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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정 Mar 31. 2022

살 말고 삶을 살기.

살에, 음식에 지배되어 사는 삶을 벗어나려고 한다.


대학에 입학하고 하루 걸러 하루 있는 술자리에 

점점 푸짐해가고 있을 때였다.

주변 동기들이 하나 둘 다이어트를 하기 시작했고,

 나도 그 다이어트 열풍에 휩쓸렸다. 

카페에서 에이드와 프라페 두 잔을 동시에 시켜 먹던 나는

 단 음료를 끊고 아메리카노를 마시기 시작했고, 

일찍 일어나 다이어트를 위한 도시락을 싸며 의지를 불태웠다.

처음 했던 다이어트는 가혹했다. 

사실 스트레스를 받을 정도로 식단을 제대로 한 것도 아닌데, 

그저 다이어트를 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나를 옥죄었고,

먹을 것에 대해 집착하게 만들었다.


다이어트를 시작한 뒤 얼마 되지 않아 나는 매일 밤 '내일은 뭐 먹을까' 

심각하게 고민하면서 잠에 들었다.

사실 자기 전뿐만 아니라, 

일상의 매순간을 '뭐 먹지?' 생각하며 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고민을 거듭하고 거듭해서 오른 후보에는,

맛은 있지만 살은 덜 찌는 거, 혹은 찌지 않는 것들이었다.

주로 요거트, 샐러드 그리고 '다이어터'들을 겨냥한 빵들이 

나의 주식으로 채택되었다.


시간이 지나자 먹는 것뿐만 아니라

움직이는 것에도 집착했다.

20살부터 서킷 트레이닝, 발레, 걷기, 폴댄스 등 

살이 빠질 것 같은 운동이란 운동은 다 시도했었다.

취미, 자기계발 등의 측면에서 선택한 운동은 없었다.

그저 '땀이 많이 나니까', '많이 움직이니 살은 알아서 빠지겠지' 라는 마음으로 운동을 했다. 

물론 후에 발레는 취미가 되었지만, 그 시작은 '살'에 대한 욕구였다.


나는 살에 지배되어 삶을 살았다.

삶을 사는 게 아니라, 살을 위해 살고 있었다.


어떻게 입어야 더 말라보일까?
흰 밥은 살찌니까 안 먹을래.
아 너무 많이 먹었다. 빨리 운동해서 태워야지.
휴,
그래도 운동했으니까 내일 몸무게가 많이 늘어있진 않겠지?
미안해. 나는 약속 못 갈 거 같아. 집에 일이 생겼어


당연히 입학하고 나서 쪘던 '급찐 살'은 진작 다 감량했다.

단기간에 술로 찐 살이었고, 

다이어트 후 술을 자제하니 쉽게 빠졌다.

하지만 2016년 12월, 다이어트를 시작한지 반 년이 지난 뒤 

나는 살에 매여, 음식에 매여, 운동에 매여

일상을 돌보지 못하는 삶을 살게 되었다.


다른 사람들이 두꺼운 내 다리를 보면 어떻게 생각할까 두려웠고,

행여나 누군가의 시선이 내 살에 닿아있으면 

괜히 주눅이 들기도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들의 시선은 내 '살'이 아니었을텐데.


당시는 부모님 댁에서 살고있을 때였는데,

매끼니 엄마가 정성스럽게 차려주신 밥은 먹지도 않았다.

많이 먹으면 살이 찔 것 같았다. 

한참 심할 때는 일부러 샐러드를 사먹고 들어오며

엄마의 밥상을 피했다.


평소보다 많이 먹은 날엔 다음 날 올라있을 체중계가 무서웠다.

스스로에게 벌을 내리는 운동을 강행했다.

친구들과의 약속은 늘 부담이었다. 

보고싶고 만나서 수다떨고싶었지만, 

그 앞에 음식은 나를 자극하고 나를 살찌게 하니까. 

한번은 아프다는 핑계를 대며 약속을 피하기까지 했다.



5년이 흘렀다.

다이어트 부작용으로 4년이 넘는 시간을 '다이어트'를 위해 살았다.


지금의 나는 거기에서 빠져나와,

살 말고 삶을 살기 위해 노력중이다. 

매일 밥을 한 끼라도 꼭 챙겨먹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매일 재던 몸무게는 2~3일 간격, 혹은 더 텀을 두고있다.

나를 옭아매던 숫자와 너무 가까이 지내지 않으려고 의식하고 있다. 


오랜 노력 끝에 친구들과의 약속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5년이란 시간이 결코 짧지 않아서 

여전히 그 잔재들이 남아 있긴 하다.

느리더라도 하나씩 안 좋은 습관으로 남은 것들을 비워내려고 하고 있다. 


지금부터는 살 말고 삶을 사는 내 이야기를 적어보려고 한다.

 '삶'이 아니라 '살'을 바라보며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위로가, 좋은 자극이 되길 바라며!

살 말고 삶을 살기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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