다. 비록 지미 도일 집안에 번성하고 활동하지만 해방된 모습이 아니라 무기력한 모습을 지니고 있다.


차들이 작은 탄환처럼 고르게 네이스로(路)의 패인 길을 쾌조로 달리며 더블린을 향해 질주해 들어왔다. 결승점으로 향하는 차들을 보기 위해 구경꾼들은 인시코어에 있는 언덕 꼭대기에 여기저기 무리지어 모여 있었고, 이 가난과 무기력의 한가운데를 뚫고 유럽대륙의 부(富)와 산업이 질주했다. 이따금씩 구경꾼의 무리들이, 눌려 살면서도 고마워하는 자들의 환호성을 질렀다. 그들은 그러나 푸른색 차들 편이었다--- 그들 친구들인, 프랑스인들의 차.  게다가 프랑스팀은 실제 경주에서도 승자였다. 그들 팀은 성적이 괜찮았다. 그들은 2등과 3등을 차지했고, 1등을 먹은 독일차의 선수는 벨기에인이라 했다. 그러므로 각각의 푸른색 차들은 언덕 꼭대기에 나타날 때마다 두 배의 환영을 받았고, 차에 탄 사람들은 박수 갈채를 받을 때마다 꼬박꼬박 미소지으며 고개를 끄덕여 답례했다. 


이 매끈하게 빠진 차들 중 한 대에는 성공적인 프랑스풍의 수준을 족히 뛰어넘을 정도로 현재 기분이 최고인 듯한 네 명의 젊은이가 타고 있었다. 정말로 이 네 명의 청년들은 거의 들뜬상태였다. 그들은 차 주인인 샤를르 쎄구앵, 캐나다 출신의 전기기술자 청년 앙드레 리비에르, 몸집이 비대한 헝가리 청년 빌로나와 머리를 단정하게 빗은 도일이라는 청년이었다. 


쎄구앵이 기분이 좋은 것은 뜻하지 않게 선주문을 좀 받았기 때문이고(그는 빠리에서 자동차 공장을 시작할 참이었다), 또 리비에르가 기분이 좋은 것은 자신이 바로 그 공장 관리인으로 임용될 것이기 때문이었다. 사촌지간인 이 두 청년은 프랑스 자동차가 승리를 거두어서 또한 기분이 좋았다. 


빌로나가 기분이 좋은 것은 매우 만족스런 점심을 먹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그는 천성이 낙천적이었다. 그러나 그 그룹의 네번째 멤버(지미)는 너무 흥분에 들떠서 행복이고 뭐고가 없었다.   그는 나이가 26세 가량이고, 옅은 갈색의 부드러운 콧수염에 좀 순진해 보애는 회색 눈을 하고 있었다. 그의 아버지는 젊은 시절에 진보적인 민족주의자였지만 일찌감치 입장을 바꾸었다. 그는 킹스타운에서 푸줏간을 하며 돈을 좀 만졌고, 더블린 시내와 근교에 가게를 내서 돈을 몇배로 불렀다. 그는 또한 운이 그를 상인 군주라고 빗대서 말할 만큼 부자가 된 터였다. 그는 자기 아들을 영국으로 보내 커다란 가톨릭 계통 고등학교에서 교육을 받게 했고 그 다음에는 더블린대학에서 법학을 공부하게 했었다. 지미는 공부를 그리 열심히 하는 편은 아니었고 또 한동안은 나쁜 길로 빠졌었다. 그는 돈이 있었고 그래서 인기도 있었다. 그는 음악 써클과 자동차 클럽 양쪽에 묘하게 시간을 안배했다. 


그러다가 케임브릿지에 한 학기 동안 가서 세상 맛을 약간 보게 되었다. 그의 아버지는 그의 낭비벽을 꾸짖으면서도, 내심으로는 자랑스러워하면서 외상값을 치러주고 그를 집으로 데려왔다. 그가 쎄구앵을 만난 것은 케임브릿지에 서였다. 아직 그들은 그저 알고 지내는 정도보다 더 대단한 사이는 아니었다. 그러나 지미는 세상물정을 그토록 잘 알고 또 프랑스에서 가장 큰 호텔 몇 개를 소유하고 있다고 알려진 사람과 한데 어울리는 것이 무척 즐거웠다. 이런 인물은(그의 아버지가 동의했듯이) 비록 본래는 지금처럼 매력적인 친구가 아니었다고 할지라도, 알고 지낼 가치가 있고도 남았다. 빌로나도 재미있는 친구이자 또한 훌륭한 피아니스트였다. 불행하게도, 아주 가난해서 그렇지. 자동차가 들뜬 청년들을 싣고 유쾌하게 달렸다. 사촌 둘이 앞자리에 앉고 지미와 그 헝가리 친구는 뒤에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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