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5.20
시차 적응에 대한 걱정 없이 그대로 뻗어버린 여행의 첫날밤이었다. 다음날 눈을 뜨고 친구와 함께 준비해서 오전 11시에 여유롭게 밖으로 나갔다. 나가자마자 알록달록한 건물들로 빼곡한 거리를 마주했다. 현대적인 건물들 사이로 고풍스럽게 자리를 잡은 빅토리아 양식의 건물들이 샌프란시스코만의 매력을 보여주었다.
하와이에서 바다와 산만 보며 5개월을 보내온 내게 너무도 새로운 풍경이었던지라 감탄만 나왔다. 고등학생 때 이미 수학여행으로 샌프란시스코에 온 적이 있는데도, 성인이 되어 직접 찾아온 샌프란시스코는 감회가 남달랐다. 이 여행이 오로지 나의 선택과 책임으로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몸소 깨달았던 첫 순간이어서 그랬을까, 난 아직도 숙소 밖을 나와서 처음으로 마주한 샌프란시스코의 모습을 잊을 수가 없다.
샌프란시스코 도시의 또 다른 매력은 거리가 평지가 아니라 급한 경사가 졌다는 점이다. 그래서 앞으로 길을 걷다가 옆을 바라보면 내리막길일 때가 많았는데, 그때마다 보이는 빼곡한 건물들과 도시 전체를 포근하게 안고 있는 바다가 보여 참으로 아름다웠다. 거리 전체가 전망대인 듯한 기분.
우리가 지내는 숙소는 샌프란시스코 교통의 중심지인 유니언스퀘어까지 걸어서 15분은 걸렸다. 처음에는 6일 내내 유니언스퀘어에서 매번 15분씩 걸어서 숙소로 다시 돌아갈 생각에 귀찮았다. 하지만 거리를 걸으면서 샌프란시스코를 처음 마주한 순간, 그 덕에 샌프란시스코를 더 찬찬히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가 된 것 같아 오히려 좋아졌다.
1. 케이블카 턴테이블
우리의 첫 일정은 샌프란시스코에서 케이블카를 타러 가는 것이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내가 가장 기대를 했던 일정 중 하나였는데, 미니언즈 영화에서 미니언즈가 이곳 샌프란시스코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이동하는 모습을 본 기억이 남아있었기 때문이었다. 이 일정을 위해 전날 친구와 뮤니패스 앱을 다운받아 케이블카를 포함한 대중교통 1일 패스를 끊어두었다. 가격은 13불 정도 했던 걸로 기억한다.
케이블카의 시작점인 턴테이블로 걸어서 도착했다. 주택지에서 멀어지고 도심에 가까워질수록 달라지는 건물들의 모습과 거리의 풍경이 매번 새로운 자극과 감상을 주었다.
저 동그란 판 위에 케이블카가 정차하면 두 명의 직원이 케이블카를 마치 LP판의 턴테이블처럼 돌린다. 그 모습이 턴테이블과 같다고 해 지어진 정류장의 이름. 턴테이블 근처에서 기다릴 때면 모든 사람들이 폰을 들고 직원들이 케이블카를 돌리는 모습을 촬영했다.
1시간 정도 기다렸다가 케이블카를 타게 됐다. 샌프란시스코의 케이블카는 노선이 크게 두 가지이다. "파웰-메이슨 라인"과 "파웰-하이드 라인"으로 나뉜다. 우리는 원래 영화 촬영지로 유명해진 롬바드 거리를 케이블카로 이동해서 먼저 가고 싶어 "파웰-하이드 라인"을 타고 싶었는데, 턴테이블 정류장에 가보니 "파웰-메이슨 라인"의 케이블카가 훨씬 많았다. "파웰-메이스 라인"의 종점역은 피셔멘스 워프였기 때문에 그곳부터 가기로 했다. 상황에 따라 일정을 바꿀 수 있는 게 자유여행의 진짜 매력이니까:)
샌프란시스코의 케이블카는 경사진 도로를 위주로 지나다니기 때문에, 블록 사이마다 내리막길이었다. 그때마다 보이는 샌프란시스코 도시 전경의 모습이 너무 아름다워서 추운 바람으로 덜덜 떠는 와중에도 카메라를 놓을 수 없었다.
2. 피셔맨스 워프
피어 39를 들어가는 길목에 있는 피셔맨스 워프는 레스토랑과 기념품샵이 많아 구경하는 재미가 큰 곳이다.
피셔맨스 와프에 들어가는 길목에 위치했던 기념품 가게. 친구는 이곳에서 20달러짜리 바람막이를 하나 샀다. 나도 너무 추워서 따뜻한 옷을 하나 사야겠다 싶었지만 마음에 드는 디자인이 없어서 일단 지나쳤다.
