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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타

2024.04.08. 월

by 고주


새 모이에 라면도 있다니?

쌀과 라면 부스러기가 길에 뿌려져 있다.

비둘기에게 먹이를 주지 말라고 현수막까지 붙여놓았는데.

얼마나 많이 뿌려놓았는지 날짐승들이 보이지 않는다.

먹을 것이 남아도는 서울의 새들.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고 입맛이 도는 것이 있는 곳으로 발길을 돌리는 얍삽한 자식들.

고작 일주일 반짝하고 자리에서 밀려난 벚꽃잎들이 길에서 노숙한다.

겨울까지 새끼들 키우고 내년 준비까지 할 새 혀 같은 입들이 수도 없이 고개를 내밀고 있다.

연초록이 점령한 나무는 뿌옇게 몽롱해진다.

꽃이고 잎이고 나름, 사정이 있었겠지.

오늘은 정문지도.

양쪽 인도로 유도하지만 통 말을 듣지 않은 몇.

출근하는 선생님들의 차도 간간 지나간다.

도로에서는 바쁘게 달리는 차들, 매캐한 매연 냄새.

혼자서 학교에 오기도 힘든 특별반 아이 몇.

차에서 내리는 어머니의 얼굴이 편하다.

수많은 세월을 눈물과 한숨으로 보내셨을 것인데, 바다에 이른 강물처럼 평온하시다.

부모라는 이름표를 달고 산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박수받으며 천당으로 가실 저 어머니.

고마워해야지, 공부가 뭐라고?

욕심부리지 말자.


1초에 2m씩 가는 낙타의 등에 타고 사막을 건너는 영태.

오아시스에서 물을 먹고 계속 길을 간다.

1초 후에 2m, 2초 후에 4m, 3초 후에 6m....... 의 지점에.

오아시스에 도착하기 전 1초에는(-1초) –2m, 전 2초에는(-2초) –4m,..... 의 지점에.

그러니까 양수 곱하기 음수는 음수가 되는 실생활에서의 예.

뒤로 걷는 달인 마이클 잭슨이 문워크로 1초에 1m씩 뒤로 간다.

출발 지점이 0이면, 1초 후에 –1m, 2초 후에 –2m...... 의 지점에.

1초 전에는(-1초) 1m, 2초 전(-2초)에는 2m......

음수 곱하기 음수는 양수라 그 말이지.

수직선을 그리고 찬찬히 설명하니 고개를 끄떡이는 제법 많은 몇.

오랜만에 저녁상에서 보는 아빠에게 왜 음수 곱하기 음수 하면 양수가 되느냐고 물었다가 초상 칠 뻔했다는 우에게.

잘 기억해 두었다가 으쓱하면서 써먹으라고 했다.

36년 수학을 가르치는 나도 무지하게 연구했단다.

너의 아빠는 아무 죄가 없어.

진도가 좀 빠른 8반 수업을 조금 일찍 마쳤다.

아이들이 통에 든 접힌 종이를 하나 꺼내보란다.

펼쳐보니 4월의 운수가 쓰여 있다.

‘사랑을 듬뿍 받는 한 해가 되겠는걸?!

.... 길 가다가 돈도 주울 거야.’

선생님이 반 아이들에게 해주는 4월 이벤트인 모양이다.

남은 몇 장을 내게 기회를 준 것이고.

선생님의 따뜻한 마음이 전해진다.

시대가 바뀌어도 선생님들의 사랑이 절대로 줄어들지 않는다.

시대에 맞게 옷을 갈아입는 것뿐이다.

오늘부터 땅만 쳐다보고 다녀야겠다고 했더니, 사고 난다며 걱정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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