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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주 Sep 21. 2023

자전거로 금산 한 바퀴 1

2012.02.01~2012.02.02

<1>     

어제는 오후가 되면서 비가 내리기 시작하고 기온은 점점 떨어졌다.

아무래도 동계 훈련은 힘들겠다 싶었다.

동창들 모임을 끝내고, 제자들과 없는 약속을 만들어 몇 잔 더 하고 말았다.   

  

6시 알람 소리에 일어나 밖을 본다.

바람 소리는 크지만, 도로는 말짱하다.

훨훨 날리는 눈을 보며 일곡동 삼호아파트에 도착. 

8시 30분.

신현수, 김정희 고문님. 회장님. 최순식. 정영태 부부. 박미선. 최혜숙 - 8명.


자전거를 실어야 하는데 동길 형이 오지를 않는다. 전화도 안 받는다.

하는 수 없이 회장님 차로 수북까지 깨우러 가는데, 전화가 온다.

진동으로 되어 있어 듣지 못했단다. 믿어주어야지 어쩌겠나. 

처마 밑에 떨고 있는 중생들을 위해 황후님 따뜻한 대추차를 내오신다.

집으로 불러들여 따뜻한 누룽지까지 주시고, 복 받을 끼여.

올해 들어 제일 춥다는 날씨에 한 시간을 떨었어도 누구 하나 불평하는 사람도 없다.

참 속들도 좋다.


9대의 자전거를 태우고 출발. 9시 30분.     

시속 120km로 달리는 아내의 운전에 정희 누나 간이 콩알만 해졌다.

화순에서 보성을 지나 벌교를 넘어 녹동항에 도착. 11시 30분.

요즘 국도는 고속도로보다 더 낫다.

여진회센터(전교조 선생님 어머님이 운영)에서 우럭과 돔으로 회를 뜬다.

세발낙지(만원에 7마리)를 입에 넣고 머리부터 씹는다.

얼굴에 달라붙는 다리를 두 손으로 쭉쭉 훑어 내리며 먹는다.

적당하게 짭짤한 맛은 씹을수록 고소한 맛으로 바뀌고, 내 몸 어디선가는 힘이 불뚝불뚝 솟는 듯하다.

매운탕에 간단한 점심을 계획했는데, 회가 너무 많아 쌀과 몇 가지 부식을 챙겨서 바로 숙소로 가기로 한다.     

소록대교와 거금대교를 지나 바로 오른편으로 길을 잡는다.

웅 웅 울어대는 바람 소리를 들으려 바다는 하얀 얼굴을 내밀고 두리번거리고 있다.

동길 형 윷도 놀고 막걸리도 먹었다는 연소해수욕장을 지난다.

오르막과 내리막을 두 번 반복하니 익금해수욕장이 보인다.

안기기에는 조금 작고, 안기에는 조금 크다.     

고향민박집. 방 2개에 거실과 주방. 설설 끊고 있다.


                                                                                                                                           

<2>     

텃밭 하우스 안에는 배추, 무, 상추, 파, 쑥갓들이 가득하다.

원하는 만큼 먹어도 된다는 주인아저씨 인심도 좋아라.      

두툼한 배춧잎 위에 보들보들한 상추 한 장 올려놓고, 

그 위에 푸른빛 우럭 한 점, 붉은빛 돔 한 점 나란히 누이고, 

마늘 아래쪽 입술에 쌈장을 이쁘게 칠해서 옴싹 하게 오므려 왼손에 쥔다.

오른손으로는 먼 길 오느라 아직 정신 못 차린 무등산 막걸리를 숨이 차도록 넘긴다.

숨 한 번 크게 쉬고, 왼손을 입속에 밀어 넣는다.

너무 욕심을 부렸나 볼태기가 터질 것 같다.

가자미눈에서는 눈물까지 찔끔거린다.     

소금 간을 약간 한 뼈를 펄펄 끓이고 마지막에 미역을 넣은 지리.

밥 한술에 회장님이 가져온 김치 한쪽 씹으며 후루룩 마신다.

따뜻하게 목젖을 타고 내려가는 기운이 다리로 몰린다.

허벅지가 딴딴해진다.    

 

회장님 솔선수범해서 설거지를 마친 시각. 오후 2시 30분. 

바다를 오른쪽으로 보며 거금도 일주에 나선다.

고만고만한 섬들이 오순도순 이야기하고 있다.

금오도만큼은 아니지만 오르막과 내리막이 어깨를 들썩이며 가락을 타고 있다.

왼편으로 적대봉(593m)이 고개를 뒤로 젖히고 도도하게 내려다보고 있다.     

27번 국도 종점을 지나 금산남초등학교(폐교)를 바라보며 고개를 한참 오르면 전망대가 나온다. 오후 3시 20분.

앞이 탁 트이고 먼 데 보이는 건 아마 광양이 아닌가 싶다.

조금 늦게 출발한 혜숙 호랑이를 고문님이 잘 보살피며 도착한다.

거친 숨을 몰아쉬며 가슴을 퉁 퉁 치는데 무섭다. 

저러다 큰일 나면 어쩌나.


그래도 출발하자는 소리에 제일 먼저 일어난다.     

금산 동초등학교(폐교)에서부터는 해변을 버리고 적대봉의 왼 다리로 붙는다.

바람도 이제 앞에서 달려든다.

멀리 언덕을 오르는 순식인지 동길 형인지 기를 쓰고 있다.

앞서가는 회장님 내려서 편하게 끌고 간다.

타고 가나 끌면서 가나 속도는 거기서 거기다.

사소한 것에 목숨 건다고 끙끙 신음 소리를 내며 죽을힘 다 쓰며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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