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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 손잡고 1
05화
댄스반
2024.03.08. 금
by
고주
Mar 17. 2024
<댄스반>
북극에 가까운 이곳은 따뜻한 남쪽보다 확실히 춥다.
짧은 치마 밖으로 나온 새 다리가 오들오들 떨면서 들어오고 있다.
용감한 척 반바지는 입었지만, 양말은 발목까지 올라온 애송이가 오고 있다.
조금 부산하기는 했지만, 새벽 새소리 같았던 윤이는 얼굴이 어둡다.
따로 특별실로 가는 발걸음이 무겁다.
신발 앞코가 밖으로 벌려진 팔자걸음보다 안쪽으로 숙인 안짱다리가 많다.
입식 문화가 후손들의 걸음걸이까지 바꾸어 놓았다.
골반 건강에도 좋겠지 싶다.
두 시간 연속인 자유학기제 체육활동 방송 댄스반.
가수가 노래를 부르면서 추는 춤이 방송댄스라는 것을 처음 알았다.
“내가 가르치는 것이 아닙니다. 내가 가르친다면 아마 한 춤이겠지요.” 했더니
와하고 웃는다.
여학생 26명에 남학생 4명.
지난 학교에서 주제 선택반 아이들을 가르치느라 생고생했던 기억이 있었는데, 강사님이 오시고 임장만 한다고 해서 한시름 놓았다.
동영상을 보여주는 것은 문명을 거슬러 올라가는 내겐 한없이 어렵기만 하다.
답답한 똑순이들이 나와서도 수를 내지 못한다.
원하는 노래를 신청받고 듣는 것으로 만족한다.
음악만 듣고도 손동작 몸동작으로 딱 들어맞게 움직이는 여학생들.
그 틈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우물쭈물 엉거주춤하고 있는 남학생 둘.
희망했느냐고 물으니, 배드민턴반을 신청했다가 또는 다 마감이 돼서 어쩔 수 없이 왔단다.
한 녀석은 축구부에나 갔어야 하는 얼굴이 검고 건장한 체구다.
뒷자리에 앉아 옆 여자아이와 시시덕거리고 있는 한 놈은 연예반에 온 것 같다.
내 이름을 묻더니 한 시간 동안 연습장에 정성스럽게 쓴 편지를 들고 왔다.
“제가 김민성입니다. 정영태 선생님 잘 부탁드려요.”라고
표정 변화가 변화무쌍하고, 목소리 톤도 높은 아이는 활동하는 시간에만 반으로 들어온다.
간혹 고래 울음소리를 내는 진이와 함께.
아이들이 웃으면서도 크게 거부하지는 않는다.
예술공감터에서 하는 실습이 많이 기대된다.
비록 족보는 없지만 내 몸놀림도 범상치는 않는데.
빨리 3월이 갔으면 좋겠다는 학생부장님.
일이 많아서 힘든 것이 아니라 사람 때문에 어려운 점이 많다는 내 말에 폭풍 공감.
얼마일지는 모르지만, 맘이 통하는 사람들과 함께한다는 것은 행운이다.
다른 일과로 건너뛴 숙제가 밀렸다.
주말에 하지 못하면 중간에 포기할 수도.
그러면 안 되지.
내 중요한 행복을 놓쳐서는 안 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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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걸리를 신으로 모시는 고주망태입니다. 36년의 교직생활을 잘 마무리하고, 이제 진정한 자유인이 되고 싶은 영원한 청춘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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