피셔맨스 와프 입구! 간판 앞에서 사진도 찍었다.
친구가 맛집을 잘 찾아서 알아낸 Boudin Bakery의 Clam Chowder! 따뜻한 수프와 신맛이 강한 빵으로, 추운 날씨에 딱 좋은 메뉴였다.
그리고 너무 추워서 나도 베이커리 근처에서 10불짜리 후드티를 하나 샀다. 샌프란시스코 글씨가 써져 있어 나름 마음에 들었던 가성비 후드티.
3. 피어 39
이곳은 고등학교 수학여행 때 왔던 곳이지만 30분 밖에 있지 못해 아쉬움이 남았던 피어 39. 샌프란시스코의 피어 중 마지막 피어로 가장 관광지로 유명한 곳이다.
피어 39의 내부 모습이다.
피어 39 내부에는 조개로 된 장신구를 파는 기념품점, 냉장고 자석만 파는 기념품점 등 각종 사랑스러운 상점들이 보인다.
내가 샀던 모빌, 지금은 내 방 창문 한가운데에 걸려있는데 볼 때마다 바다의 푸른빛이 생각난다.
피어 39의 상징인 바다사자, 이 수많은 바다사자들이 모두 야생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땐 거짓말인 것 같았다. 관광지의 중심에서 대자연을 만난 듯한 어색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바다사자가 보이는 곳에서 조금만 더 걸어가면 알카트라즈 섬이 보인다. 가장 빠져나가기 어려운 감옥이었지만 지금은 관광지로 인기가 높은 섬, 멀리서 바라보니 하나의 요새 같았다.
4. 롬바드 거리
영화 촬영지로 유명한 세계에서 가장 꼬불꼬불한 도로, 롬바드 거리. 피어 39를 어느 정도 둘러본 뒤, 롬바드 거리로 버스를 타고 걸어서 이동했다. 원래 케이블카를 타고 이동하고 싶었는데, 케이블카는 중간 정류장에 잘 서지 않았다.
도보 여행의 장점은 빠르게 지나칠 거리를 찬찬히 들여다볼 수 있다는 점이다. 롬바드 거리가 높은 곳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올라가는 길에 뒤를 돌아보면 저렇게 멋진 바다를 바라볼 수 있었다.
그리고 도착한 롬바드 거리! 정말 많은 관광객들이 사진을 찍고 있었다.
꽃이 피어서 정말 예뻤지만, 날씨가 흐려서 아쉬웠다.
오히려 롬바드 거리를 등지고 바라보았을 때 보이는 샌프란시스코의 전경이 더 멋있었다.
5. 워싱턴 스퀘어
이번 여행을 다니면서 지칠 때면 공원에 들러 쉬는 것을 좋아하게 됐다. 공원에 앉아 쉬고 있을 때면 현지 주민들이 편안하게 일상을 만들어가는 모습을 생생하게 바라볼 수 있고, 나도 새로운 일상을 여유롭게 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여행 도중 첫 공원이었던 워싱턴 스퀘어 공원.
하얀 성당 건물과 녹색 잔디의 조화가 좋았다. 대학생으로 보이는 학생들이 모여서 게임을 하고 놀고 있었는데, 이곳에 앉아 쉬니 교환학생 때 친구들과 놀았던 기억이 많이 났다.
6. City Lights Booksellers & Publishers
유서 깊은 서점을 찾아가는 길에 보인 수많은 이탈리아 레스토랑과 차이나타운 상점들
서점에 들어가서 마음에 드는 영어책을 사 오고 싶었지만 다 너무 생소한 책들이라 둘러만 보고 나왔다.
7. 차이나 타운에서의 저녁
식당 이름은 기억이 안 나는데, 매트릭스 촬영지여서 줄을 꽤 서있다가 들어갔다. 그런데 정전이 나서 깜깜한 상태에서 음식을 먹었다. 촛불을 켜고 요리하는 중국인들을 보니 새삼 대단했다.
왼쪽 음식이 더 맛있었다. 시그니처 음식은 오른쪽이었는데, 너무 짰다. 그래도 남은 건 포장해 와서 다음날 밥이랑 비벼 먹었다.
샌프란시스코 거리가 너무 추워서 히트택이라도 사고 싶어 거리를 계속 돌아다녔는데, 실패했다. 그래서 숙소로 돌아오기. 밤이 되니까 여자 둘이 다니는데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험난했던 여행 첫날밤, 좁은 숙소에서 남은 나날이 아직도 5일이라는 게 갑갑했고 추운데 입을 옷은 다 얇아서 속상했던 하루의 마무리였다. 그래도 정말 알차게 샌프란시스코를 정복했던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