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 씨 때문에 교무실 여선생님들이 개 닭장 속으로 뛰어든 꼴이 되었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느낀다.
보기와는 다르다지만 단 1%도 예상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이미지로 먹고사는 배우들.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은 순간이다.
어찌할 거나?
하루에 두 권씩 시집을 열나게 읽는다.
자습 감독이 좀 무료해지기 시작했다.
수업을 했더라면 힘든 시기를 함께한다는 연대감과 녀석들의 말랑말랑한 삶의 언저리를 서성거릴 수도 있었을 것인데.
좀 늦어버린 감이다.
남은 시간이 지난 시간보다 짧아졌으니.
쥐 죽은 듯 자기 일에 빠져드는 아이들, 염색약이 빠지면서 본색이 드러나기 시작한 노인네.
일단 적응하기, 살아남기다.
떨어지는 낙엽만 봐도 웃음이 나는 아낙들과 튀어나온 돌만 봐도 발로 차야 직성이 풀리는 힘이 남는 머슴아들이 함께 사는 곳인데.
그 안에 역사가 왜 없겠나?
쉬는 시간 복도에서 교실에서 화살들이 엇갈린다.
막 총알들이 벽에 튕겨 폭죽이 된다.
시작종이 울리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학년 전체가 조용해진다.
선생님이 늦게 들어온 반에서는 소란스러운 소리가 계속되어 옆 반 선생님이 조용히 시키기도 하는데.
여기는 그것이 없다.
빠른 시간에 모든 선생님이 함께 교실로 향한다는 것.
1분이라도 종소리를 듣고 들어가고 싶은 것인데, 대단하다.
운동장에서 올라오는 소리가 유난히 큰 오늘이다.
비가 온다고 하더니 기압이 낮아서 그런가?
농구공을 들고 슛 연습을 하고 있다.
무릎을 굽혔다 일어서면서 허리와 팔을 펴며 힘을 모은다.
맨날 팔에 힘이 없어 멀리 못 던진다고 자책했었는데, 멀리서 보니 원리를 몰라서였다.
여학생들도 곧잘 따라 한다.
멀리 간 공은 남학생들이 뭣 떨어지게 뛰어 잡으러 간다.
빨갛게 노랗게 물들어가는 운동장이다.
꿈
소 몰고 탐진강으로 가던 길
운이 좋으면 차 한 대 구경할까
뭉게구름 몽실몽실 키를 기우던 서쪽 하늘
초등학교 4학년이 끝날 때쯤
유학을 가야 한다고 했다
강진 장에 팔려나간 토끼 신세
광주에 와서도 몇 번이고 꿈에서 보았던 그 강가, 그 하늘
힘들지 않은 군대 생활이 어디 있으랴?
그렇다고 죽을 만큼은 아니었다
옆구리 시리면 옷 벗어주는 이
안주 없는 쓴 소주, 같이 마셔 줄 이
있었으니
4학년으로 복학하고 취업 준비 때문에 눈코 뜰 새 없는 틈에도
또 군대 꿈이었네
수업을 하고
질문을 받고
숙제를 내주고
달랑거리는 놈 혼내주고
요즘은 그런 꿈을 꾼다
왜 그럴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