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떠난 천사

2023.12.29. 금

by 고주

한 여자아이가 울고 있다.

주변의 아이들이 어깨를 다독여주며 달래고 있다.

쉬 진정되지 않는지 흐느끼는 소리가 계속 이어진다.

주로 축구하는 여학생들이다.

찬 바람에 화장기 없는 얼굴들이 거칠고, 검다.

학교가 끝나면 중앙현관에 점호를 취하듯이 모여 운동장으로 달려가거나, 함께 귀가했었다.

오늘은 장례식장으로 가는 날.

“따뜻한 물 좀 먹을 수 있을까요?

장염으로 배가 아파, 약을 먹으려고요.”

평소에 사무실로 들어오는 녀석들에게 똑 부러지던 부장님도 아이의 얼굴을 보더니.

“온수기 물이면 되겠니?

끓여줄까?” 하신다.

아이는 조심스럽게 물을 받아 약을 먹고 교실로 갔다.

다시 한 시간이 흐르고.

앞자리 선생님 옆에 그 아이가 서 있다.

”보건실에서 한 시간만 쉬면 안 될까요? “

”많이 아프면 집에 가도 돼.

병원에는 가봤어?, 열은 없어? “

보건실에 전화하고, 아이를 내려보낸다.

”아까 저 아이가 따뜻한 물을 찾더라고 “

”조금만 아파도 조퇴시켜 달라고 엄살을 부리는 것이 보통인데, 얌전한 저 녀석은 학교에 더 있겠다고 저러네요. “

담임 선생님은 어머니께 전화로 사정을 알림 하고, 힘들어하면 보낼 것이니 데리고 병원에 들르시라고 당부한다.


그리고 다음 날.

아이가 열이 너무 높아 병원에 갔는데, 코로나 양성 판정을 받았다는 전화를 받는다.

그리고 또 하루가 지나 대학교병원 응급실로 입원했다는 전화를 받는다.

패혈증 때문이라 한다.

큰일인데, 아직 어리니까 이겨내겠지 하는 바람으로 보낸 조마조마하게 보낸 하루.

”서울에 있는 대학병원으로 옮깁니다.

아이가 의식이 없어요. “

인공호흡기를 달았다고 한다.

병원에서도 크게 손쓸 방법이 없다고 했다.

기적이라도 바라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그리고 어제.

뇌사 판정을 받고, 가족회의를 통해 연명치료를 하지 않기로 했다고 했다.

사망진단이 나오고 장례 준비를 한다고 했다.

축구공을 몰며 운동장을 누비던 아이가 불과 일주일 만에.

그때 물을 끓여 줬어야 하는데.

그때 열이 없더라도 코로나 검사를 받으라고 해야 했는데.

너무나 착한 천사가 너무 빨리 하늘로 날아가버렸다고.

선생님들은 하늘이 무너지는 표정으로 눈물 바람을 한다.

조용하면서도 주변 아이들에게 인기가 많은 학생이었다 한다.

이야기를 잘 들어주었다 한다.

유머 감각도 남달라 늘 아이들이 편하게 생각했던 아이였다 한다.

아이들과 선생님들께 알리고 혹 아이를 기억할 수 있는 것이 있으면 보내달라고 부탁한다.

꼼꼼하게 수업내용이 적혀있는 책.

수행평가로 제출했던 가면이며 가족 신문.

요즘 아이들 같지 않은 차분하고 성실한 아이였다.


”가족관계 형성을 위한 요리 레시피 만들기.

사랑이라는 냄비를 꺼낸다.

믿음이라는 물을 붓는다.

존중이라는 수프를 짠다.

건강함이라는 면은 넣는다.

행복함이라는 뚜껑을 닫는다. “


”나에게 자족이란?

힘들 때 옆에서 도와주고, 부족한 점이 있으면 채워주고, 좋은 점은 본받고, 서로 의지하며 사랑을 주는 공동체“


”아빠는 일찍 일어나신다.

키가 크시다.

우리 가족 행복하고 불행해하지 말자.

엄마는 매일 밥을 차리신다.

아침 일찍 일어나신다.

우리 가족 항상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자. “


같이 축구를 하던 저 여학생.

유독 친했던 아이가 갑자기 떠나버린 운동장을 보며.

한없이 무너지고 있다.

세상이 기울고 있다.

눈이 올려는지 잔뜩 찌푸린 하늘.

왜?

하늘은 가난하지만, 티 없이 맑은 착한 아이를 먼저 데려가시는지.

신이 정말 계시기나 할까?

답답하게 또 한 해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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