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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정 Mar 31. 2022

매일 체중계에 오른다면 읽어야 할 글 (1)

매일 아침, 고작 몇 백 그람에 내 기분이 왔다 갔다 한다.


몇 년 전, 한 TV 프로그램에서 

모델 한혜진 씨가 매일 아침 체중계에 오르는 것이 몸매를 관리하는 비결이라 밝혔다. 

프로 다이어터 (혹은 아가리어터)였던 나는 그녀의 말에 200% 동감하며 

'그럼 그럼, 그것만큼 좋은 자극이 없지' 생각했다. 

하지만 5년이 흐른 지금의 나는 그녀의 정반대 편에 서있다.



다이어트를 한다고 마음먹은 사람은 

숫자의 노예가 되기 쉽다. 

체중을 비롯해 섭취하는 칼로리, 운동하는 시간, 

그리고 운동을 통해 소모하는 칼로리까지도 집착하게 된다.


 매일 체중계에 올라 '오늘은 얼마나 빠졌을까?' 

 '어제는 많이 먹었으니 많이 쪘겠지?'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숫자를 확인한다. 


사실 매일 조금이라도 무게가 줄어드는 걸 보면 

다이어트에 재미가 붙는다.

인정을 받은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래서 체중계가 동기부여가 되는 것도 맞다. 

하지만 몸이 패턴에 적응을 하고 나면 축제는 끝난다. 그때부터 몸무게 강박, 식이 장애 등이 고개를 내민다.


한창 다이어트를 할 때의 나는, 아침에 잰 체중이 어제보다 300~500g만 늘어도 벌벌 떨었고 나를 혼내며 하루를 시작했다.

누가 떠밀어서 올라가는 체중계가 아님에도 매일 아침, 저녁 나 스스로 점수를 매겼다.

감량이 되지 않았던 날에는 전날의 내가 뭘 잘못했을까 자책하며 하루를 보냈다.

먹는 걸 좋아하는 나는 결코 먹는 부분은 포기하지 못했고 운동을 2배, 3배 하며 몸을 혹사시켰다.

삶을 제대로 살지 못하고 살, 다이어트 그리고 음식에 지배받았다.


친구들과 놀고 싶지만 살은 찌고 싶지 않았다. 약속이 부담스러웠다. 

굶을 자신은 없어서 샐러드 가게로 친구들을 유인하기도 했다. 

지금에야 샐러드 가게가 많아졌지만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가격 대비 구성이 정말 별로였다. 친구들아 미안해.


 어쩌다 내가 생각하는 다이어트 식단이 아닌 음식을 먹었을 땐 후회와 반성으로 귀가했다. 

그리고 억눌려있던 식욕이(입이) 터지는 날이면 

위가 아플 정도로 음식을 욱여넣었다.

 '오늘만이 날이다!'라는 마인드로 

정말 넣을 수 있는 모든 초콜릿 과자, 콘 아이스크림 등을 위에 마구잡이로 넣었다.

그렇게 먹고 나면 속이 불편하고 메스꺼웠다. 

토를 해서라도 속을 게워내고 싶었다. 

처음에는 간절하게 인터넷에 '토 하는 법', '구토 방법'등 온갖 키워드를 적어내며 방법을 알아내고 싶었다. 여러 방법을 동원했으나,

다행히? 못 했다. 철이 없게도 당시 나는 왜 나만 못 하는 걸까 억울하고 답답했다.


먹은 것들을 게워낼 수 없었던 나는 죄책감에 운동으로 칼로리를 소모하려 했다. 건강한 운동방법이 아니었다. 나에게 벌을 내린 것이었다. 

통상 건강하게 운동하면 느낄 수 있는 상쾌함, 뿌듯함과 같은 긍정적인 감정은 들지 않았고, '이 정도면 칙촉 한 개는 태웠겠지?', '얼마나 더 해야 500칼로리를 태울 수 있을까?'와 같이 폭식을 만회하기 위한 행위 었다. 

해야 할 과제가 있을 때도 내 우선순위는 늘 운동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칼로리를 태우는 일이었다.


일상이 다 망가졌지만 문제를 깨닫지 못했고,

스스로를 '관리하는 여자'라고 생각했다.

왜냐? 평소에 덜 먹고 많이 움직이니까.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폭식, 다이어트 강박 증상은 점점 심해졌다. 

21살의 나는 방 문을 닫고 숨어서 먹거나 가족들이 외출을 한 틈을 타 폭식을 하기 시작했다.

주로 단 간식류였다. 티라미수 케이크, 아이스크림, 과자, 빵 등등.. 

'한 번에 저걸 어떻게 다 먹어?' 할 정도의 디저트들을 빠른 시간 내에 해치웠다.

가족들이 보면 안 되니까, 빨리 먹고 빨리 치웠다. 누가 옆에서 보고 있는 것도 아닌데 다 먹고 나서 빈 봉지들을 볼 때면 수치스럽고, 부끄러웠다. 먹고 난 뒤 부은 몸을 보고, 쓰린 속이 느껴지면 그때서야 정신이 들었다.


후회스러웠고 나 자신이 너무 나약하게 느껴졌다. 한 달에 한 번꼴로 일어났던 일이 한 주에 한번, 그리고 하루 건너 하루로 빈번해졌다. 

아무리 운동을 해도 잦게 터지는 폭식에 체중계는 내가 원하는 숫자를 가리키지 않았다.

당연히 마음도 건강하지 못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없는 것 같았다. 매일 아침 올라가는 체중계에게 낮은 성적표를 받으며 나는 매일 있는 그대로의 내 몸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또 어느날 체중계에 올라갔을 때 생각했던 것보다 몸무게가 덜 나간다 싶으면 보상심리에 그동안 눌렀던 욕구를 채웠다. 대부분 그 욕구를 단 음식으로 채웠다. 나는 매일 다이어트 부작용이라는 파도를 온몸으로 맞았다.



지금까지 이 이야기를 읽으며,

내가 쓴 글인가? 싶을 정도로 공감이 되는 사람들이 많을 거라고 예측한다.

인스타그램에 폭식증에 관한 해시태그는 4.7만 개가 넘는다.

모든 사람이 진정, '건강'을 위한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 내 몸을 혹사시키지 않아도 건강하게 살 수 있고, 나아가 내가 원하는 몸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싶다. 

(물론 그 전에 정말 '내가' 원하는 몸이 있어야 하고, 다이어트를 하는 이유가 정립되어야겠다.)


평생의 숙제가 아니라, 나에게 도움이 되는 도구로 이용할 수 있으면 좋겠다.


이제부터 필라테스 강사로서 내가 아는 해부학적 지식, 움직임에 대한 이해를 이곳에 공유해보고자 한다. 나아가 어떻게 먹어야할지, 무엇을 취하면 진정한 건강에 도움이 될지 나누고싶다.

살 말고 삶을 살아보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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