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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 손잡고 1
06화
상큼한 하루
2024.03.11
by
고주
Mar 17. 2024
<상큼한 하루>
후문 앞 학생 맞이 당번이 정해졌다.
순서에 상관없이 나는 20분 일찍 매일 나올 참이다.
과학 선생님으로 정년퇴임을 한 아버지가 계신다는 수학 선생님.
처음에는 힘들어하셨단다.
지금은 합창 모임에 나가시고 정기적으로 공연도 하고, 봉사활동에 종교활동으로 성당에도 나가신단다.
취미가 어떻게 되느냐고 묻기에 아직 젊고 너무 건강해서 생업 전선에서 땀 흘리고 싶다 했다.
한 10년 후에나 생각해 볼 일이라고.
작년에 가르쳤던 아이들을 만나니 반갑다고 하신다.
“선생님, 저 오늘 화장하고 왔어요.”
달덩이 같은 얼굴을 내미는 아이에게
“그래, 아침부터 뽀송뽀송하다.”
해놓고, 화장한 모습을 보고 칭찬하는 것이 맞는지 모르겠다고 겸연쩍게 웃으신다.
마스크를 벗으니, 아이들을 못 알아보겠다신다.
마스크에 숨겨진 얼굴은 가장 이상적인 모습을 상상한다나.
뭣이든 살짝 가리는 것이
고급 소작인디.
1교시 7반은 처음 수업하는 반이다.
머리에 계획을 촘촘하게 짜고 들어가는데, 교장 선생님이 계신다.
‘캡틴 큐’ 교장 선생님이 들어가는 시간.
메신저를 확인하지 않는 것이 화근이다.
노트북을 들고 와 설치하고, USB를 꼽고 화면을 띄우고.
아이고, 어렵다.
4반 수업.
음수끼리 곱하면 양수가 되지요? “
왜?
분수의 덧셈을 할 때 분모의 크기를 맞추는 이유는?
쉴 새 없는 질문에 정신이 도망간 녀석들이, 끝 종소리를 듣더니 한숨을 푹 내쉰다.
그러고는 와 재미있다, 한다.
흡족하고 꼬신 마음으로 복도로 나왔다.
뒤에서 후다닥 소리가 들리더니, 토끼 같은 가스나 그가 내 앞으로 와 두 팔을 잡고.
”가만히 계세요 “ 한다.
심심하냐고 물었던 효정이다.
그리고는,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이리저리 움직인다.
뒤 아이가 잡으려고 발버둥 치는 모양이다.
살짝 몸을 빼고 돌아오는 길.
참 매콤하고 다디단 달래 같은 아이다.
점심시간에 공부하는 중학교 1학년이 있다니?
저것이 맞는가?
운동장에 가득 뛰는 아이들.
복도에서 삼삼오오 시시덕거리는 또 다른 아이들.
골프에 공통 관심사를 찾은 부서의 두 분 젊은 선생님.
땀이 나지 않은 것은 운동이라고 생각되지 않아서라는 내 말에.
그럼 무슨 운동을 하시느냐고.
축구, 테니스, 등산, 자전거, 마라톤...
거미 똥구멍에서 줄줄이 빠져나오는 메뉴들.
풀 코스 10번이라는 말에 눈이 왕방울이 되었다.
거짓말은 아니니 부끄러울 일은 아니지.
여수의 형님과 나눈 하소연.
강감찬은 72세의 나이로 귀주대첩을 했는데,
그것도 문관으로서.
우리는 아직도 창창해.
힘이 불끈해지는 응원이다.
이제 절반 조금 더 지난 것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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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걸리를 신으로 모시는 고주망태입니다. 36년의 교직생활을 잘 마무리하고, 이제 진정한 자유인이 되고 싶은 영원한 청춘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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