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진 길
만 갈래 길을
어디로 가야 하는지
아무도 가지 않은 길
새벽이슬 털고 가야 할까?
떨어지는 낙엽이 비켜주는
너른 산책길로 들어가 볼까?
이것이야 확신 없이
매번 떠밀려 막차에 올랐다
지나온 길
긴 꼬치 대에 끼우다 보면
산적처럼 곶감처럼
갔어야 할 곳
가야만 했던 곳
내 호흡과는 상관없이
끼워졌다
이미 정해진 순서대로
정신 좀 차려보자
눈앞에 손바닥 모으고
귀 쫑긋 세우고
원하는 차 기다려보자
일찍 와서 밤을 찌는 연구부장님.
아이 주먹만 한 밤을 두 개씩 종이컵에 넣어 자리에 놓는다.
나에게는 따뜻한 커피까지.
어색한 이방인을 위한 배려이고 손윗사람을 위한 예의라고 느껴진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좀 심하게 말하면 타고나야 한다.
산길에서 주워 온 것일까?
시장에서 샀을까?
어떤 마음이었을까?
참 곱고 귀한 마음이다.
가을이 찰지게 잘 삶아졌다.
여선생님들과 여학생들은 키높이 신발을 신었다.
남학생도 몇은.
슬리퍼에서 운동화까지 다채롭다.
신발규제가 없는 이유에 대해 생각해 본다.
아무리 엄한 규칙이라도 키높이 신발은 포기할 수 없는 지킬 수 없는 규제라고 판단했다 한다.
운동장에서 신은 신발은 교실로 들어올 때 잘 닦는 일은 알아서 본인이.
길이 아닌 곳으로 다니는 학생들이 많으면, 필요한 곳이기 때문에 거기에 길을 만들어줘라.
태평양 너머의 나라에서는 그리한다고 했다.
필요가 규칙이고 지키는 것은 자율.
명쾌하다.
습관은 쉬 고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먼저 출발하려는 맘을 잡느라 애가 탄다.
참고 참고 또 참았어도 결국 또 일등이다.
조리사님과 어색한 인사를 나누며 들어서는 식당.
알싸한 콩나물국과 입술에 소스 칠한 햄버거스테이크, 깍두기와 과일 샐러드.
훌륭한 점심이다.
계란말이는 너무 먹어 싫다는
기숙사에서 후식으로 맨날 먹어서 보기도 싫다는
청양고추 때문인지 콩나물국에 캑캑 기침해 대는 선생님들과
양은 도시락 속에 묻어주셨던 계란 프라이
어른이 되어서야 맛을 보았던 바나나
입맛이 없을 때는 된장에 찍어 먹는 매운 고추가 생각나는 원로 선생님이
함께 밥을 먹고 있다.
밥풀 한 톨 남기지 않고 먹은 열일곱 번째 점심.
나올 때도 일등.
밥도 못 얻어먹고 나오는가 보다, 측은하게 생각하지나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